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9월 9일 부평역 광장에서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던 인천 퀴어문화축제가 차질을 빚게 됐다.
부평구가 장소 사용허가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두 단체에 대해 다른 자세를 취했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퀴어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측은 부평구의 ‘의도적인 차별행정’을 의심하고 있다.
23일 조직위는 부평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평구가 우리 조직위에는 장소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다가 기독교 단체에는 같은 장소를 허가해 부평역 광장의 사용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조직위 측에서 축제를 예정하고 있는 다음 달 9일 부평구에 광장 사용 허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부평구가 이를 반려했다는 것이다. 같은 날 부평구문화재단이 광장을 사용할 예정이라 중복 허가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부분이겠으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조직위로서는 이미 부평역 광장 개최를 공식화한 만큼 사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던 중 부평구문화재단 측으로부터 “당일 사용 계획이 없다”는 답을 받았기 때문.
그런데 그 사이에 부평구는 다른 기독교 단체에게 당일 부평역 광장의 사용 허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사회 일원들에 따르면 이 기독교 단체는 퀴어축제의 개최를 그간 극렬히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조직위 측이 추가 확인을 거친 결과 부평구는 내규 상 광장의 사용 신청이 불가능한 시점에서 들어온 이 기독교 단체의 신청을 승인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논란은 상당해질 가능성이 높다.
부평구가 종교단체들의 압박을 감안해 행정상 오류가 있었던 것처럼 정황을 만들어 퀴어축제의 광장 사용을 못하게 하면서 다른 종교단체에게는 규칙까지 어기며 사용을 하게 특혜를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절차는 물론 행정적으로도 명백히 잘못”이라며 “이 때문에 축제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생겨 참가자들에게 안정적인 축제 장소를 제공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데 부평구가 책임지고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부평구는 ‘행정 실수’라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사용 허가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해당 업무에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 보니 착오가 생겼다”며 “조직위 측에 잘못된 답변을 한 것도 또한 내규를 어기고 기독교 단체에 사용 허가를 해준 것도 맞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조직위 등에서 제기하는 의도적인 꼼수 등은 전혀 아니었다”며 “기독교 단체의 사용 허가 승인은 지금으로선 취소는 불가능한데 다른 적합한 장소에서 축제가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조직위는 현재 상황이 불가피한 만큼 부평역 광장 대신 부평시장 로터리 일대를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두고 부평구 측과 협의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그간 “퀴어축제가 ‘성 소수자’ 주제라는 이유로 그 자체로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시민사회단체 및 인권 단체들 일원들 가운데서는 부평구가 의도적으로 꼼수를 부려 사용 허가에 대한 자세를 다르게 취했을 가능성에 대해 의혹 제기를 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 퀴어축제 조직위 역시 단순한 조직위가 아니라 약 30개 시민사회단체 등이 힘을 보태고 있다. ‘성 소수자 성향에 동의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들의 인권이 타인( 및 단체, 기관 등)에게 침해 받아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힘을 보태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퀴어축제는 ‘차별을 넘어 퀴어해(海) 무지개 인천’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당일 오전 11시부터 무대가 꾸며지는 건 물론 40여 개 단체가 참여 부스를 꾸리고 무대와 부스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되며 부평대로를 포함한 3㎞ 구간의 퍼레이드도 예정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