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29일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참사로 숨진 러시아 국적 고려인의 시신이 우여곡절 끝에 본국으로 송환될 수 있게 됐다.
현재 전쟁 중인 러시아의 항공편이 끊어진 상태에서 국내의 한 문화원과 대사관 등이 물심양면으로 노력해 결실을 봤다.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은 10월29일 이태원 참사로 숨진 A(25)씨의 시신을 4일 오후 5시 경 동해항국제여객터미널로 이송, 블라디보스토크행 국제여객선에 실려 러시아로 운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A씨는 한국에 먼저 정착한 아버지를 따라 1년 6개월 전쯤 국내로 입국해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 정착해, 올해 초부터 유치원 강사로 취업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는 이태원의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회사 동료와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시신은 현재 경기도 의정부의 한 병원에 안치돼 있는 상태로, 유족들은 A씨의 시신을 고국인 러시아로 송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 중에 있는 상태에서 절차가 쉽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로 현재 한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직항 항공편은 모두 끊겨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 지원금은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이후 지급되는 것으로 돼 있고 시신 운구비용에도 1천만 원 넘는 비용이 부담으로 이어져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소식은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및 주한러시아대사관에도 들렸고, 해당 문화원과 주러대사관은 A씨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보고 송환 절차에 노력했다.
그 결과 문화원 측이 러시아의 배편을 확보했고, 대사관 측이 장례 대행업체를 지정하면서 운구 절차도 협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문화원은 함박마을 함박종합사회복지관에서 추도식도 열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주러대사관은 운구비용 총 1,200만 원 중 750만 원을 유족에게 빌려주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에 직원을 보내 유족의 지원금 신청을 돕는 등의 활동으로 비용 문제를 해결했다.
빌려준 지원금은 향후 정부로부터 늦게라도 지급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A씨 가족의 계좌에도 적지만 기부금이 모였고 다른 기관 및 단체에서도 후원 의사를 밝힌 상태다.
A씨는 지난 7월 자신의 SNS를 통해 “1년 전 한국어도 못하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한국으로 왔다. 그냥 여기서 살고 싶었다. 위험하고 즉흥적인 결정이었지만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는 등의 글을 남겨 한국에 애착을 보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원 측은 “모인 후원금은 러시아 현지 장례 절차 및 유족 위로금 등으로 활용될 예정으로 안다”며 “평소 한국에 애정이 많았던 청년에 지역사회가 보인 관심과 사랑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