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신=양성현 기자)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고법은 수년째 병수발을 들었음에도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76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1년부터 남편이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해져 매일 관장을 해주는 등 극진히 간병했는데도 남편은 평소 성격대로 지팡이를 이용, A씨를 폭행거나 폭언을 멈추지 않았다.
이로 인해 A씨는 2016년부터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이 악화해 올 초에는 전반적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환각·망상·충동성 치매 심리증상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에게는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조사결과 A씨는 지난 1월 집에서 남편이 '누구와 잠을 잤느냐'고 성적 모욕감을 주고 지팡이로 목을 조르자 화가 나 주방에 있던 흉기로 남편을 찔러 숨지게 하고 112에 신고해 범행을 털어놨다.
1심은 "A씨는 간병을 홀로 감당했음에도 남편에게 폭언, 폭행을 당하게 되자 스트레스를 받아 치매 증상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순간 흥분해 일어난 우발적 범행으로 판단,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징역 3년형이 너무 무겁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A씨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전과, 범행 후 정황을 고려할 때 원심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단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A씨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심신미약 상태를 넘어 사물을 변별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