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내년부터 ‘지역 출산율 증대’ 등을 목적으로 인천서 태어나는 모든 자녀들을 대상으로 해당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최대 1억을 지원하는 ‘인천시 아이드림’ 사업에 예비엄마 등이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정작 인천시 내부에서는 고민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사업들은 일선 군·구와 함께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이를 전격 시행하기 위해서는 군·구의 협조가 요구되지만 인천시가 이러한 과정조차 밟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6일까지 인천시와 10개 군·구에 대한 취재와 전언 등을 종합해 보면 유정복 인천시장은 18일 일정이었던 인천시청사에서 아이드림 지원 사업에 대한 기자브리핑을 준비하면서 군·구의 참여를 독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 시장이 발표한 브리핑 내용들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인천시는 정부와 지자체의 기존 지원금(자녀 1인당 7,200만 원)에 시가 자체적으로 세운 예산(자녀 1인당 2,800만 원)을 보태 총 1억 원을 지원하는 것이 개요다.
기존 출산정책 지원으로는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금 100만 원에 출생한 아기(출생신고 완료돼야 함)에게 지급하는 ‘첫만남 이용권’ 200만 원에 부모 급여 월 100만 원, 아동수당 월 10만 원 등이 있었다.
여기에 시는 임산부 교통비 50만 원을 현 지역화폐인 인천e음카드 포인트로 지급하고 내년 기준으로 태어나는 아이가 돌이 되는 2025년부터 7년간 매월 10만 원씩 총 840만원을 지원하는 ‘천사 지원금’ 사업이 추가됐다.
여기에 만 8~18세 동안 월 15만 원씩 총 1,980만 원을 지원하는 ‘아이 꿈 수당’ 사업도 포함됐다. 아동수당 지원이 종료되는 8세부터 현금성 지원이 중단되는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인데, 이 역시 인천시의 자체예산 내역에 포함돼 있는 부분이다.
시는 불과 몇 해 차이로 지원을 못 받는 부분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명목으로 2023년 이전 출생 아동도 일부 지원키로 하고 2016~2019년생은 내년부터 월 5만 원씩 총 660만 원, 2020~2023년생은 2028년부터 월 10만 원씩 총 1,320만 원을 지원하는 등 소위 ‘완충지대’도 어느정도 확보키로 했다.
이에 지역 맘카페 등의 회원 중 예비엄마들 위주로는 환영의 메시지들이 엿보이고 있다. 아기를 낳아 키우는 것이 여러 모로 힘이 드는 상황에서 약간이라도 지원금이 더 나온다는 것은 아무래도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
서구 주민 김모씨(40)는 “출산율 감소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분위기가 있어서인지, 아이를 낳아 어느정도 성장해 이런 혜택을 많이 못 받거나 아예 못 받는 부모들도 대체적으로는 환영의 글을 맘카페 등에 올리는 분위기가 있는 건 분명하다”고 전해왔다.
하지만 바깥에서의 긍정적인 분위기와 달리 정작 시 조직 내부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분위기가 더 높아 보인다.
이 사업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시가 일선 군·구에 예산을 내려주고 이들 군·구가 일부를 보태 이 예산을 직접 관할 주민에게 집행해주는 구조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한 군·구와의 협의과정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대로 인천시는 18일 기자 브리핑을 위해 일선 군·구 차원의 참여를 요청했었다. 물론 브리핑 자리에 10개 군·구 단체장들을 모두 오라고 한 것은 아니고 이재호 연수구청장에게는 공식적으로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시가 이 구청장에게 이런 요청을 한 것은 이 구청장이 현재 인천 군수·구청장 협의회장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인데 협조 요청을 받은 이 구청장이 당초엔 참석하겠다는 답장을 했으나 이후 불참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구청장은 다른 일정이 있고 조율이 힘들어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인천지역 공무원 조직 내에서는 이 구청장이 인천 군수·구청장 협의회의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진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간 인천지역에서는 출산지원사업이 군·구별로 다소 상이한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에 협의회는 이것이 지역차별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만큼 동일한 내용으로 통일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인천시에 지원 필요성을 요구해 왔었다.
그런데 시는 그간 협의회의 요구사항에 별다른 화답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관내의 한 구청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예산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일 텐데 시가 이런 부분을 가져와서 구와 협의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다른 군·구들 역시 인천시가 해당 사업내용에 대해 협의를 제안하거나 했던 과정은 없었다고 밝혀옴에 따라 인천시가 이 사업에 대한 군·구와의 협의과정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일부 군·구는 지원사업의 내용 상당수를 보도자료 및 언론보도 등으로 처음 접해 당황스러웠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19일 시가 군·구 관계자들을 소집해 가진 회의를 통해서야 세부내용을 알게 된 케이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 수장인 이 구청장이 인천시에 불만을 제기할 만한 충분한 상황을 사실상 시가 자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면서 당장 며칠 남지 않은 내년부터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지 의심부터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얼마 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이행숙 전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의 뒤를 이은 황 신임부시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완벽한 정무라인을 꾸리지 못하면서 시의 정무역량이 잠시나마 실종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여기에 황 부시장의 1순위 업무가 내년 시의 조직개편안에 따라 유 시장의 핵심공약인 제물포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여성가족 및 복지분야에 대한 정무기능이 앞으로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할 거란 예측도 어느정도 신빙성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또 사업 내용만을 놓고 봤을 때 각 가정의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일관적인 혜택을 주는 현금성 지원이, 최근 다시 어려워졌다는 시 재정을 외면한 포퓰리즘 중 하나가 아니냐는 정치적 의심도 유 시장을 향해 있는 상태다.
인천시가 아이드림 사업의 자체 예산 부문에 대한 ‘내년도 예산’은 약 4백억 원 가량이다. 천사 지원금 대상자를 약 1만 4천여 명, 아이 꿈 수당 대상자는 약 2만 5천 명 정도로 보고 잡았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만만찮은 재정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유 시장이 내년 총선 혹은 자신의 치적 등을 목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회문제에 대한 현금성 지원을 통해 입지를 다지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으로 풀이된다.
또 한편으로는 출산율 증대가 목적인 사업에 직접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정부가 장기간의 지원을 통해 ‘인증’도 한 바다.
정부는 정권을 막론하고 2006년부터 올해까지 저출산 대응을 목표로 총 380조 원 규모의 중장기지원을 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합계출산율 0.7명’이라는 올해 3분기 실적에서 보이듯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연수구 주민 오모씨(40)는 “현실이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만 기대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느냐, 그런 현금성 지원보다는 자리가 없어 맡기지도 못한다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더 확충하거나 하면서 점진적으로 인프라를 늘리면서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정치인들은 당장의 표심을 위해 현금을 살포하는 등의 선심성 정책만 늘어놓고 있다”며 사실상 인천시를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인천시도 아예 생각이 없는 건 아니어서 향후 대통령실 직속의 인구정책 수석실을 두고 총리실 산하에 출생 정책의 직접관리를 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방안 등을 유 시장이 직접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방정부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읽힌다.
현재 공식적으로 약 299만 3천 명의 인구를 가진 인천은 비록 크진 않지만 점진적으로 인구가 늘어나 조만간 300만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0.75명으로 서울의 0.59명, 부산의 0.72명에 이어 광역단체 중 세 번째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