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국회가 본회의에서 인천고등법원의 3월 1일 개청을 확정하는 법안을 최종 통과시킨 가운데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의 국회의원이 ‘훼방’의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인천지방변호사회와 인천상공회의소,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지역 사회단체들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의 곽규택 의원(부산서·동구)이 인천고법 설치법안에 대해 “인천에 민주당 의원들이 많아 (민주당 과반의 국회에서) 작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의원은 “수십 년 동안 인천은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서울고법 관할에 있으면서 그렇게 불편하다 이런 말이 사실 없었다”고 주장하며 “정말 뭘 나눠 주듯이 법원을 설치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마치 비아냥거리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고법을 설치하자고 하는 인천에는 민주당 의원님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게 작용한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인천고법의 설치를 민주당만이 요구하는 것으로 무리하게 통과됐다는 식의 의견을 달며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국힘 소속의 곽 의원이 국회의 인천지역 14석 중 12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것인데 같은 당의 배준영 의원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부분까지 외면하면서 사실상 일종의 ‘정치공세’를 편 것.
그러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인천고법 설치는 예산과 인력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 반면 인천시민들 법률서비스를 위해서 정부에서도 반대하지 않는 내용인데 곽 의원이 본인을 위해서도 동의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곽 의원에게 권유했지만 곽 의원은 말을 듣지 않았다.
이에 정 위원장은 표결 과정에서 찬반 의사를 거수로 확인했는데 정작 곽 의원이 반대에 손을 들지 않자 “반대한다며 왜 손 안 드느냐”며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곽 의원의 이러한 행위는 사실상 ‘훼방’으로 볼 수 있는데 이를 확인한 인천지역 17개 시민사회단체는 공동으로 곽 의원의 발언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곽 의원은 객관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경솔한 발언을 했고 이는 과거 인천에 대한 일부 정치인들의 인천 비하 발언의 연장선”이라고 규정했다. 또 “인천고법 설치를 위해 110만 서명을 통해 노력해온 시민들의 노력과 여야 정치권 및 인천시의 모든 노력을 무시한 것”으로 규정했다.
시민단체들은 “곽 의원의 주장과 달리 인천시민은 고등법원의 부재로 오랜 기간 극심한 불편을 겪어왔음이 통계로도 증명된다”며 “인천은 인구 당 항소심 사건 수 전국 2위, 인구 10만 명당 항소심 사건 수가 23.4건으로 서울(26.1건)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인증했다.
이어 “인천시민들은 서울고법까지 출석하기 위해 평균 1시간 30분 이상의 왕복 이동 시간을 소요해야 하며 교통비 및 기회비용으로 연간 수십억 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참는 중”이라며 “곽 의원이 이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서울과 가까워 불편함이 없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단정했다.
시민단체들은 그간 인천고법의 설치는 여야가 함께 논의한 초당적 법안인 만큼 곽 의원이 자당 동료의원까지 폄하라는 ‘자충수’를 뒀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월 18일 박찬대·배준영 등 여야 국회의원을 비롯한 인천 의원 모두가 공동주최한 ‘중단 없는 인천 발전 토론회’에서도 여야 지역 의원들이 뜻을 모아 인천고등법원 설치의 필요성과 실현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했던 점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해당 토론회에서는 심지어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표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발제됐는데 곽 의원은 국민의힘까지 포함된 지역의 협력과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곽 의원은 공식적으로 인천시민들에게 사과하라”면서 “인천을 폄하하는 발언에 이어 인천고법 법안에 대해 또 왜곡하거나 반대한다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