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인천의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부평 캠프마켓 오염토양 정화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당 정화비용을 주한미군에 청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인천녹색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와 2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부평미군기지맹독성폐기물주한미군처리촉구대책위원회’는 17일 성명을 내고 “국방부는 부평 캠프마켓 오염토양 정화비용을 주한미군에 청구하라”고 주장했다.
최근 인천시는 ‘캠프마켓 다이옥신류 등 복합오염토양 정화를 위한 민관협의회’를 5일 17차 회의를 끝으로 종료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관협의회는 정부 부처(국방부･환경부) 및 지자체(인천시･부평구), 시민단체와 주민, 환경전문가 등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었다.
민관협의회는 지난해 11월 캠프마켓 A구역 내 대규모 다이옥신 토양오염 정화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주변지역의 유류·중금속 오염 정화는 내년 6월까지 완료할 계획임을 인천시를 통해 전했었다.
인천시는 민관협의회의 다이옥신 정화작업이 당초 1만 피코그램(pg-TEQ/g)이 넘었다가 정화작업을 완료한 지난해 9월 30일 분석에서 2.18 피코그램만 검출돼 당초 목표치 100 피코그램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었다.
하지만 정화과정 전반이 인근 주민들에게는 상세히 공개되지 않으면서 이같은 발표에 의구심을 가진다는 여론도 없지는 않은 상황이다.
대책위는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A구역 정화를 완료했다고는 하지만, 해당 토양의 균일성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오염은 다시 확인될 수 있다”며 “특히 A구역은 시민구역으로 활용하는 만큼 사후관리가 계속 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가 국방부에 투명공개를 요구하는 부분은 ▲A구역의 정화과정 전반의 구체적인 결과 ▲반환예정인 D구역 오염조사결과 ▲토양오염 정화비용을 주한미군에 청구하는 것 등이다.
특히 토양오염에 대한 정화비용 부담 주체를 오염의 원인주체로 확실히 정해 이른바 ‘환경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 대책위의 논리다. 다만 현재로선 시민사회단체의 이러한 주장이 수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01년 신설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서 해당 내용과 관련된 적시사항은 인천시가 미군에 직접 정화비용을 청구할 수 없도록 돼 있고, 정부 역시 사실상 그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SOFA 환경조항에는 미군이 한국의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미군의 법적 의무를 포함해 환경 범죄에 대한 행위자 처벌, 환경 정화 비용의 지불 등에 대한 명시적 강제 규정이 없다.
또한 미군이 기지 반환 시 ‘원상복구 의무가 없다’고 명시한 부분(SOFA 제4조)은 미군의 보상 책임을 면제하는 사실상의 독소조항으로 평가돼 왔다.
실례로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경우, 앞서 언급한 이런 내용들 때문에 서울시는 정화비용을 미군이 아닌 정부에 청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이에 대한 어떠한 책임부담도 지지 않았다. 사실상 SOFA 조항이 미군에 ‘면책’을 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