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12.3 비상계엄으로 ‘내란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인천지역의 시국선언이 현재로서는 투표권이 없는 10대 고교 여학생들에게서도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다만 이렇게 일어난 여학생들의 시국선언에 소위 ‘개념상실’을 한 남고 학생들이 사이버 폭력을 시도하는 등의 움직임이 번진 것으로 알려져 결국 교육당국의 조사까지 진행되는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인천에서는 최근 인천 연수구에 소재한 인천여자고등학교 116대 회장단이 공식적인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현재 이 시국선언문은 학교 내 곳곳에 게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5.18 민주화운동 소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무력의 과거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생각을 세계가 동의했지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이 동의를 깼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사를 배우며 과거의 두려움을 우리 청소년이 겪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대통령의 의무라고 배웠는데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고 권력과 무력으로 언론과 국회를 막는 대통령은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화 항쟁은 국민 모두가 기억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일군 민주주의를 누리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기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청소년 역시 이 나라의 주인으로 2016년 광화문의 촛불처럼 우리의 움직임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민주 대한민국을 이뤄낸 역사와 함께 한 인천여고 학생으로, 우리는 이러한 역사의 반복을 방관해선 안된다고 배웠기에 우리는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여고 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인천에서는 최초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사례다. 앞서 경남 간디고등학교가 전국 최초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뒤이어 인천여고와 서울 송곡여고, 그리고 윤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에서마저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또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청소년 단체들도 시국선언을 직접 발표하거나 참가하는 등 고교생들의 시국선언도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인천에서는 몇몇 남학생들이 이들의 시국선언에 사이버 테러를 가한 등의 정황이 확인되면서 결국 교육당국이 자체조사에 착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날 인천시교육청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인천여고 학생회장단이 주변 남고생들로부터 조롱을 받는 등 사이버 폭력 의혹이 제기됐다는 내용을 접수하고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는 한 누리꾼이 SNS 등을 통해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인천여고 학생회 학생들에 대해 인근 남고생들이 학생들의 얼굴 평가를 하는 등 시비를 거는 정황으로 인해 현 탄핵정국에서 용기를 낸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달하면서 문제로 비화됐다.
실제 SNS 플랫폼 ‘X(구 트위터)’에는 인천여고 주변 남고생으로 추정되는 계정으로 시국선언문을 거론하며 “XX들 단체로 뭐 잘못 먹었나”라는 글이 올라왔다.
또 피해를 당했다는 여학생들의 글에는 “내가 했다는 건 아니지만 뭐 이럴 각오도 안했습니까?”라며 마치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들은 사이버 괴롭힘을 당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글까지 남기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이러한 내용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폭력에는 사이버폭력도 포함돼 있다고 밝히며 “해당 글들이 사이버폭력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누가 글을 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