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이른바 ‘가평 계곡 살인사건’으로 기소된 이은해(31·여)씨가 1심 판결에서 검찰 구형과 같은 내용의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다만 이씨의 내연남인 공범 조현수(30·남)씨는 ‘간접살인’이라는 등의 이유로 검찰 구형보다는 낮은 징역 30년에 출소 후 전자발찌 20년의 중형이 구형됐다.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는 27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조씨에게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다시 살인을 저지를 우려가 있다고 보고 형 집행 종료 후 20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 등도 명령했다. 이씨의 경우 무기징역 상태가 3심에서도 확정돼 바뀌지 않으면 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의미가 없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들이 거액의 생명 보험금을 노린 한탕주의에 빠져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이씨와 조씨 모두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었는데 1심에선 조씨의 형량이 감소한 것이다.
법원은 이번 사건이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에 의한 직접(작위) 살인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다이빙 후 물에 빠진 피해자를 일부러 구조하지 않은 간접(부작위)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법에 의해 금지된 행위를 직접 실행했으면 작위,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으면 부작위로 판단하는 기준에 따른 것이다.
작위에 의한 살인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높지만, 재판부가 내린 형량을 감안하면 이씨와 조씨의 범행에 대해 사실상 직접 살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린 피고인들이 2차례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단념하지 않고 끝내 살해한 점을 보면 범행동기와 수법 등 전반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밝혔다.
또 “(계곡살인 당시에도)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구조를 하지 않고 사고사로 위장한 것은 작위에 의한 살인과 사실상 동일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사건 피해자는 사랑하는 부인과 지인의 탐욕으로 인해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서 생명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유족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받았음에도, 이들이 수사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범행을 은폐하려 했고 반성을 하거나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 등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씨에게는 “죄책감이나 죄의식도 없이 살해 시도를 반복했고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죽을 때까지 범행을 시도했을 것”이라며 “사회로부터 영구격리해 속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지난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윤씨 명의로 가입된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수영을 못 하는 윤씨에게 구조장비 없이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뛰어들게 해 살해했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당시 설명이었다.
이에 앞서 이들은 동년 2월과 5월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피해자 윤씨의 유족들은 이날 공판의 결과를 지켜본 뒤 눈물을 흘리면서 판결에 감사함을 표했다.
유족들은 인천지법 앞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증거가 없다는 등 미진한 상황에서 우리가 불리했을 것으로 봤는데 판결엔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히며 “열심히 수사해준 검찰과 일산 서부경찰서에도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유족 측은 공범 조씨에게는 검찰이 구형(무기징역)보다 낮은 징역 30년이 선고된 점에는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날 이씨 등의 선고 공판이 진행된 인천지법 324호 법정 앞은 재판 전부터 방청객 및 취재진들로 방청석이 모두 채워졌다. 일부 방청객들은 서서 혹은 바닥에 앉은채로 재판을 보는 상황이 연출돼 해당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