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유경희 의원은 “(대회를 하는 것에 인천시는) 뭐 이렇게 비밀이 많으냐, 첩보활동이라도 하는 거냐”며 “대회는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시의 위상도 높인다고 홍보는 하는데 자료들 대부분은 비공개고 심지어 없다고까지 한다”며 답답해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른바 ‘깜깜이 밀실계약’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F1(포뮬라 원) 모터스포츠 대회 유치 건과 관련해 인천시의 ‘비공개’ 행정자세가 결국 행감서도 문제로 제기됐다.
특히 최근 인천시가 3개월 간 F1 관련해 생산된 120건 이상의 문서는 공개비율이 10%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기야 행감 자리에서는 “첩보작전을 펴느냐”는 식의 비아냥도 나오기에 이르렀다.
15일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시 문화체육관광국을 상대로 진행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문복위원장인 유경희 의원(부평2, 민)은 “시 문화체육관광국이 업무보고를 하거나 행감을 하거나 하면 기자들이 먼저 알고 우리 시의원들은 나중에 알게 되는 케이스가 너무 많다”며 “F1 대회 유치사업이 딱 그런 케이스”라고 꼬집었다.
그는 “F1이 지금 시민사회진영에서 반대가 극심한 상황”이라면서 “물론 반대한다고 의회까지 하지 말라고 딴죽을 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반대의 의견에 대한 답 정도는 인천시가 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감에서 유 의원은 “F1 관련해서 최근 3개월 간 생산된 문서가 125건 정도로 확인되는데 공개율을 확인해 보니 겨우 9.6% 정도 계산되더라”며 “심지어 시의원인 본인이 자료 알아보고 해도 (의원에게까지) 비공개라고 잡아떼는 게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유 의원은 “(대회를 하는 것에 인천시는) 뭐 이렇게 비밀이 많으냐, 첩보활동이라도 하는 거냐”며 “대회는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시의 위상도 높인다고 홍보는 하는데 자료들 대부분은 비공개고 심지어 없다고까지 한다”며 답답해했다.
유 의원의 이러한 타박은 나름 이유가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인천시의 F1 유치전은 유 시장이 강한 의지를 보인 끝에 시가 관내 도로 일부를 임시 시설들을 끌어와 서킷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추진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산과 환경 등을 우려했던 시민사회진영에서 반대의 의견이 강했다.
시민사회진영 중 인천평화복지연대(평복연)와 인천YMCA가 현재 반대 의견의 ‘최일선’에 서고 있는 상황인데 실제 이 두 단체는 6월 전반기 시의회 문복위가 F1 관련 용역비와 자문비 등 5억 5천만 원의 예산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며 시의회 앞에서 단체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임윈 전체가 ‘국민의힘 과반’으로 구성된 시의회는 당시에도 시가 제출한 F1 관련 용역예산 전액을 수정 없이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 이들 단체들의 비판도 한층 거세졌다.
실제 평복연 등이 F1 관련해서 자료 공개청구 등을 하기도 했지만 인천시는 상당부분의 공개요청자료들에 대해 ‘주최측과의 협의’를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는 상황인데 이러한 비공개 자료들은 심지어 ‘감시기관’인 의회에도 전혀 공개 및 보고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의회가 직접 나섰어야 했지만 지금까지 ‘국힘 과반’의 시의회는 같은 국힘 소속인 유 시장의 편을 들어주는 듯한 자세로 이러한 정보공개 청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특히 평복연 등이 과거 요구한 정보 중엔 ▲인천시가 F1포뮬러 측에 제출한 의향서 및 협약서(일본, 모나코) ▲F1 포뮬러 및 강나연(태화홀딩스 회장) 측에서 인천시에 제안한 F1 개최 제안서 및 협의 내용도 있었는데 이에 비공개 사유를 밝힌 인천시의 석연찮은 자세는 더더욱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시는 이들 요구자료들에 대해 “시장이 모나코 방문 시 제안한 의향서 및 협약서는 공개할 수 있으나 일본방문 때 제안한 의향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통보하며 “F1 및 강나연 회장 측에서 제안한 F1 개최 제안서 및 협의 내용 등은 공개대상 정보가 없다”고 답했었다.
그러자 평복연 측은 “F1 개최 제안서 및 협의 등에 대해 공개할 정보가 없다면 시 스스로 F1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근거가 없다고 자인하는 것인데 어떻게 적잖은 예산이 드는 F1을 강행할 수가 있냐”며 황당하다는 입장과 동시에 한층 강력히 이를 추궁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시가 지난 6월 시의회에서 통과시킨 예산을 4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전혀 쓰지 못한 정황을 포착해 “용역작업이 그대로 멈춰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며 시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인천시는 “용역작업이 멈춰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용역이 외국 업체와 협업이 필요한 내용이긴 하지만 통과된 가용 예산으로 추진하는 데에는 현재까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진영이 일찍부터 주장했던 비공개 자료의 비율 및 수와 이와 관련된 인천시의 행정자세 등에 대해서는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
다만 이날 행감에서 김충진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다음달 중 F1과 관련해서 인천시의회에 그간의 과정 등에 대해 별도로 보고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일부 비공개를 고수하는 자료들도 완화하라는 지시 및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국장의 이러한 코멘트를 들은 시민사회진영 일원들은 지금으로서는 그 코멘트가 ‘요식행위’가 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광호 평복연 사무처장은 “바깥에서 지켜봤을 때 인천시가 주최측에 좀 끌려다니는 느낌이 있는데, 공개 여부 등에 대해 ‘주최 측과의 협의’를 전제한다면 민간사업자인 주최 측이 공개를 당연히 꺼릴 것”이라며 “인천시가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받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보인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인천시가 어떤 사업을 하던지 시민들이 ‘예산상 피해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더욱 투명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시가 관련 용역도 하겠다는 것 같은데 그 과정까지도 우리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을 받으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지자체가 민간기업과 했던 협약 가운데 비공개를 고수했던 자료들을 법원 판결에 의해 공개해야 한다는 판례들이 있었고, 인천시가 시민 혈세를 써서 주도하는 용역에는 공개가 필수 원칙이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민사회의 우려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