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대형병원의 소아청소년과 등 ‘비인기 분야’ 전공의 지원 인력이 부족해 자칫 의료 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인천에서도 인천성모병원과 길병원 등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진료중단 등 사태가 현실화 되면서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특단의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길병원과 인천성모병원 등 인천시민들이 익히 알고 있는 종합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야간진료 및 입원진료 등이 중단되거나 중단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인천성모병원은 올해부터 소아청소년과 응급실의 야간진료가 중단된 것이 뒤늦게 알려져 이를 확인한 시민들로부터 논란을 사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명이 빠져나갔으나 충원하지 못해 진료체계에 차질이 생기는 바람에 올해부터 소아청소년과의 야간 응급진료가 중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일과시간(오전 8시 30분∼오후 5시 기준)까지는 외래진료나 입원 등은 가능하나 그 외 야간 시간대 응급 진료는 현재도 중단돼 있다.
병원 측은 “이용 환자들이 겪을 수 있는 불편을 줄이도록 조속히 의료진을 충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분위기로만 보자면 쉽지는 않다. 남동구 소재 가천대 길병원 역시 사정이 다르진 않다.
인천성모병원과 비슷한 이유로 전공의를 충원하지 못해 지난해 12월부터 약 한달여 동안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가 중단됐던 사실이 확인됐다.
길병원은 다행히 지난달 전문의 2명을 충원하면서 입원진료를 재개한 상태지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 절차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여전히 해당 과의 전문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인천에서만 이런 사례가 일어난다면 오히려 다행이겠지만 불행히도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의료업계에서 ‘비인기 분야(주로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도 소아청소년과 등과 함께 언급됨)’의 전공의들이 일선 병원에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집계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는 53명으로 전체 정원 208명 중 25%밖에 채우지 못한 상태다. 이 통계만 봐도 인천의 종합병원에서 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못 구해 어려웠는지 답이 나온다.
심지어 ‘국내 Big 5 명문병원’으로 불리는 세브란스 병원조차 소아청소년과 지원경쟁률이 ‘0.2:1’이라는 처참한 수치를 보이며 이들 명문병원들의 소아과 분야 의료인력이 미달되는 현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부산에서는 종합병원 6곳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단 한 명도 채용하지 못했다. 지원자가 없었기 때문. 해운대백병원이 5년 넘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못 구해 애를 먹는 등 사실 상황만 보면 인천보다 더 심각하다.
광주 역시 마찬가지로 조선대병원과 광주기독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단 1명도 충원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대병원이 2명을 채용할 수 있었으나 1~4년차 전체 인원 16명 중 6명만 근무하고 있어 역시 채용난이 심각하다.
충청지역에서 소아외과 수술을 전담하고 있는 충남대병원 역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충원하지 못했고 같은 충청권의 대전 역시 대전성모병원·건양대병원·을지대병원 등 대전의 다른 종합병원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채용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소아청소년과가 의료업계에서 기피되는 가장 큰 이유라면 아무래도 저수가와 감정노동, 의료사고 위험에 가장 노출돼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특히 국내 소아청소년과의 ‘주 수익처’라고 할 만한 부분이 사실상 ‘진료비’의 영역밖에 없다보니 미래 의료인력들에겐 자연스럽게 기피현상이 되고 만 것이다.
실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2020년 68.2%에서 2021년 34.4%, 2022년 27.5%로 2년 사이 40% 넘게 떨어져 있다. 가뜩이나 기피하는 분야인데 사실상 국가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증된 셈이다.
소아청소년과뿐만 아니라 응급상황이 시급한 산부인과, 외과 등에서도 전공의 기피현상이 나오고 있지만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의료업계에서는 완전히 몰락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전공의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국내 소아청소년과 의료 체계에 일종의 ‘적신호’가 켜졌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서 중증·응급·분만·소아 진료 분야에 대한 수가 보상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보완책이라고 내놨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반응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적지않은 의료인들이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의료과실 형사처벌에 대한 면책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지역사회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데 물론 충분한 논란이기는 하지만 이런 주장이 나온 배경 역시 충분히 있었던 셈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소아청소년과의 의료인력 회복이 가능한 시기를 이미 놓친 게 아니냐는 심각한 수준의 의견도 벌써부터 나오는 상태다.
대한의사협회의 경우 MBC PD수첩을 통해 소아청소년과 의료인력의 수급과 관련 “일종의 ‘골든타임’의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그 시기는 이미 지났고 지금이라도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이후론 아무 손도 못 쓸 수 있는 ‘서든데스’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다소 ‘무서운 경고’를 전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