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수도권매립지의 사용 종료와 관련해 ‘자신이 주도했다’는 4자협의체를 고수 중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이미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이 중론인 대체매립지 ‘공모’에 대한 미련을 아직 버리지 못한 듯한 발언이 나와 다시금 논란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 시장이 앞서 공모 절차를 ‘4차’를 마지노선으로 보는 듯한 의견을 이미 낸 만큼 ‘미련’보다는 일종의 ‘명분’으로 보자는 의견도 있다.
22일 열린 인천시의회 제29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명주 의원(서구6, 민)은 지난 3차 공모까지 빈손의 결과뿐이었던 대체매립지의 4차 공모 절차에 대해 질의하면서 “조건을 완화해도 응할 지자체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에 따르면 3월 28일부터 공모절차를 시작해 6월 25일부로 종료된 3차 대체매립지 공모에는 결국 한 곳의 지자체도 의향을 밝혀오지 않았었다.
공모에 응하는 대상이 지방자치단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른바 ‘표심’이 생명인 ‘선출직’에 해당되는 지자체장이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가 뻔할 매립지를 끌어온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에 가깝다는 지적이 이미 중론화돼 있기 때문.
그런데 이날 유 시장이 김 의원의 질의 및 지적에 대한 답변은 서구 주민들을 다시금 자극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다.
“4차공모를 준비 중에 있다”고 밝힌 그는 “현재 진행사항은 3차까지 없었던 이유를 면밀히 살펴보고 조건 인센티브 사항 등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며 “응모주체가 지자체에 한정돼 있다는 내용 등에 대해 좀 전향적으로 바꾸자는 방향으로 현재 협의가 한창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차까지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한 공모절차에 아직 미련을 못 버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인데 이후 이어지는 질의에서는 이 미련의 자세가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김 의원은 “사실 3차 공모까지 응모자가 없었던 건 그렇게 깊이 파악을 안 해도 알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 어떤 지자체가 나서겠느냐 이미 조건을 완화한다 해도 4차 공모 역시 응모할 지자체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자 유 시장은 “결과로 얘기할 뿐 미리 예단해서 말할 수 없다”며 “공모조건의 완화 혹은 응모 가능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다 말씀드리긴 곤란하고 진행상황 지켜봐 달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인천시 내에 대체매립지를 조성하는 것은 잘못됐다, 과거의 민선7기 자체 매립지 조성방안이 잘못된 것”이라며 “(내가 이끌던) 민선6기 당시의 4자협의체가 아직 유효하다는 것에 4자 주체들이 공감하고 있으며 계속 노력한다는 것이 대 전제다”라며 전임 시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김 의원은 “서울·경기가 4자협의체가 유효하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4자협의체 협의내용을 감안하면) 대체매립지 조성을 못할 경우 현재의 매립지를 연장해 쓰겠다는 속내를 밝히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경기도 내에 대체매립지 조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고 서울시는 사실상 조성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데 결국 (결과가 뻔한) 4차 공모까지 빈손으로 맞아야 인정을 하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유 시장이 “안 될 것처럼 예단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하자 김 의원은 “전 정권 탓만 하지 말라, 검단 시민들이 그간의 매립지 문제를 모르고 시장님께 아우성인 줄 아느냐”며 성토했다.
김 의원은 이날 시정질문에서도 유 시장이 뚜렷한 묘안을 밝히지 않은 만큼 일단 4차 공모 결과에 대해 ‘두고보자’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이날 시의회 시정질문은 실시간 방송으로도 중계됐는데 이를 시청했다는 서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유 시장에게 매립지 종료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다.
검암동 주민 윤모씨(45)는 “유 시장이 매립지 얘기할 때마다 녹음기처럼 얘기하는 것이 반입수수료 등 재원확보나 SL공사의 관할권 이관 등을 얘기하는데 만약 그것들이 유 시장 측 주장대로 매립지의 사용종료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문제라면 지금의 과정보다는 더 다른 양상이 펼쳐졌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검단지구 주민 김모씨(50) 역시 “앞에 나서서 시민운동을 한다는 분들 얘기 들어보면 4자 협의체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은 이미 중론화된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며 “유 시장에게서 매립지 사용 종료를 도출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은 적어도 주변엔 없는 상태”라고 의견을 전해왔다.
또 유 시장이 강조하고 있는 SL공사의 이관 문제 역시 협의 8년이 지난 지금도 이행되지 않고 있어 유 시장이 자신의 치적으로 강조하는 게 과연 타당한 지에 대해서도 의심이 나온다.
결정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수도권 매립지의 사용 종료를 지역 핵심공약으로 내걸면서 해결을 위해 총리실에 전담 역할(기구)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당선 이후 윤 대통령은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한 자세를 보이며 현재까지 총리실에 전담기구 설치 등 공약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 내에서 수도권매립지 문제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범시민운동본부’는 전날인 21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자 협의체의 정교한 4차 공모와 함께 공모를 지원할 총리실 산하 전담기구 설치·운영도 병행해 추진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다만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유 시장이 ‘미련’을 가진 자세를 보인다기 보다, 일단은 ‘명분을 쌓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미 인천 외에 서울·경기 역시 4차 공모까지 빈손의 결과가 나올 경우 더 이상의 공모를 진행하기보다는 총리실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나와 있기 때문. 실제로 유 시장도 이와 관련해서는 같은 의견을 낸 바는 있는데, 현재까지 총리실에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