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진 환경부장관(사진 오른쪽 두 번째)이 28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던 모습 한 장관의 ‘매립지 영구사용 전제’ 발언이 바로 이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사진=환경부)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매립지의 영구사용을 전제하는 계획을 밝히면서 서구 주민들을 비롯한 인천의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히는 분위기다. 

시민사회진영에서는 한 장관의 즉각 사퇴와 함께 사실상 ‘유명무실’함이 인증된 4자 협의체를 끝까지 고집중인 유정복 인천시장 및 윤석열 대통령 등을 향해서도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하는 등 압박을 하고 있다.

30일 인천평화복지연대(평복연)은 ‘수도권매립지 영구사용 발언 한화진 환경부 장관 사퇴하라!’는 제하의 논평을 내고 “시민사회는 한 장관의 퇴진 운동에 돌입할 것이며 유정복 시장 등은 자신의 임기 내 종료 공약에 대한 이행계획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발단은 28일 한 장관이 세종시에 소재한 환경부의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부터다. 당시 한 장관은 현재 진행중인 ‘기후위기 대응 부실’ 헌법소원을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는 등의 환경정책 전반의 내용 및 논란 등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을 진행했었다.

그런데 한 장관은 당시 자리에서 현재 공모 중에 있는 수도권 대체매립지 선정과 관련해 “응모하는 지자체가 없을 경우 현 3-1매립장을 계속 활용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서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성토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여기에 한 장관은 “2015년 4자협의체에 따라 현재 사용중인 3-1 매립장의 반입량을 최대한 감축하는 노력을 통해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3-1 매립장이 현재 60%가 매립됐는데 산술적으론 2033년까지 사용 가능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 장관의 이러한 발언으로 보면 4자협의체는 자신들의 합의사항을 근거로 매립지 중 3-1 매립장의 사용을 최소 2033년 이상 사용하고 추후로도 대체매립지가 조성되지 않을 경우 나머지도 추가 사용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를 인천시민들의 시선으로 보면 한 장관 스스로가 매립지의 사용 종료를 언제 끝낼지 본인조차 가늠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영구 사용’의 수순을 밟게 되리라는 시나리오도 얼마든 나올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 대통령 후보 시절 매립지 사용 종료와 총리실 특별기구 설치 등을 공약한 바 있다.

또 유정복 인천시장은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았던 2022년 12월 ‘매립지 종료 및 대체 매립지 조성’ 시기를 ‘임기 후’라고 표시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실무자의 실수”라고 밝히며 ‘임기 내’로 수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런데 한 장관의 말대로라면 유 시장은 물론 윤 대통령조차 매립지 사용 종료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또 유 시장의 ‘임기 후’ 표기는 실무자의 실수가 아닌 계산에 의한 정확한 표기가 문제되자 어물쩡 넘기기 위해 거짓으로 둘러댔을 가능성도 있다.

평복연은 윤 대통령과 유 시장이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유 시장에 대해서는 임기 내 매립 종료 공약에 대해 구체적 로드맵을 분명히 제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평복연 측은 “우리는 이미 윤 대통령과 유 시장에게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며 “만약 이 두 사람이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을 시 매립지 영구 사용에 동의하고 공약을 파기한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 장관이 언급한 공모는 3월 28일 절차에 착수해 다음달 25일이면 마감이 되는 대체매립지 공모를 말하는 것이다. 이 공모는 사실상 4자 협의체의 주도로 진행되는 것인데, 현재까지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으나 아직 공모에 응한 지자체가 한 곳도 없는 상태다.

4자 협의체는 2021년 두 번이나 공모했을 당시에도 이에 응하겠다는 지자체를 찾지 못했다. 올해는 인센티브 확대와 ‘자원순환공원’으로 명칭 변경 등을 추진했지만 역시 이에 응하는 지자체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사실상 당연한 수순이었다. 환경부가 표현하는 ‘자원순환공원’이 사실상의 매립지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는 상황에서 ‘선출직’에 해당되는 지자체장들이 이 공모에 응한다는 것은 사실상 ‘정치적 자살행위’가 될 것이 뻔했기 때문.

실제 2021년에도 그랬지만 이 공모가 착수될 때마다 “사실상의 요식행위, 누가 응하겠느냐”는 식의 비웃는 듯한 분위기가 공직사회에서조차 나왔다는 후문이 있었을 정도다.

해당 공모 역시 현재까지는 ‘빈손의 결과’로 나올 것이 거의 자명한 상황에서 한 장관의 발언대로 환경부가 정책방향을 이끈다면 특히 매립지의 ‘영구사용론’을 우선순위로 주장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는 물론이고 경기도 역시 환경부의 입장에 적극 동의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유 시장이 “내 방식이 더 지역에 득이 된다”며 고집하고 있는 ‘4자협의체’는 지역사회에 뭐 하나 이득이 되는 것 없이 사실상 인근 광역단체들에게 매립지의 영구 사용권을 쥐어주는 ‘빌미’만 될 가능성이 높게 생겼다.

여기에 한 장관의 매립지 관련 발언은 28일에 나온 것이지만 30일 오후 4시 현재까지도 인천시는 이에 대해 해명하거나 하는 자세를 취하지도 않고 있다.

인천시는 27일 한 지역 신문이 ‘인천 관내의 반지하주택에 대한 장마철 대비 예산을 삭감했다’며고 우려를 제기한 기사에 대해 29일자로 해명자료까지 낸 바 있었다.

그런데 유 시장 스스로 ‘내가 4자협의체를 주도하고 있다’고까지 밝힌 매립지 문제에 대해 환경부가 영구사용까지 전제하는 발언을 했음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4자협의체를 ‘주도’하는 자의 행위답지 않게 지나치게 소극적인 모습엔 의문마저 나오는 형국이다.

이미 평복연은 물론 인천지역 내 수많은 민간 시민단체들이 4자 협의체의 유명무실론을 오래 전부터 주장하며 유 시장의 고집에 의한 논리를 ‘궤변’으로 규정해왔는데, 결국은 시민단체들의 이러한 비판의 시선이 정확하게 시국을 파악한 셈이 됐다.

평복연 측은 “다음달 25일 공모 마감시한까지 대체매립지 응모 지자체가 없다면 유 시장에게 매립지 종료와 관련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매립 종료 등 공약(유 시장, 윤 대통령 등)의 이행 촉구를 위한 범시민행동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