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성 소수자들의 인권 제고 등을 위해 매년 치러지고 있는 퀴어문화축제 측이 지난해 부평구의 행정 실수로 요청한 장소에서 퀴어축제를 하지 못한 데에 대해 법정 소송을 했으나 패소했다.
14일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 따르면 최근 인천지법은 조직위가 차준택 부평구청장을 상대로 낸 부평역 광장 사용신고 수리 처분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 처분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부평구의 광장사용 규칙은 행정기관 내부의 재량 준칙에 불과해 대외적 구속력이 없고 수리 처분에 일부 하자가 있다 해도 그것이 처분을 무효로 돌릴 만큼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조직위는 퀴어문화축제를 위해 9월 9일을 사용일로 하는 부평역 광장 쉼터공원을 사용 신청서를 냈는데 이에 앞서 퀴어축제를 반대했다고 알려진 모 기독교 단체가 같은 날 사용일자의 광장 사용 신청을 냈었다.
당시 조직위는 그 해 8월 9일 신청서를 냈고 이 기독교 단체는 7월 6일 신청서를 냈다. 그런데 부평구 광장의 사용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광장 사용 신청은 ‘행사 60일 전부터 7일 전까지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부평구는 규정에 맞게 사용을 신청한 조직위에는 “9월 9일 당일 부평문화재단이 풍물축제 사전 공연을 위해 광장 사용을 계획하고 있어 사용이 어렵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보면 해당 기독교 단체는 행사 65일 전에 신청을 해 광장 사용 신청 규정을 어긴 것임에도 부평구가 승인을 해주고 조직위가 규정에 맞게 사용 신청을 한 것은 들어주지 않은 것인 만큼 논란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조직위는 법원의 이번 판단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법원 판단대로라면 부평구가 세운 규칙은 모두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앞으로는 조례 등을 무시하고 광장을 그냥 사용해도 되느냐는 것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소송의 배경은 그간 반복적으로 보수 기독교 단체가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방해하는 일들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위법한 행정과 결탁해 성 소수자의 권리가 계속 밀려나는 것을 따지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이 오히려 광장 사용에 대해 혼란을 야기하고 법리적으로도 엄밀하지 않은 판결을 내린 만큼 우리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조직위는 부평구가 의도적인 방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했는데 이에 대해 부평구는 “담당 공무원이 업무 처리에 실수를 해서 생긴 것인데 의도적으로 광장 사용을 제한한 것은 아니었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법원의 이번 판단이 결국 결론화될 경우 구청장이나 구청 관계자 등이 의도적으로 특정 단체에 사용에 대한 특혜를 주고 특정 단체는 배제하는 등의 꼼수를 가능하도록 만들어준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