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UTD의 새 감독으로 취임한 윤정환 전 강원FC 감독이 취임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질의 도중 준비자료를 잠시 살펴보고 있다. (사진=인천UTD)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올 시즌 2부리그로 강등된 인천 프로축구 구단 ‘인천유나이티드(인천UTD, 이하 ‘구단’으로 표기)’이 새 사령탑을 선임해 내년 시즌 승격을 다짐했지만 팬들의 민심은 여전히 진화 양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어수선한 국정 속에서 극우성향 시사평론가의 내정설과 유소년 팀 감독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전하는 등 여러 문제들이 올라오면서 결국 축구 팬들은 “감독만 바꾸면 만사형통인 줄 아느냐”는 식의 성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구단은 26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소재 구단 축구센터에서 사전 선임한 윤정환 전 강원FC 감독의 공식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감독은 “우리가 잘해서 정말 인천이 혁신이 됐고 변화됐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K리그에서 ‘1부리그 생존왕’ 이미지가 강했던 구단은 올 시즌 ‘9승 12무 17패’라는 한 자릿수 승수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끝에 K리그1 최하위에 그치며 2부로 강등됐다.

그러자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달 구단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고 별도의 혁신위를 꾸려 최근까지 쇄신작업을 했으나 혁신위는 사실상 성과 없이 3주간의 활동을 종료하며 팬들의 큰 비판을 받았다.

다만 다음 시즌부터 감독 자리를 책임질 코칭스태프 인선에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는 듯한 모습이 보이다가 올해 강원FC에서 준우승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남기고 퇴임한 윤 전 감독을 영입하는 데에 성공했다.

윤 감독의 부임 소식이 전해지자 축구 팬들 일부는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올해 그는 지난해 시즌에서 가까스로 잔류해 사실상 우승권과 거리가 있다고 느껴쪘던 강원 구단을 ‘K리그 준우승’과 아시아 챔피언스 리스 진출 등 성과를 올려 최근 이적시장에서 주가가 높았기 때문.

실제 올 시즌의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의 감독상’까지 거머쥐는 영예까지 누렸기 때문에 2부리그로 떨어진 인천 구단을 지휘하게 된 과정 역시 축구팬들로부터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많다.

윤 감독의 부임으로 추후 코칭스태프의 윤곽 역시 어느정도 잡힐 것으로 보이지만 구단의 문제는 비단 올해 성적과 코칭스태프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

우선 윤 감독을 불러오는 과정에서 최영근 전임 감독의 거취를 협의 하에 정리하는 것이 적절했지만 그러한 협의 테이블 이전에 윤 감독과 계약을 추진하면서 이중계약 논란이 불거졌던 것.

이에 대해 구단 측은 감독을 경질할 시 계약서와 K리그 연맹 규정에 따라 구단의 경질 통보로 계약이 종료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사전에 잔여연봉 지급 등에 대해 합의가 된 상태인 만큼 이중계약은 아니라는 입장이나 축구 팬들은 향후 다른 길을 찾아야 할 전임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었다며 비판하고 있다.

또 유소년 팀을 지휘하던 최재영 전 감독을 심찬구 전 임시 대표이사가 경질하려 했다는 의혹도 나오면서 구단 안팎은 물론 지역사회 차원에서까지 비판이 이어지자 24일 심 대표이사가 사의 표명을 하는 등 내홍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늘 기자회견을 한 윤 감독은 “심 전 대표와 굉장히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하면서 그분의 고민과 열정에 많이 공감하게 됐고 인천 구단과 한국 축구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지적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윤 감독 입장에서는 심 전 대표와의 소통을 통해 감독직을 맡게 됐는데 정작 심 전 대표는 사의 표명을 하고 자리에서 이탈한 상태가 됐기 때문.

여기에 최근 활동을 종료한 혁신위가 ‘구단 철학’을 언급하면서 현 유정복 인천시장의 민선8기 구호인 ‘초일류 도시 인천’을 언급하고 최근 극우성향 시사평론가의 구단 대표 내정설이 도는 등으로 유 시장이 ‘구단주’의 직책을 이용해 구단을 정치적 도구로 악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도 나왔다.

인천 구단은 ‘시민구단’에 해당되기에 현재 시점에서의 ‘인천시장’이 ‘구단주’로서 역할을 하는데, 물론 구단의 대표이사가 따로 있다고는 하지만 이 때문에 “정치성향이 편향된 자가 시장직에 있을 경우 구단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국이다.

구단은 이사회에서 한국GM 부사장과 인천축구협회장 등을 맡았고 과거 구단 대표 경력이 이미 있었던 조건도 전 구단 대표이사를 추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물론 논란이 많은 극우 성향 평론가보다는 조 전 대표이사의 선택이 나을 거라는 것에는 이견은 없겠지만 시선에 따라서는 이미 과거 구단 운영 경력이 있는 조 전 대표이사의 프런트 체제가 당초 시가 의도한 ‘쇄신’의 목표에 과연 맞는 것이냐는 지적도 나올 만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장 ‘뿔’이 난 건 역시 구단 서포터즈 등 축구 팬들일 수밖에 없다. 최근 구단 팬들은 구단 축구센터와 인천시청 등에 유 시장과 심 전 대표이사의 구단 운영방향을 비판하는 의미로 100여 개에 가까운 근조화환을 보내 설치하기도 했다.

또 구단 서포터스 ‘파랑검정’은 서포터즈를 중심으로 인천 축구 팬들이 모여 28일 인천시청 앞에서 집회 등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랑검정은 유 시장에 대해 “우리는 구단의 미래 발전을 위한 시민공청회를 제안하는 바이며, 구단주가 이를 수용하길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