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한국공항공사(이하 공사)가 소음으로 인한 환경피해를 받고 있는 공항 인근 주민들을 위해 ‘대책사업’ 차원에서 공원화 등을 위해 매입한 땅을, 관련법을 어기면서까지 국가에 넘기지 않고 자산화해 오면서 정작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29일 공사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공항공사는 지난해 국토부로부터 소음대책사업과 관련해 국비 139억 원 등 최근 6년 간 700억 원 규모의 국비를 교부 받았지만 사업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사에 따르면 국토부로부터 받은 국비에 자체 예산을 추가해 공항 주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 등을 조성하기 위한 부지를 매입하고 방음 및 냉방시설 설치, 전기요금 지원 등 대책사업을 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공사가 대책사업으로 매입한 부지들은 상당수가 공터나 빈집 등 상황으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상황인데 원인은 공사가 스스로 자초한 상황이다.
관련법(국유재산법 및 공항소음방지법 등)에 따르면 공사는 국비 혹은 소음부담금을 포함한 자금으로 매입한 땅이 있을 경우 이를 국가에 소유권을 넘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공사는 소음환경 등과 관련해 매입한 땅 전부를 사실 국토부로 넘겨야 했었다. 그렇게 국토부로 넘겨야 국토부가 공원이나 주차장 등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용도로 조성하기 위한 토지관리계획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땅이 대부분 방치돼 있는 상황이 확인됐고 감사원 등 기관들이 원인을 찾아보니 공사가 이들 부지의 소유권을 국가로 넘기지 않고 본인들의 자산으로 잡아왔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 것.
앞서 공항공사는 지난 6년여 간 약 98억 8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7곳의 부지와 건물 등 모두 22건의 부동산을 매입한 적이 있었다. 공사는 사들인 땅을 모두 공항공사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 등기하고 자산으로 관리해 왔다.
이와 관련해 공사가 소음대책사업 추진을 하면서 지난해 1월 국토부로부터 받은 139억 원의 국비는 냉방·방음 시설 설치에 모두 사용했는데 이는 국토부에 제출했던 계획과도 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계획이 이후 달라질 수는 있지만 공공의 영역인 만큼 변경에 대해서는 국가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공사는 국토부 승인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감사원도 최근 공사의 감사 과정에서 지적한 바 있었던 상황.
국토부는 현행 보조금법에 따르면 교부받은 예산의 내용이나 배분 등에 대해 변경이 필요할 때 승인을 받아야 했으나 공사는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만큼 문제가 있다며 공사가 매입한 토지 등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이관받는 방안을 내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사의 분위기를 보면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듯한 분위기가 보이고 있다. 공사 측은 “국비를 냉방시설 등에 사용한 것은 서울지방항공청의 승인이 있었다”며 “변경이 ‘경미한 사항’에 해당돼 국토부장관 승인까지는 필요없었던 사항”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감사원은 최근 공사에 대한 감사에서 앞서 언급했던 문제들을 지적하고 공사가 매입한 부지와 건물들을 목적에 맞게 활용할 것과 공사가 적정한 소음대책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철저히 지도감독을 할 것을 국토부에 통보한 만큼 향후 국토부가 공사에 취할 행정자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