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사진 가운데)이 일본 F1 경기 현장을 찾았던 모습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시민사회진영에서 연일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인천시의 F1(포뮬라 원) 모터스포트 대회와 관련해 인천시가 일부 정보 공개를 시민들에게 공개할 수 없다고 했던 배경이 이른바 ‘비밀유지협약’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러한 비밀유지를 전제한다면 사업을 심의해야 하는 인천시의원들이 내용을 모른 채로 진행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인천시가 유정복 인천시장과 같은 당 과반인 시의회를 패싱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기 때문.

18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12월 F1 주관사인 ‘Formula One Management(이하 ’FOM‘으로 표기)’와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하고 시의회에는 이를 전제로 보고 등을 생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천시로부터 F1 유치를 제안받은 적이 있었고 FOM은 비밀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내오면서 이 같은 협약이 체결됐다는 것이다.

협약의 내용은 ‘비밀유지’가 전제돼 있어 자세히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협약 자체는 정보공개포털에서 확인이 가능한데 이 협약을 진행했던 인천경제청은 현재 관련 업무를 인천시에 전부 이관했다며 전후의 상황은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는 현재 F1대회 유치를 위해 시 문화체육관광국 산하의 ‘국제행사추진단’이라는 이름의 전담조직을 별도로 꾸려 행정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인천시가 F1 유치를 위한 사전작업은 최소 인천경제청의 이관 시점이라는 지난해 협약 시점 이후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시의회에 보고가 전혀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마무리된 시의회 정례회는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다루면서 5억 5천만 원이 편성된 F1의 용역 및 자문비용을 심사했는데 예산안을 심사하는 시의원들이 정작 이러한 비밀유지협약 등 내용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예결위원장이었던 김대중 시의원(미추홀2, 국)도 “인천시의 설명으로는 올해 3~4월부터 유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하며 비밀유지협약 등에 대해서는 보고받거나 언급된 바가 없었다”고 밝혔다.

사실 시의원들이 모르기는 했으나 현재 상황에서 이 문제를 시의원들에게 나무랄 만한 상황은 아니다. 주요 사업에 대해 시가 보고조차 안 한 것은 명백히 시 집행부의 잘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당시 경제청과 FOM 측의 협약이 정보공개포털에 올라간 상황임에도 인천시는 시의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조차 안 했음을 물론 대외적으로 이 내용 자체에 대해서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어 의혹을 더 키우는 모양새다.

인천시 국제행사추진단 측은 “그 협약(비밀유지협약)은 지금 시점에선 효력이 없으며 그와 관련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다물 뿐 일체의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편 이달 초 시민단체 ‘인천평화복지연대(이하 평복연)’는 성명을 내고 “지난달 초 인천시에 F1과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인천시는 일부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통보해오는 등 숨길 것이 많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당시 평복연은 ▲인천시가 F1포뮬러 측에 제출한 의향서 및 협약서(일본, 모나코) ▲F1 포뮬러 및 강나연(태화홀딩스 회장) 측에서 인천시에 제안한 F1 개최 제안서 및 협의 내용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공식 청구했던 바 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에 대해 유정복 인천시장이 모나코 방문 시 제안한 의향서 및 협약서는 공개했지만 일본방문 때 제안한 의향서 등은 “법인 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통보했었다.

이렇게 인천시가 정보공개를 거부한 것이 지난해 12월 경제청-FOM의 비밀유지협약 때문인 것으로 사실상 밝혀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인천시는 일체의 해명 없이 시민사회진영이 비판 의견에 사실상 귀를 닫은 채 밀실에서 사업을 진행시키는 그림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당시 성명을 낸 평복연 측도 비밀유지의 세부 내용을 대외비로 하는 것은 그럴 수 있겠지만 협약 자체에 대해서도 입을 다문 것은 물론 심의기관인 시의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인천시가 F1 유치와 관련해 여러 적절하지 못한 정황들을 숨기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지역사회 차원에서 이어지고 있어 의혹과 비판의 여론은 당분간 진화되지 못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