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서울고등검찰청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가 18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과 배치되는 내용의 감청정보 등 군사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거나 합참 보고서에 허위내용을 쓰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13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가 있었고, 회의 후 서 전 장관 지시에 따라 밈스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이 삭제됐으며, 비슷한 시간에 국정원도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회의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주재로 열렸는데, 서 전 장관을 비롯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사원은 안보실 주도로 국방부, 국정원 등 관계 기관이 이씨 사건을 자진 월북으로 규정하기 위해 여러 증거를 은폐하고 왜곡했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24일 국방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당시 회의 내용에 대해 “현재까지 알고 있는 첩보들을 취합해 맞추는 회의를 한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김홍희 전 해경청장의 경우 같은 사건 경위를 수사한 해경의 총책임자였던 점을 들어 직권남용 및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 등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결론을 내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 증거 은폐, 실험 결과 왜곡 등을 통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판단해 수사 결과를 발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배에 남은 슬리퍼가 이씨의 것이었다거나 꽃게 구매 알선을 하던 이씨가 구매 대금을 도박 자금으로 탕진했다는 등 해경이 발표한 월북 동기가 미확인 및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고 보고 있다.

감사원은 이씨가 발견될 당시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국방부 등의 자료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김 전 청장이 “나는 안 본 걸로 할게”라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었다.

한편 검찰의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지난 6월 이래진씨 등 고 이대준씨 측 유족들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신병 확보가 시도된 것이다.

검찰은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을 소환해 조사를 한 바 있다. 당시 두 사람 모두 관련 혐의는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검찰은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는대로 해당 의혹의 윗선 개입 여부를 규명하겠다는 명분으로 조만간 서훈 전 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고 이대준씨 측 유족은 7일 오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감사원 관련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기자회견도 했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