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부평 미군기지(캠프마켓)의 조병창 병원건물 철거 여부를 놓고 법원이 오는 20일 심문을 진행키로 했다.
행정적으로는 인천시가 철거를 강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철거를 판가름할 기준을 법에라도 맡겨보자는 지역사회의 판단으로 보인다.
인천지방법원은 최근 신청된 ‘조병창 병원건물 철거 중지 가처분’과 관련해 20일자로 심문을 진행키로 하고 신청인에게 이를 최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처분 신청 주체는 조병창 철거를 강력히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 측인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이하 추진협)’이다. 추진협의 대표자 3인(이민우 소병순 용명희)의 이름으로 지난달 23일 신청됐다.
추진협은 당시 가처분 신청서를 통해 조병창 병원건물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소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청내용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당시의 일본이 1만명 이상의 조선인 노동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강제동원해 소총, 포탄 등 무기를 만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부상을 당하면 치료를 받던 곳이 조병창 병원이었다.
또 태평양 전쟁 이후 국내의 강제동원의 대표적인 사례가 조병창 건물인 만큼 일제의 침략 전쟁의 만행을 알리는 증거가 될 수 있도록 보존의 필요성이 높다는 의견도 함께 담겼다.
또 조병창 병원건물을 존치한 상태에서 하부오염 토양을 완전히 정화할 수 없다고 했던 국방부 측 주장은 타당하지 않으며 국방부가 고집하는 지중정화방식이 아닌 굴착정화방식으로 오염 정화는 얼마든 가능하다는 의견도 함께 냈다.
또 국방부가 부평구 인근 주민들에게 토양오염 정화를 법적 기한인 2023년 내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주장을 했던 것에 대해서도 국방부와 인천시가 위해성평가 신청을 하면 법적 기한에 구애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도 적시했었다.
실제 캠프마켓 인근 거주민과 부동산업계 관계자, 국민의힘 소속 지역 정치인 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고 알려진 ‘부평숲추진위원회’는 이러한 국방부의 주장을 근거로 “현재 조병창 건물은 물론 캠프마켓 내 건물 일체를 모두 철거하고 일산호수공원과 비슷한 형태의 공원 추진을 하라”고 인천시 등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 소속인 해당 지역구 기반의 한 정치인의 SNS에도 “돈과 시간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로 이들(부평숲추진위)의 편을 대놓고 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또 과거 문화재청이 2021년 8월 인천시에 조사를 마칠 때까지 조병창 병원건물 철거를 유예해달라고 했던 것과 지난해 8월에도 문화재청이 정화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병창 병원건물이 최대한 남겨질 수 있도록 요구한 사실도 함께 기재했다.
문화재청의 취지가 보존의 가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그 취지에 맞게 하겠다면 굴착정화 방식을 도입하고 위해성평가를 통해 정화기간을 연장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논리다.
현재 추진협은 인천시가 지난 1월 19일 철거를 최종 확정해 국방부에 이를 통보하자 그달 25일부터 촛불시위와 천막농성 등 저항에 돌입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달 8일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시점이었던 7일 오전 가림막 설치를 하며 철거작업을 본격화했고 이에 인천시는 공개회의로 진행키로 했던 시민참여위를 당일 예고도 없이 돌연 비공개로 바꿔 기자들의 출입까지 모두 막았다.
정황 상 시민 반발을 우려한 국방부가 인천시에 비공개를 요구하고 행정적으로 이미 철거로 가닥을 잡은 인천시가 이를 수용하는 모습으로 소위 ‘쿵짝’을 맞췄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어서 지역사회에서는 논란이 상당했었다.
한편 관할인 부평구는 공식입장은 내놓은 바 없지만 지난달 16일 조병창 병원건물 해체 공사를 승인한 바 있다. 즉 철거작업은 지금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단계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역시 따지고 보면 국방부가 시민참여위 보고 직전 시점은 물론 부평구의 승인 전 시점에서 철거기반작업을 시작한 셈이 되는 만큼, 수많은 논란의 지점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