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문학동 소재 ‘작은극장돌체’ 전경 ⓒ극단마임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미추홀구가 2022년 민간위탁심의위원회를 통해 구 소유의 시설 내 소재한 ‘작은극장 돌체’(마추홀구 매소홀로 573)의 운영주체인 ‘극단마임(이하 극단)’을 상대로 퇴거를 요구하며 걸었던 소송이 2심에서 뒤집히는 결과가 나왔다. 

미추홀구는 현재 극단의 극장 운영이 ‘불법 무단점유’에 해당되는 만큼 불가피하게 소송을 가더라도 이길 수 있을 거라 자신했지만 구의 예상을 뒤집은 판결이 나옴에 따라 당혹스러운 듯한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다.

최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극단이 미추홀구청장을 상대로 낸 수탁기간 연장신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 취소 및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불법 점유에 대한 퇴거 판결이 나온 1심 결과를 통해 향후 최종 판결까지 가더라도 승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미추홀구 내에서는 지배적이었던 만큼 이번 2심 판결 결과는 해당 사안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시민들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서울고법 2심 재판부는 미추홀구가 2022년 극단을 상대로 처분한 근거라는 당시 민간위탁심의위원회(이하 민심위)의 심사 기준을 살펴본 결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극단이 민사소송법 제52조에 따른 ‘법인이 아닌 사단’으로서 소송 당사자 적격이 있고 미추홀구가 극단의 위탁기간 연장 신청을 거부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하고 남용했다고 봤다.

특히 구가 극단의 수탁기간 연장 심사에서 평가 기준을 일관성 없이 변경하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근거하지 못했고 이전 심사와 비슷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극단에 현저히 낮은 점수를 부여한 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 사안과 관련해 구가 위수탁계약 연장을 위해 심사를 진행한 2019년과 2022년의 심사표를 대비해보면 일부 항목이 추가·삭제되고 일부 배점이 변경된 것 외에는 대체로 유사했다.

또 극단이 제출한 사업계획서 등 평가 자료의 내용도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대체로 비슷했지만 극단에 대한 평가점수만큼은 2019년 84.8점에서 2022년 51.4점으로 대폭 줄었다.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보면 ‘수탁기관 현황’ 항목의 경우 ‘조직도 및 인력구성, 대표자 및 경영진 현황’을 평가요소로 삼았고 항목에 부여된 배점도 5점으로 동일하나 2019년 평균 4.5점이었던 평점이 2022년 평균 2.2점으로 변했다.

실제 사업계획서에 기재된 극단의 대표자, 경영진, 조직도, 인력구성이 2019년과 2022년 차이가 없었기에 문화예술 분야에서 나타나는 정성평가의 특징 등을 감안하더라도, 심사가 심사위원의 자의를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객관적인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미추홀구청장은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해 당시 민심위의 심사결과에 따랐으니 정당하다고만 주장하면서 극단이 제출한 유사한 사업계획서에 대해 심사평가 점수가 현저히 달라진 이유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돌체는 1979년 인천시 중구 경동에 소재했던 한 얼음공장에서 ‘돌체소극장’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후 당시의 극장 장소가 소극장 문화의 쇠퇴로 운영의 어려움에 처하고 여기에 소방도로 확장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자 예술인단체들은 물론 시민사회진영과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존치를 요구하고 나선 끝에 2007년 현재의 미추홀구 문학동으로 근거지를 옮길 수 있었다.

다만 이전한 곳이 미추홀구 소유의 시설인 만큼 돌체 역시 심의위 등 제반의 행정과정을 피할 수는 없었는데 실제 2010년에도 민심위가 불합격 결과를 내리면서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다.

당시에는 법원이 양측(극단, 미추홀구)에 화해권고를 하면서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서 운영을 재개하기는 했는데 이번의 경우 구는 같은 민심위의 결과를 전제로 하고 있으면서도 극단 측과 협의는 전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해오고 있다.

그러자 퇴거 통지를 받은 극단 측은 심사 결과가 석연치 않다며 극장의 정체성과 실질적인 권리 및 운영능력 등을 주로 주장하며 구와 맞서 왔었다.

상황을 지켜본 법원은 2010년에도 화해권고가 수용됐던 바를 감안해 당시와 유사한 상황처럼 조정기일을 마련하면서 당시처럼 권고할 기회를 열여줬지만 지난 7월 확정된 조정기일에는 미추홀구 전체가 출석하지 않았다.

권고가 오갈 조정기일에 출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정이나 합의할 의사가 전혀 없을 때 보여주는 자세인데 이전부터 미추홀구는 극단 측이 구 시설을 무단점거하고 있다며 당장 떠나라는 입장을 고수했던 만큼 어느정도 예상됐던 바였다.

한편 미추홀구 내에서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당혹스러운 듯한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입을 닫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활용방안을 수립하기도 전에 극단 퇴거에 행정력을 집중하면서까지 ‘주력’을 해온 미추홀구의 자세를 감안할 때 해당 사안은 지금으로서는 최종 대법원 판결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