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7월 시청사 미화직원들과 소통간담회를 갖기 전 직원들과 악수를 누나누고 있다.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30일 발표한 내년도 생활임금 1만 1,630원(시급 기준)은 올해 생활임금보다 고작 2.0%인 230원이 오르는 데에 그쳤다. 

이는 이미 광주광역시와 경기도를 비롯해 전북·전남의 ‘올해 생활임금’보다도 아래인 데다 인천시보다 소폭 시급을 높게 잡아놓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 또한 인상안이 유력한 만큼 인천의 생활임금 수준은 내년에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인천시는 이날 발표한 내년도 생활임금 액수에 대해 “인천시 및 산하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 시 사무위탁 기관 소속 노동자 중 시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노동자들 약 1,100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당초 시는 내년도 생활임금과 관련해 ▲최저임금 인상률(1.7%) ▲생활물가지수 인상률(2.5%) ▲유사·동종 업계 노동자 임금 인상률(3.3%)의 3가지 인상안을 생활임금위원회에 제출하고 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려 왔다.

인천시는 이번 생활임금위원회에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인천소상공인연합회, 인천경영자총협회 등 재계, 노무사 등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이어 인천시의 현 재정 여건과 생활임금의 취지, 생활임금 적용기관들의 임금체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물가 상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생활임금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결정된 생활임금은 1만 1,630원은 이는 올해 생활임금 1만 1,400원보다 고작 230원 인상된 것으로 정부 고시 내년 최저임금 1만 30원보다 불과 1,6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다분히 노동계보다는 재계 측 입장이나 주장 등이 반영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최저임금 인상률 수치(1.7%)보다는 조금 올라가기는 했지만 생활물가지수 인상률인 2.5%보다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인천시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1,100명의 노동자들은 사실상 ‘급여 인상을 체감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줄었다고 체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노동자들은 다른 광역단체들의 생활임금 수준을 감안했을 때 ‘상대적 박탈감’도 상당히 크게 느낄 가능성이 커졌다. 시의 내년도 생활임금이 이미 다른 지자체들의 올해 생활임금보다 낮기 때문.

올해 생활임금 기준으로 보면 인천시는 1만 1,400원으로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12위인 ‘하위권’에 속해 있으며 1만 1,400원대의 생활임금이 책정된 곳들(충북·서울·경북·제주·세종·강원) 중 가장 낮다.

여기서 내년 인상분 230원을 더한 내년도 1만 1,630원은 이미 광주광역시의 ‘올해 생활임금’인 1만 2,760원보다 한참 낮고 경기도(1만 1,890원), 전북도(1만 1,813원), 전남도(1만 1,730원) 등의 올해 임금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또 1만 1,500원의 충남을 비롯해 인천보다 수십 원 높은 6개 광역단체들도 인상을 확정했거나 확정이 유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천은 내년에도 생활임금 수준이 ‘전국 하위권’을 벗어나기는 힘들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정치적’으로는 ‘친기업 부자감세’를 고집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여당 소속의 단체장이 있는 인천시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는 데다, 현 정부 들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세수 펑크가 인천시의 정부 교부금 등에도 영향을 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그간 노동계에서는 이러한 인천시의 생활임금 책정에 대해 비판의 의견이 있어왔는데 인천시 내부에서도 시의 예산 등 상황으로 인해 생활임금 인상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다는 시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민주노총 등 지역 노동계는 인천시의 생활임금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인천시 생활임금 수준은 사실상 최저임금에 따라잡힌 상황에도 불구하고 위원회가 심의도 하루 열고 끝내면서 사실상 시 행정의 거수기 역할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천시가 결국 생활물가지수 인상분보다도 못한 인상분을 결정하면서 타 지자체들의 ‘올해 수준’보다도 못한 생활임금 수준이 내년에도 이어지는 만큼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나올 거센 비판은 결국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