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영종지구 주민들 및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영종 씨사이드파크 해안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종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멸종위기종 조류들이 다수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종갯벌을 주민들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인천시 등 유관기관에 주문했다. 

현재 인천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갯벌 등재 대상이 강화군과 옹진군에 한정돼 있어 이를 영종도의 갯벌까지 넓혀달라는 것인데 영종갯벌과는 별도로 인천시가 인천갯벌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최근 포기하는 듯한 정황이 있었기에 이에 대한 반발의 메시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와 (사)인천광역시아파트연합회 중구지회, 영종갯벌생태여행 등의 시민·환경계열 단체로 구성된 ‘영종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염원하는 영종주민 일동(이하 ‘주민일동’으로 표기)’는 29일 중구 씨사이드파크 해안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내용은 “인천시와 중구 등이 나서서 영종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나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적극 나서달라”는 주장이다.

주민일동은 영종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할 만큼의 가치가 이미 확인됐지만 아직까지는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는데 인천시 등 행정기관조차 등재에 대한 추진 움직임이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2021년 7월 국내의 충남 서천군, 전북 고창군, 전남 신안군, 충남 보령군부터 전남 순천시까지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면서 당시 인천 갯벌을 추후 등재하라는 권고를 인천시에 전달했다.

민선7기 당시 인천시 역시 등재를 추진하긴 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는데, 유네스코의 권고가 있기도 해서 인천시 역시 이를 추진하고는 있으나 현재 그 대상이 강화군과 옹진군에 한정돼 있다는 건 문제라는 것이 영종지구 주민들의 지적이다.

주민일동은 “한국의 갯벌을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인정하려 하는 것은 황해 일대에서 멸종위기종 철새가 서식하거나 이동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현재 영종갯벌이 수많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번식하는 핵심 지역이기에 등재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주민일동은 그 근거로 지난해 (사)한국물새네트워크와 환경단체, 철새 국제 기구인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가 함께 진행한 영종 갯벌 조류 조사 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영종갯벌에는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 큰뒷부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붉은어깨도요, 검은머리갈매기 등의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는데 확인된 82종 가운데 물새류가 62종이며, 각 종의 최대 관찰수를 기준으로 약 5만 마리가 확인됐는데 이는 람사르습지보호지역 기준인 2만 마리를 넘는다는 것이다.

주민일동은 “영종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다면 갯벌의 환경적 가치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물론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인천시와 중구청은 물론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국가유산청, 해양수산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주민일동의 요구는 앞서 언급대로 인천갯벌의 세계자연유산 추진 과정에서 영종갯벌을 추가해 달라는 것이 가장 큰 골자이긴 하지만 범위를 확대해 보면 주민들의 요구와는 별개로 더 큰 문제가 보인다.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은 2021년 유네스코의 권고조치에 따라 9월까지 유네스코 측에 국내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추가등재 신청을 한다는 방침인데 현재로서는 이 신청자료 제출에 인천갯벌이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달 초 인천시 해양환경과 등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금 시점(8월)에서 신청 의사를 밝힌다 해도 정부 등 관계기관이 신청에 대한 초안 작성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으로서는 부족하다는 것.

그렇다면 이렇게 시간이 부족해진 상황의 원인이 뭔지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데 가장 큰 원인이 갯벌환경에 대한 이해관계 기초단체들(중구·강화군·옹진군)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들 기초단체들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그 지정에 따른 규제 등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아 동의 의견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무래도 갯벌 인근의 주민들이나 어업 종사자들이 재산권 행사 및 조업활동에 지장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

특히 강화군의 경우 유네스코가 강화갯벌의 등재를 권고하면서 당시 인천시와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에서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강화 주민들이 극렬히 반대하면서 부딪혀 중단된 사례도 있었다.

물론 ‘환경’의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국가 내 ‘로컬(Local)’의 차원에서 진행되는 게 아닌 ‘국제(International)’의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임을 감안하면 이들 기초단체들의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고 해석될 여지는 있다.

물론 인천시나 정부 차원에서는 9월의 초안에서 빠져도 내년 1월에 유네스코에 추가제출할 계획인 본안에 포함되면 등재 가능성은 있다는 입장이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기초단체들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향후 조업 등에 문제를 주지는 않도록 규제 개정 등을 수반해야 하나 이는 국회가 연말에나 다룰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본안 포함도 지금으로서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제는 이미 ‘유네스코’라는 국제사회의 권고와 당부를 기초단체들의 미동의와 인천시의 소극적 행정 등이 얽혀 추진하지 못했을 경우 유네스코가 국내의 다른 갯벌들의 추가 등재를 외면하는 것은 물론 ‘기지정’된 남부권 갯벌의 지정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유네스코가 ‘국제기구’에 해당되는 만큼 사실상 ‘대한민국 차원’이 아닌 ‘국제사회 차원’에서 등재가 권고 및 당부된 것임을 감안하면 자칫 ‘국격’의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당분간 인천시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