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7일부터 다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는 인천 미추홀구 문학동 ‘작은극장 돌체(이하 돌체)’가 관할 지자체와 맞부딪히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극장의 운영상태가 ‘행정상’으로는 무단점유 상태인 만큼 미추홀구가 전방위의 압박을 해오는 상황을 그대로 맞서겠다는 자세여서 지역사회에서도 여러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17일 미추홀구에 따르면 구는 돌체를 운영하는 ‘극단마임(이하 극단)’ 측에 최근 총 3차례의 시정 통보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먼저 극단 측이 공연을 진행중인 작품 [I'm Possible: 꿈은 여기에 있어]와 관련 구는 1일 무단으로 현수막을 게시하고 공연을 강행하는 것이 불법행위라며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 메시지를 보냈었다.
극단이 7일 예정대로 첫 공연을 시작하자 구는 시설에서 퇴거하지 않고 공연을 진행한 데 대해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예고하는 시정 통보를 한 차례 더 보냈다.
이어 극장 건물 벽면 공연 홍보 현수막에 대해서도 불법 광고물이라며 21일까지 내리지 않으면 벌금(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는 통보문을 또 한번 더 보냈다.
구가 이런 식으로 극단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현재 극단이 운영하고 있는 돌체의 극장 시설이 미추홀구 소유인데 지난해 기준으로 위탁운영기간이 만료되면서 극장의 원상복구하고 비워줄 것을 요구한 데 대해 극단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행정상’으로는 극단이 ‘무단점유’를 하고 있는 상태인데 결정적으로 지난해 11월 미추홀구가 주최한 민간위탁심의위원회(이하 민심위)에서 극장의 성과평과 및 위탁 지속여부에 ‘부결’ 결정이 내려졌었기 때문.
미추홀구는 이러한 결과로 인해 극단 측에 극장을 비우라고 통보했지만 극단 측이 심사위원들의 평점을 확인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50점 아래라고 매긴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며 구의 요구를 전면거부하고 나서고 있다.
예술계 등에 따르면 돌체의 경우와 같이 민심위 등에서 평점이 매겨질 경우 중대한 결함이 있지 않는다면 ‘부결’ 이전에 일반적으로 전 심사위원이 50점 아래의 ‘처참한 수준’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은 ‘흔히 있지는 않은 경우’라고 한다.
극단마임 측이 순수예술에 입각한 활동을 해온 만큼 모객 등의 부분에서 일부 점수를 잃었을 지는 몰라도 심각한 수준의 결함을 드러내며 활동한 바가 없는 만큼 ‘횡포’에 가까운 평점이 나온 것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예술인들 사이에서 있어왔던 것.
극단 측도 이러한 평점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구의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최근 법원에 제출하는 등으로 맞서 오고 있다.
현재 극단이 무대에 올리고 있는 작품 [I'm Possible: 꿈은 여기에 있어]의 작품소개 글에도 “호랑이나 사자들이 아닌 생쥐들에게만 법을 만들어 통제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 죽을 수 있다나요, 생쥐 때문에 호랑이 사자가 죽는다니...말이 되나요?” 등의 문장이 기재돼 있다.
작품 내용에서 다분히 구의 일방적인 심사평가 및 행정처분에 대한 반기의 뜻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구가 소극장 규모의 극단에 ‘전방위적 법과 행정력’을 동원해 압박을 하는 것도 이런 작품내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극단 측도 이번 작품과 관련해 예매를 했다가 구의 통보내용 등을 확인하고 예매 취소 등 문의가 이어져 공연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돌체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 한 지역 예술가는 음악가는 “순수하게 예술 하나만 보고 운영됐던 곳에 대해 구가 저렇게까지 다방면으로 압박을 취하는 것은 지역 예술가들 입장에선 크게 상심을 입을 것 같아 우려가 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가 예술계의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강제집행 등 행정력을 동원해 극단을 쫓아내 폐쇄시키던지, 아니면 극단 측과 중간협의과정을 통해 해결하고 한정적인 운영기한을 보장해주던지 등의 방법이 있다.
실제 2010년 극단과 구가 비슷한 상황에서 법적 갈등을 겪다가 법원에서 제안한 화해권고를 양측이 받아들여 극단이 계속 극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해결을 본 바가 있다. 다만 지금의 상황은 그런 해결책을 취하기가 녹록치 않다.
법적으로 이 문제를 끌고 갔을 때 법원에서 재차 화해권고 제안이 나올지는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만약 화해권고가 나올 경우 양 측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도 아직은 예단할 수 없는 단계다.
구의 입장에서는 극단에게 다시금 운영권을 주게 되면 민심위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내던지는 논리가 나오는 만큼 결코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일각에서 “그래도 공기관의 심사이니 존중되는 결과가 나와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왔던 이유다.
그렇다고 구가 강제집행을 통해 극단을 내쫓게 되는 경우엔 더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적잖은 예술인들이 돌체를 응원하는 상황에서 자칫 지역 예술계로부터 “풀뿌리문화예술을 구가 앞서서 탄압한다”는 식의 여론이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
한편 극단 측은 오는 28일까지 예정하고 있는 현재의 작품 일정을 마무리하면 다음 공연을 곧바로 준비해 강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법적 소송도 돌입한 만큼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