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한시적으로 일반 업소(기준 연 매출액 3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 가맹점) 기준 7% 캐시백의 요율을 적용하고 있는 ‘인천e음카드’가 내년부터 다시 5%의 캐시백 요율 적용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증액 의결한 상황에서 인천시가 내년도 본예산을 줄인데 이어 약 420억의 예산을 불용 처리하는 등 축소한 정황을 보여 민선 8기 들어 지속적으로 시민혜택을 줄이고 있어 지역사회 차원의 불만도 나오는 분위기다.
18일 인천시에 따르면 소상공인정책과는 14일 인천시의회를 통과한 내년 인천e음카드 캐시백 예산을 1,054억 원과 국회 교부금 등을 기반으로 내년도 인천e음카드 캐시백 요율을 기존과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기존과 똑같이 적용한다’는 것은 일반업소에서 결제 시 제공되는 캐시백을 5%로 한다는 얘기다.
9월 말부터 시는 연 매출액 30억 초과 업소에 대한 캐시백 혜택을 전면 없애고 국비지원 등을 보태 일반 업소에 대한 캐시백을 7%로 상향 조정해 12월까지 적용하고 있는데 시민 입장에서 보면 내년부터는 ‘기존과 똑같’은 게 아니라 ‘줄어드’는 셈이 된다.
문제는 정부가 지역화폐의 삭감 기조를 강경하게 들이미는 상황에서 전국의 지방정부가 그간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옴에 따라 국회 행안위가 이를 반영해 예산을 증액하는 행로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인천시의 행보는 이를 거스르고 있다는 것이다.
8월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전액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일선 지방정부들의 반발을 불러온 바가 있었지만 ‘여당인사’인 유정복 시장이 이끄는 인천시는 그 반발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다.
인천시는 지난 9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천e음카드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 예산안에 따라 내년 인천e음 예산이 올해보다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인천지역 국회의원인 김교흥 의원(서구갑, 민)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행안위가 지난달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 예산을 정부기조와 달리 7천억 원을 증액시켜줬다.
이 예산은 2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다뤄지게 돼 있는데 국민의힘은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예산에 대해 ‘이재명 표 포퓰리즘’이라며 반감을 보이고 있어 향후 예결위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김교흥 의원실 관계자는 “(통과 여부의 분위기 등에 대해서는) 아직 뭐라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어서 일단은 20일 예정된 예결위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아직 증액 여부가 판가름 되진 않았지만 이렇듯 국회에서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체감해 해당 상임위가 예산을 편성한 상황에서 인천시는 오히려 예산을 줄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시의회서 통과된 인천e음카드 캐시백 지원 예산의 내년도 본예산은 올해 2,019억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 1,054억 원인데 여기에 올해 인천e음 캐시백 지원예산 중 419억 7천만 원을 집행하지 못하고 불용 처리했다.
시는 ‘당해년도 예산은 당해 집행한다’는 기본 취지로 불용처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많다.
예산은 ‘불용’ 처리 외에도 이유를 명시하고 ‘이월’ 처리를 해도 지방재정법 상 문제될 것이 없는데 이월처리를 해서 캐시백 사업에 계속 쓰게끔 하면 안 그래도 모자랄 가능성이 높은 캐시백 지원에 대해 일종의 ‘시드머니’로도 활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
특히 지금처럼 일반업소 기준 7% 캐시백 요율을 얼마동안이라도 더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인천시는 이를 ‘불용’으로 처리하면서 이 가능성을 사실상 지워버린 셈이 됐다.
실제 민선 8기 들어 인천e음카드의 혜택을 계속 줄인 결과 인천e음 총 결제액은 민선 7기 말엽이었던 지난해 상반기 2조 8천억 규모였으나 민선 8기가 출범하던 지난해 하반기 1조 7천억으로 줄었고 올 상반기 1조 6천억 규모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따져보면 약 420억 원의 불용액 역시 이렇게 시민 사용량이 줄어들면서 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사실상 인천시의 올해 캐시백 지원액은 유 시장이 언급한 ‘2천억 원’에서 모자란 1천 5백억 원 정도로 봐야 한다.
안 그래도 1천억 원이 줄어든 내년도 본예산에 불용 처리된 액수를 포함하면 사실상 내년도 인천시의 캐시백 지원예산은 500억 원이 좀 넘는 규모밖에 안 된다는 논리도 가능해진다.
시선에 따라서는 ‘여당 소속’의 유 시장이 이끄는 인천시가 정부여당 기조와 동일하게 인천e음 혜택을 계속 줄이는 기조로 가고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시의 예산 편성에 대한 행정을 보면 그런 의견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인천시가 그간 지역화폐로 명칭했던 ‘인천e음’이라는 명칭을 정작 시 내부에서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민선 8기가 출범하면서 기존의 ‘인천e음’이라는 명칭 외에 ‘인천사랑상품권’이라는 이름으로 병행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인천e음’이라는 이름을 없애고 ‘인천사랑상품권’이라는 이름만 단독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인천시의 홈페이지 포털에서는 ‘인천e음’이라고 검색할 경우 담당자명이나 최근 자료들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행안부가 ‘지역사랑상품권’이라는 명칭의 통일화를 지침으로 내렸다”고 설명했으나 정작 행안부에 문의한 결과 행안부는 “지침을 따르면서 병행 사용하는 것에는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는 답을 전해왔다.
‘인천e음’이라는 명칭이 민선 7기 박남춘 전임 시장 시절 지어진 이름임을 감안해 유정복 시장이 ‘전임시장 흔적 지우기’를 이런 부분에서까지 자행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달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에서 진행한 인천시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산경위에서는 문세종 시의원(계양4, 민)은 ‘인천e음’은 이미 가치가 충분히 있는 브랜드이나 민선 8기가 ‘인천e음’ 명칭을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면 이는 그간 쌓여온 인천e음의 브랜드 가치를 버리겠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