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8일부터 인천시가 시행하는 정당 현수막 규제 조례가 갈수록 문제를 확산시키는 분위기다.
해당 조례를 확인한 행안부의 재의 요청을 인천시가 무시한 것으로 확인된 데다 ‘검열’의 가능성까지 있지만 시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8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달 시의회를 통과한 ‘인천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이날부터 시행한다.
개정된 조례안은 정당 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명절인사 등 내용으로 걸린 현수막은 제외)하고 동시에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 개수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여야 하며 현수막에 혐오·비방의 내용을 담지 말라는 등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정당현수막이 난립하면서 이 영향으로 여러 안전사고와 민원이 발생하자 지정 게시대에만 정당현수막을 걸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지난달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는 지난 3월 시와 10개 군·구 부서장으로 현수막 TF를 구성하고 정당 현수막의 개수와 설치장소 제한 등의 옥외광고물법령, 관련 조례 개정 및 현수막 게시대 확충 등의 대책을 논의한 결과라고 밝혀왔었다.
지난달 12일 이를 심의한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핵심 조항인 지정 게시대 제한 내용을 삭제했다.
그러나 19일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임춘원 의원이 선거구별 4개 이하 및 혐오·비방 금지 등의 내용을 추가한 수정 발의했다.
현 인천시의회가 국민의힘 과반인 점 때문이었는지 시의회는 이 수정 발의안을 별다른 문제 없이 통과시켰으나 지역사회는 입을 모아 이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해당 내용 중 ‘혐오·비방의 내용이 없어야 한다’는 건 조례를 근거로 정당 현수막을 인천시가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한 만큼 시대착오적이며 전근대적인 조례 내용이라는 것이 지역사회 전반의 의견이었다.
물론 정당 현수막들이 아무런 규제도 없이 난립하면서 도시미관을 해치고 안전사고를 발생시키는 것은 맞지만 그게 이유라면 ‘검열’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내용은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개정된 조례안을 확인한 행정안전부가 인천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인천시가 이를 ‘화끈하게 무시’했다는 점이다.
행안부는 5일 인천시에 해당 조례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한 바 있다. 조례로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는 것은 현행법에 위배되기도 하고 상위법에서 조례에 위임한 사항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시는 정당 현수막이 안전사고 및 미관 문제는 물론 시민들의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데다 현행법이 정당 현수막에 대해서만 특혜를 주는 것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해석을 내리며 행안부의 이 요구를 거부했다.
인천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상위기관’에 해당되는 행안부의 재의 요구에 이론적으로는 거부의사를 밝힐 수는 있지만 대부분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행안부가 재의를 요구하는 경우는 대부분 이번처럼 상위법을 저촉하는 케이스에 해당될 텐데 이를 강행한다면 인천시가 스스로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입법기관인 국회와의 갈등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
또한 이번처럼 상위법을 저촉하는 경우라면 행안부가 대법원에 ‘조례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과 ‘조례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를 통해 조례를 충분히 ‘무력화’할 수 있다.
실례로 행안부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인천시가 상위법을 조례로 위반해온 지하도상가 전대차계약 등의 유예를 해주겠다는 조례에 기관소송을 걸어 대법원으로부터 이 조례의 효력을 소멸시킨 바가 있었다.
만약 행안부에서 이런 점들을 빌미로 향후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해주는 보통교부세 등에 대해서도 인천시에 꽤 높은 수준의 ‘패널티’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민·관에서 동시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