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중구문화재단(이하 재단)이 인천의 민간 기획사 ‘루비레코드’가 10여년 넘게 개최한 브랜드 축제명(사운드 바운드)을 ‘사실상 도용’한 것으로 드러나 지역 예술계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문제가 된 홍보 포스터를 확인해 보니 제목에 대놓고 해당 명칭이 들어간 것은 물론 주최·주관이라고 표시된 부분을 보니 재단과 중구는 물론 인천시와 심지어 정부 부처인 중소기업벤처부의 이름까지 적시된 것을 보고 기자 역시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에 섬뜩 놀랐다.
앞서 보도된 기사에서도 기자가 적시한 내용이지만 이 축제는 기자가 2015년 경부터 거의 매년 취재를 나갔고 기자의 이 축제에 대한 첫 취재 시점 이전인 2013년부터 시작된 축제이기도 했다. 또 다른 언론사의 기자들 역시 나이가 많지 않다면 상당수가 알고 있는 축제이기도 했다. 더불어 2022년에는 해당 기획사가 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를 진행하기도 했던 만큼 재단에서 이 축제를 절대 모르고 썼을 수가 없는 상태다.
게다가 루비레코드는 지난해 이미 특허청에 상표권 등록 접수를 했고 현재 등록절차를 밟고 있는 과정임을 밝혀왔다. 지역사회를 통해 충분히 인증돼 있고 지금 상표권 절차까지 진행되고 있다면 이 브랜드네임은 사실상 사용을 하지 말던지, 정히 사용을 원한다면 해당 브랜드네임의 주체와 충분한 협의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공공기관인 재단이 이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지역 예술계가 난리가 난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이에 기자가 전화상으로 확인해본 바로는 재단은 해당 명칭이 아직 상표권 출원심사 대기 중인 것으로 확인돼서 상표권 침해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인데 기자로서도 이 해명이 어이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상표권 등록만 안 돼있으면 논란이 되든 안 되든 자신들 편의를 위해 그냥 막 갖다 쓰겠다는 해석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인데 지역사회는 (루비레코드 측 입장을 빼고서도) 실망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모습이다.
이는 기자가 불과 ‘10분여의 검색’을 통해 발견된 사례만 얘기해도 수두룩하다. 실례로 판화가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윤종필 작가는 “(재단이) 지역단체 지원은 못할망정 얌생이, 양아치짓을 하네요”라고 탄식했고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자신의 SNS에 “이걸 답변이라고, 법적인 문제 이전에 상도덕이 우선이거늘”이라며 비판했다.
연극단체 ‘삶은연극’의 김종현 대표 역시 기자의 기사 공유 글에 “상표법, 저작권, 실용신안등록 등등의 개념은 문화재단이라면 알아야 하는데, 모르고 그랬다면 자격미달이고 알고 그랬다면 사악한 것”이라며 역시 비판을 이어갔으며 최경숙 인천평화창작가요제 총감독 역시 “중구문화재단 너무하네요, 이러지 맙시다”라며 루비레코드가 출원중에 있는 상표권 등록 과정 인증 이미지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문화예술교육연구소 타래의 김진이 대표의 경우 최 감독의 공유글에 ‘설립취지를 망각했군’이라는 댓글을 달았고 오동욱 전 아리랑TV PD도 루비레코드 이규영 대표의 SNS 댓글을 통해 “중구에서 늘 매년 썼으면 중구꺼 라는 뉘앙스 같다”며 어이없어했다. 최근 광주비엔날레 활동으로 주목받은 인천 출신의 오석근 작가 역시 “말이야 방구야, 이 세상 논리가 아니다”라는 댓글로 남기는 등 지역사회 차원의 비판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기자가 불과 10분여 사이에 확인한 것만 나열한 것으로 이후 비판의 메시지는 훨씬 더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재단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루비레코드 측에는 포스터 등 내용 수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는데 그마저도 담당자 본인의 입장일 뿐이라고 밝혀 결국 기자는 재단 입장에서 공식적인 사과 등을 할 것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조차 없었다.
공식적인 사과를 할 생각은 사실상 없다는 뜻인데 실제 루비레코드 측 이 대표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포스터는 수정했지만 무단 도용 논란에 대한 사과 메시지는 없으니 참 황당하고 재단이 이런 수준인 줄은 몰랐다”며 어이없어 하기도 했다. 이어 “재단의 개항희망문화상권사업단 측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 담당자가 2022년 사운드 바운드를 같이 진행했던 사람임을 확인하면서 한층 더 어이가 없었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확인된 정황에 따르면 앞서 윤종필 작가의 표현인 ‘양아치’와 비슷한 행동을 재단이 했다고밖에는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 <뉴스통신> 외에도 <경인일보>와 <인천투데이> 등 적잖은 지역언론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는데 경인일보 기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계속 취재를 해볼 생각”임을 밝히기도 했다.
비단 예술계뿐만 아니라 언론계 역시 ‘눈을 바로 뜨고 있는’ 기자들을 중심으로 재단의 노골적인 적폐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사안이 인천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역에서 주목하고 비판의 메시지를 전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1세대 헤비메탈 밴드 ‘뮤즈에로스’의 리더이자 영화사 ‘파인더필름’의 대표인 심상욱 감독은 “상표권 등록 과정까지 밟고 있는 상황이면 민간 영역에서도 도용은 절대 불가하다는 인식이 돼 있는데, 관할구청과 인천시는 물론 중기부까지 관계돼 있는 행사가 브랜드네임을 무단 도용했다는 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그것도 이전에 협업 경력까지 있는 기관이라면 더더욱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으며 이는 지자체와 정부부처까지 망신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일인 동시에 만약 이것이 아무 문제 없이 스리슬쩍 넘어간다면 앞으로 공공기관 전역에서 상표권 등록 안된 것들을 막 갖다가 쓸 크나큰 위협이 될 만한 일이기에 절대 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얘기하기도 했다.
재즈 프로젝트 ‘옐로우 잼’의 김희철 음악감독 역시 소식을 듣고 어이없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재단이) 진짜 미쳐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운을 뗀 그는 “도용 자체도 문제지만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공공의 막강한 힘(공권력)’을 동반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짚으며 “도용을 통해 마치 특정 레이블이 붙어있는 효과를 의도한 것 같은데 그 자체도 ‘거저먹기’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 문제가 전국적으로 많은 문제를 양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인천의 지역사회가 그냥 넘기지 말고 반드시 강력한 지역차원의 반발을 통해 정부 차원의 조치, 그리고 브랜드네임의 주체 루비레코드가 피해 보상 등을 반드시 받아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해왔다.
특히 심 감독과 김 감독은 기자에게 의견을 전달해 오는 과정에서 “이 사안과 관계된 중구문화재단의 폐단을 더 강력하게 비판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는데, ‘예술계 종사자’로서 절대 넘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중구문화재단의 이 축제는 앞서 언급대로 재단만이 이름을 걸고 있는 게 아니다.
관할 구청인 중구청은 물론 상위기관인 인천시, 그리고 정부의 직접부처인 중기부까지 이름을 걸고 있다. 때문에 이는 인천시 차원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재단에 문제를 제기하고 가능하다면 일종의 ‘패널티’까지 줘야 할 사안으로 충분해 보인다. 이미 많은 전국의 예술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그냥 넘기지 말라, 강력히 조치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오는 것만으로도 중구문화재단은 충분히 ‘지역 망신’을 준 셈이다.
문화재단의 설립 취지는 “지역의 특징을 담은 지역 문화예술 사업의 지원 및 구민과 지역 예술가들이 열정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생태계 조성”이 목표다. 중구문화재단 역시 그런 취지로 설립됐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창작물과 브랜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데서 문화생태계의 기초가 시작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구문화재단은 ‘쓸모없다’를 넘어 오히려 지역 예술에 폐를 끼치는 ‘유해(有害)기관’으로 자리를 굳히려는 것 같아 보인다.
안 그래도 지역 예술계 전반이 중구문화재단에 대해 우려의 시선들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본인들의 설립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중구문화재단은 앞으로도 영겁의 기간을 ‘유해기관’으로서 정체성을 다질 것이 뻔한 만큼 차제에 아예 ‘해체’를 하는 것은 어떨까. 기자가 ‘언론계 사람’이기도 하지만, ‘인천시민’으로서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아마 적잖은 수가 이에 동조할 것이라 판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