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최근 인하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이른바 ‘딥페이크’ 영상물이 유포돼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성범죄 피해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그 충격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
더 경악할 만한 사실은 이렇게 성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규모가 20만 명을 훌쩍 넘기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고 심지어 피해자 중 10대 등 미성년자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텔레그램을 통한 성범죄가 사실상 ‘반인륜’적 행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26일 교사노동조합연맹(이하 ‘교사노조’로 표기)는 ‘2024년 텔레그램발 성착취물 유포 사건’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국가 차원의 피해신고 접수 및 수사 전담팀 구성 등을 위해 정부가 나서라”고 촉구했다.
교사노조는 “최근 텔레그램 딥페이크 제보방이 만들어지면서 공개된 피해학교만 200개 이상”이라며 “피해 학생과 교사들은 자신의 얼굴이 성범죄물에 합성돼 사용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고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성범죄에 활용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교사노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가 국가 차원의 신고 접수 시스템 및 수사 전담팀 구축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학교 차원의 학교폭력예방법 등으로는 대응 및 피해자를 보호 등이 어렵다보니 학생들은 이를 기대하지 못한 채 결국 SNS 등에 올린 사진을 삭제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피해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와 신고 독려를 통한 실질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사노조는 일선 학교의 일부 청소년들이 디지털 성범죄의 결과물을 경제적 가치로 교환하는 것을 학습하고 있다며 학교의 성범죄 예방교육이나 연수 등으로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19일 MBC의 최초 보도 이후 피해규모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이번 사건은 지난 주말 사이 딥페이크물의 피해자가 속한 지역과 학교 명단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당초에는 피해자들 상당수가 대학생 정도로 알려졌으나 윤곽이 드러나자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들을 비롯해 일선 학교 교사와 여군 등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며 이들 딥페이크 공유에 가담하고 있는 가해자 수가 22만 명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며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사건은 ‘최소한’으로 전제했을 때 2020년 경 발생(훨씬 이전부터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음)한 뒤 지금까지 전국 100여개 이상의 초·중·고교 및 대학교 등지에서 발생했으며 피해자만 ‘최소’ 150명 이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명단이 공유되고 있는 학교 수만 100곳이 족히 넘으며 사실상 전국의 학생들이 자신들도 범죄에 이용된 것은 아니냐는 불안에 의한 공포감도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형국.
실제로 26일까지의 경찰 발표 및 주요 언론의 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따르면 텔레그램에서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편집한 허위 영상물을 생성·유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 대화방들이 대규모로 발견됐다.
더 놀라운 것은 전국의 각 지역·학교별로 세분된 텔레그램 대화방이 다수 만들어져 대화방마다 수천 명의 가해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들은 이른바 ‘겹지인방’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자들이 서로 아는 특정 여성의 정보를 공유해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성범죄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SNS 상에서는 이렇게 딥페이크 영상물이 만들어진 지역과 학교 명단도 공유되면서 이들 명단에 올라 있는 전국의 중·고교와 대학교들이 수백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불안과 논란은 커지고 있다. 다만 명단에 나온 학교 학생들의 피해 여부 등은 아직 자세히 확인된 바는 없다.
그러자 일선 학교는 학교 자체 공지 및 학생회 등의 계정 공지 등을 통해 각자가 올린 SNS 사진을 내리거나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라는 권유도 나오고 있으며 일부 직장에서도 비슷한 권유의 공지들이 직원 대상으로 전달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민 박모씨(30대)는 “지난 주말 사이에 텔레그램 성범죄 피해 소식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사진도 활용됐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셀카를 찍어올린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부 돌렸다”고 전해오기도 했다.
실제 SNS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학교 명단에는 당연히 인천지역 학교들도 최소 20곳 넘게 포함돼 있는데 이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자신의 자녀들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형국임이 증명되고 있는 상황.
실제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로 인한 피해는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지난해 성적 허위영상물에 대해 총 7,187건의 시정 요구를 결정했지만 올해의 경우 지난 7월 말까지 전년 대비 약 90% 정도 규모인 총 6,434건을 시정 요구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성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선 학교와 교육당국은 10대들이 이같은 딥페이크 성범죄의 피해자와 가해자로 밝혀지고 있음에도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 측이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아 이같은 범죄를 더 키우고 있다는 것에 경악과 분노를 표명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서울경찰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텔레그램을 기반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유포 사건으로 10대 청소년 10명이 입건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19일과 20일 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인하대 학생이 대상이었던 딥페이크 사건을 수사하는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3월 피해 영상물을 재유포한 텔레그램 참가자 1명을 붙잡아 검찰에 구속 송치했고 참가자 2명도 신원을 특정해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사건의 단서가 피해자나 피의자를 통해 확보가 될 수는 있지만 플랫폼인 텔레그램을 통해 확보하는 것에 난항을 겪으면서 해당 단체 대화방 운영자에 대한 신원 특정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이 다른 SNS에 비해 높은 보안성과 익명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점 때문에 이같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은 아무래도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범죄로 이어진 정황에 대해서는 수사협조를 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텔레그램은 그런 협조마저 없다”며 “플랫폼에서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경찰로서도 피의자를 특정하기가 어렵고 피해자들마저 가해자들을 특정하기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과거 해외에 서버를 둔 것으로 알려지며 이를 통해 반인륜적인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적되며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끝에 2016년 전격 폐쇄되고 운영자가 검거되면서 종결된 사이트 ‘소라넷’과 비슷한 부분도 있다.
실제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24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프랑스에서 전격 체포되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정부가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보고 가능하다면 텔레그램 자체를 일시적으로나마 국가 차원에서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에 있는 중·고교와 대학교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의 가해자는 중복 숫자를 합쳐 22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며 “이는 명백한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정부는 디지털성범죄의 뿌리를 뽑기 위해 가진 모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온라인상에 떠도는 ‘당장’의 대처법은 SNS에 올린 사진을 다 내리라는 것인데, 이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불법 촬영을 비롯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졸업앨범의 사진을 가지고도 온갖 성범죄를 벌이는 만큼 사실상 누구나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추적단불꽃 활동으로 지난 2020년 조명된 ‘n번방 사건’을 다시 언급하며 “사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추적활동을 하던 4년 전에도 매일같이 일어났던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국가적 재난 상황임을 인식하고 최소한 일시적으로 텔레그램을 국내에서 차단하는 조치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