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지난달 김포시의 한 공무원이 악성민원이 원인이 돼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인천시가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인천시의회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악성민원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인천시의 더딘 조치에는 아쉬움의 의견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 법무담당관실은 불법 또는 부당한 방법으로 민원을 제기해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특이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특이민원 법적대응 전담부서’를 지정하고 법률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시는 3일부터 시 행정국장을 반장으로 7개 부서가 참여하는 ‘특이민원 대응 전담반(T/F)’를 구축하고 악성민원의 피해 공무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시작하는 등 이달부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 T/F는 ▲민원제도 개선과제 발굴 ▲피해공무원 법률상담 및 소송지원 ▲마음건강 지원사업 ▲민원공무원 인사우대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이달 내로는 세부 시행 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계획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법률지원의 내용이 가장 중점적이라고 할 수 있다. 추후 악성민원으로 피해를 본 공무원이 민원인을 고소·고발하게 될 경우 T/F에 포함된 법무담당관실이 변호인 선임 비용과 법률 자문을 지원한다.
또 기관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악성민원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고발할 방침이며 안전한 민원환경 조성을 위해 청사별 전용민원실 지정 및 민원의 경중에 따라 팀장급 이상 직원의 배석도 의무화하도록 했다.
시는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로 공무원들이 받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관련 대응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원 담당부서에는 정보공개 업무 분야의 법률 전문 인력을 배치해 자문할 수 있도록 하고 정보공개심의회 대면 심의도 월 2회로 정례화하도록 하고 정보공개 오·남용 청구에 대한 처리 규정 신설을 요구하는 법령 개정도 행정안전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한편 인천시에 따르면 시에 접수된 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2021년 8,271건, 2022년 8,303건, 2023년 1만 720건으로 매년 늘어가고 있어 공무원들의 업무 피로도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무원들이 악성민원인들로 인해 시달렸던 상황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던 상황에서 지난해 인천시의회에서는 이순학 의원(서구5, 민)을 필두로 “시민과 시장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분발하라”고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 의원은 시의회 본회의를 통해 특정 민원인이 무리한 수준의 정보공개청구를 요구하는 사항을 지적하기도 했었다.
당시 인천시에는 한 시민이 20여 건에 달하는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바람에 담당 직원이 며칠에 걸쳐 A4용지 1천 장이 넘는 분량의 답변서를 작성하느라 행정력 낭비와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 공직자 홈페이지인 ‘업무정책포털’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는 이 소식은 당시 알 만한 주요 지역언론들이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터라 해당 언론들은 이 의원의 당시 발언을 기점으로 기사와 사설로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러자 이 시민은 이순학 의원을 직접 찾아가 ‘나를 겨냥했느냐’는 식으로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며 따졌고 이어 이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하라는 식의 엉뚱한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사무실에 쳐들어와 ‘당장 자료를 갖고 오라’는 식으로 행패를 부린 정황이 밝혀졌는데 관련도 없는 의회 직원에게 ‘나에 대해 얘기한 게 당신이냐’는 식으로 윽박까지 질렀다는 것이 밝혀졌다.
당시 의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계속 기세등등한 자세를 취하며 의회 직원들을 괴롭히는 등 태도를 취하던 이 시민은 경찰에 신고전화를 하자 꼬리를 내리고 물러갔다는 것이다.
당시 이 의원은 “시정에 관심을 갖고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민원인을 규탄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민원인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당시에도 유 시장은 이 의원에 발언에 언급을 피하는 등 다소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의회에서의 발언에 대해 시장님의 입을 주목하고 있는 직원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알려드린다”며 “이 시민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악의적인 정보공개청구를 자행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도 확신했다”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에는 경기도 김포시 9급공무원 A(37)씨가 김포 관내에서 발생한 포트홀(도로 파임 현상)의 보수를 위해 공사를 하면서 차량 정체가 일어나자 악성민원은 물론 김포지역 온라인 카페에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등 고통이 이어지자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미 지난해에 이명규 시의원을 단장으로 한 ‘민원처리제도 개선 전담팀’이 시의회 내에서 구성되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천시의 대책 마련은 한참 늦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어서 ‘늑장’ 등 지적은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천시의회의 전담반은 그간 활동하며 마련한 정책과제를 도출한 제안서를 이날 유 시장을 만나 전달하기도 했는데 해당 제안내용들은 인천시가 수립 중인 세부 시행계획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제안내용에는 ▲통합 전담기구 설치 ▲중앙부처 협력 강화 ▲공직자 보호 결의대회 개최 ▲민원공무원 업무집중 환경 구축 ▲‘정보공개법’ 개정안 활용 ▲실태 설문조사 실시 ▲청사출입 시스템 확립·정착 ▲제도 보완 장치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시는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