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인천녹색연합 측이 공개한 인천시의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 경관개선 사업의 디자인 내용. 언뜻 봐도 자연경관과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다.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2억 원에 가까운 시민 혈세로 백령도 진촌리 하늬해변 입구에 추진한다는 경관개선사업이 논란이다.
천혜의 자연을 벽화와 트릭아트 등 인공구조물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인데, 주민들부터도 반대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28일 인천녹색연합은 성명을 내고 “주민의견을 무시한 것은 물론 국가지질공원과 생태관광지역의 가치와 정체성을 훼손하는 방향의 사업을 전면중단하고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위치한 국가지질공원에 대한 시의 경관개선사업 세부사항을 살펴본 바로는 해당 사업으로 지질공원 및 생태관광지의 정체성을 오히려 훼손할 수 있다고 보며 실제 이런 의견이 주민들 사이에도 많다는 것이다.
하늬해변 입구의 진촌리 현무암은 국가 지질 명소이자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백령·대청도에 걸친 지질명소들은 하늬해변을 비롯해 두무진, 사곶해변, 콩돌해안 등 10개소가 있는데, 실제 이 일대는 천연기념물 제331호 점박이물범의 집단서식지이기도 하다.
시는 1억 8천만 원을 들여 하늬해변 입구의 경관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업 내용과 디자인을 보면 이곳의 특징과 상당히 이질감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 해변 입구의 옹벽과 바닥에 점박이물범 캐릭터를 활용한 벽화, 트릭아트, 안내판 및 포토존 등을 올해 11월까지 설치한다는 계획인데, 이들 구성물들은 모두 인공구조물이기에 자연에 의해 형성된 백령도 특유의 경관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6월 백령지역 주민들 위주로 구성된 ‘생태관광협의체’라는 단체가 시의 이러한 디자인 도안 및 계획에 우려하는 내용으로 공문을 보내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녹색연합은 “해안 출입구 및 옹벽 등에 디자인하겠다는 과도한 이미지, 시설물 등은 이 지역의 생태경관적 특징과 지정학적 특수성(군 시설 및 통제관리지역) 등 하늬해변만이 갖고 있는 진지한 의미와 경관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트릭아트 등은 관광객의 흥미유발에 치중한 나머지 경관 이미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가장 크며, 자칫 흉물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고 보고 “시는 국가지질공원을 일반 관광지 취급을 하고 있는 자세를 벗어나, 가급적 기존 경관의 특성을 잘 살리고 보완하는 차원에서의 경관 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녹색연합은 이러한 이유로 “현재의 경관사업 방향은 전면 중단하고, 백령도가 가진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도 시는 사업을 그대로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전문가 자문도 있었고 대시민 선호도 조사 등을 거쳐 확정된 디자인인 만큼 수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이미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군 시설에 해당되는 옹벽이 자리한 해변 입구의 경관개선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추진하면서 의견수렴의 과정도 있었던데다, 이미 착공한 상태인 만큼 현재로선 디자인을 바꾸기 어렵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