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지역 시민단체가 올해 초 5.18 민주화운동(이하 5.18)을 폄훼한 신문을 돌려 물의를 빚었던 허식 시의원이 국민의힘에 복당된 것과 관련 허 의원과 국힘 시당위원장의 징계 요구를 담은 서한을 한동훈 당대표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지난 총선을 앞두고 “공인된 평가에서 심하게 벗어난 주장을 하는 사람이 공당에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던 만큼 이후 한 대표의 판단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지역사회가 주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30일 인천평화복지연대(이하 평복연)는 “5.18을 폄훼 및 왜곡한 신문을 돌린 허식 의원의 복당 취소와 이 복당을 최종 결정했다고 알려진 손범규 국힘 인천시당 위원장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는 서한을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에게 발송했다”고 전해왔다.
앞서 손 위원장은 몇몇 언론에서 “허 의원이 당시 상황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며 “지난 4월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총선) 이후 화합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평복연은 그간의 허 전 의장의 행보를 보면 시당의 해명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인천시의회에서 의장직 박탈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및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지난 5월 5.18 특별법으로 고발돼 경찰에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로 출석할 때도 사과는커녕 오히려 당당한 자세를 취했다는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여기에 평복연은 총선 후 5개월이 지나 해당 고발에 대해 불송치 결정이 된 후 바로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시당은 한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되기 직전인 19일 허 전 의장을 복당 승인 결정했고 이렇게 결정 후 ‘의장 불신임 의결 처분 취소’를 취하한 점도 문제로 들었다.
평복연은 일련의 과정을 볼 때 허 의원이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한 것이 아니라 국힘 시당과 복당에 대해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던지는 중이다.
평복연 측은 “만약 허 전의장과 국힘 시당이 이런 거래를 했다면 이는 당 차원에서 5.18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며 5.18 관련 희생자와 피해자들에게 또 상처를 준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앞서 평복연은 허식 전 의장의 탈당과 복당 과정을 볼 때 인천시민들은 허 전 의장과 국힘 시당이 ‘꼼수 기획에 의한 탈당’ 혹은 ‘짜고 친 고스톱’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23일 성명으로 발표한 바 있었다.
국힘 당헌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를 공고히 한 대구 민주운동, 3·8 대전 민주의거, 3·15 의거, 4·19 혁명, 부마항쟁, 5·18 민주화 운동, 6·10 항쟁 등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고 적시된 점을 감안했을 때 허 의원의 행동과 국힘 시당의 복당 결정이 ‘당헌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어 허 의원 사태가 생긴 직후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의 ‘엄정, 신속 대응 지시’와 ‘5.18 정신 헌법수록’과도 배치된다”는 내용을 덧붙이며 한껏 날을 세우고 있다.
평복연이 한 대표에게 보낸 서한 내용은 ▲허 의원 복당 사건에 대한 조사 ▲복당 취소 및 징계 ▲손범규 시당위원장 징계 등으로 한 대표와 중앙당 윤리위원장에게 오늘(30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송부 기간이 1~3일 정도 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힘 중앙당 측에서 이를 확인하게 될 시점은 다음달 1~2일 정도로 예상되는데 그 이후 중앙당이 이를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역사회 및 정치권이 꽤 주목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현재로서는 국힘 중앙당 측이 어떤 조치를 할지는 쉬이 단정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중앙당의 입장을 전제한다 해도 허 의원에 대한 징계를 쉽게 결정하지는 못할 가능성은 있다.
중앙당이 아닌 ‘시당 경로’이긴 했지만 어쨌든 허 의원의 복당이 한 대표가 선출되기 전에 결정된 사안인 데다 어쨌든 최종적으로 복당 결정이 이미 되었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다시 뒤집는 결과를 낸다는 건 중앙당으로도 쉽지는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
여기에 최근 복당 처리 이후이긴 했지만 허 의원 역시 시의회에 제기한 소송 등을 전면 취하하고 매듭을 지으려는 태도를 어쨌든 보이기도 한 만큼 중앙당 차원의 징계가 만약 있더라도 ‘엄중’한 수준으로까지는 가능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손 위원장이 앞서 밝힌 대로 “반성하고 있다”는 설명에 대해 한 대표와 중앙당이 어떤 해석과 결정을 할지는 아직 단정이 힘들다. 평복연 측 주장이나 그간의 지상파 및 종편 등의 일부 보도를 전제하면 ‘반성했다’는 설명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기 때문.
예를 들면 지난 5월 JTBC는 “광주 시민들에게 미안할 게 뭐 있느냐, 나를 계속 이렇게 공격하는 게 과한 거지”라는 허 의원의 전언을 영상으로 공개했는데 JTBC는 해당 보도에서 허 의원의 전언이 5월 취재진을 만난 당시에 전해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반성하고 있다는 국힘 시당 측 설명과는 조금 다른 게 아니냐’는 식의 의견도 나올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부분으로 보인다.
실제 지역 정가에서는 야당 측을 필두로 허 의원이 반성이나 사과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는 동시에, 허 의원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소용이 없다는 판단 하에 허 의원보다는 한 대표에게 직접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최근 논평에서 한 대표를 향해 “허 의원에게 면죄부를 준 공당의 대표로서 본인의 말을 번복한 것인지, 복당 승인에 동의한 것인지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 시당으로서는 복당을 승인한 주체인 국힘 시당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보고 국힘 중앙당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인데 사실상 평복연의 입장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이날 성명을 발표한 평복연은 “향후 한 대표의 태도가 5.18에 대한 진정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국힘 측이 엄중한 조치를 내려 향후 5.18 정신을 부정하는 망언과 만행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