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신=최태범 기자) 경찰청 의경부대 지휘관들의 의경대원들을 상대로 한 갑질이 적지 않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 병에 대한 갑질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쳐 부대 악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국회의원(인천시 남동구갑)이 17개 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최근 3년간 의경대원 상대로 부당 행위나 갑질 등이 적발된 경찰관은 79명에 달했다.

적발 내용은 폭행은 물론 귓불을 만지거나 뒤에서 껴안는 등 성추행 및 성희롱을 하는가 하면 총기 손질 중 총기를 의경들에게 겨누는 장난을 친 경찰도 있었다. 빨래나 사적 심부름을 시키고 승진공부를 핑계로 자신들의 업무를 의경들에게 전가시킨 사례도 있다.
 
게다가 욕설과 모욕 등도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는가 하면 사적업무를 전가한 것이 적발돼 6명의 경찰관이 무더기로 경고조치를 받는 일도 있었으며 자신의 차량 세차를 의경 대원에게 시키고 음담패설을 일삼은 경찰도 있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시가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제주도 13명, 울산시 8명, 부산시・인천시・충남도 각 6명, 대구시 5명, 충북도・경북도 2명, 대전시・경기남부・경기북부・강원도・전북도 각 1명으로 확인됐으며 광주시와 경남도는 없었다.

그러나 이들 중 최고 징계수위는 정직2월에 불과하고 73%에 해당하는 58명은 징계에도 해당 되지 않는 주의나 경고, 불문경고처분을 받았다. 지난 2월 의경들의 고발 등으로 가혹행위 및 갑질이 확인된 대구 경찰관들에 대한 징계 역시 정직 2월과 견책에 불과했다.

현행 경찰 공무원 징계양정규칙에 따르면 직권 남용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가혹행위 등을 했을 경우 그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이라 하더라도 감봉 수준의 징계를 내리도록 하고 있으나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솜방망이 처분으로 갑질 등 적발 건수는 2015년 17명, 2016년 38명, 2017년 7월 기준 24명으로 증가 추세다.

갑질로 징계를 받은 경찰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행 등 명백히 드러나는 가혹행위가 아닌 이상 욕설 등을 장난으로 치부하는 부대 내 분위기와 폐쇄된 조직 문화가 갑질 등 괴롭힘을 당연시하거나 묵인하도록 조장한다는 것. 또 이러한 갑질을 일삼은 경찰 중에는 소원수리를 못하게 강요하는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의경 대상 갑질로 징계를 받은 경찰 대부분이 부대 지휘관 등 경감 이하 직급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찰 갑질의 대부분은 육군 공관 병의 경우처럼 고위직으로 갈수록 은폐되기 쉽다.

이와 관련 박남춘 의원은 “경찰이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지만 내부적으로 약자인 의경 대원들을 상대로 한 갑질이 만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갑질 행위는 물론 갑질을 축소 은폐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히 엄단해 자정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