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최근 일정을 마친 인천 서구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지난해 말 서구가 완료한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 용역에 조작 정황이 보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만약 이러한 부분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용역 관련한 사업비 환수 및 손해배상 등 법적 소송 등은 물론 당시 사업을 강행했던 담당 공무원의 중징계 가능성도 있을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구에 따르면 지난 27일 열렸던 서구의회의 교통정책과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지영 구의원(서구다, 민)은 “당시 용역을 수행한 업체가 서구의 횡단 중 사망사고 데이터를 이미 정해진 용역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조작한 정황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이 언급한 용역은 서구 교통정책과가 추진해 지난해 말 완료한 것으로 알려진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 개선 및 기준 수립 용역’을 말한다.

이 용역은 서구 내 교통사고 통계 분석 및 도로교통안전사업 운영 실태 조사, 횡단보도 사고 사례 및 사용자 실태 조사 등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바닥형 보행 신호등 보조 장치(기사 사진 참조)를 설치할 위치 등을 선정하는 것이 기본 골자다.

그런데 이 용역을 수행한 A업체가 서구의 횡단보도 사망사고 등 데이터를 이미 정해진 용역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조작이 의심된다는 것이 서 의원의 지적이다.

서 의원은 이미 지난 4월 경부터 의회 내에서 해당 용역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재검토는 진행되지 않고 계속 강행돼 왔다.

당시 서 의원 측에서 재검토를 요청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최종보고서를 횡단 중 사망사고 데이터에 가정동, 신현원창동 등 남쪽 11개 동이 제외돼 있고 반면 당하동의 경우 같은 사고를 중복 반영해 구 북쪽의 사고 위험이 높아 보이도록 의도한 정황이 의심된다는 것.

이렇게 당하동 사고를 중복 반영하기 위해 같은 장소를 다르게 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지도를 삽입하는 등 조작의 정황도 보인다는 것이 서 의원의 행감 당시 설명이었다.

또 실제 사고가 많은 곳은 석남동이었으나 용역업체가 이를 배제하기 위해 사고다발지 자료를 흐릿하게 적시하고 몇몇 곳은 실태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스마트 횡단보도 위치로 선정한 정황도 보인다고 서 의원은 밝혔다.

아울러 그 외에도 오래된 빅테이더 자료 반영 및 바닥형 신호등 위치 선정 기준이나 기설치 위치 표기에 대한 오류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서 의원은 “A업체에 대한 계약 해지는 물론 사업비 환수, 손해배상 등도 감안해야 하고 동시에 해당 사업을 강행한 담당자를 징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용역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을 경우 용역에 쓴 2천만 원의 예산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집행되는 10억 가까운 예산들이 잘못 집행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

이로 인해 드러나게 될 안전문제 등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갈 수밖에 없고 앞서 언급대로 환수와 소송 등 법정절차도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서 의원은 ‘징계 대상’의 공무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전임 과장(이하 증인)’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언급대로 4월부터 서 의원이 용역에 대해 지적하고 재검토 등을 요구했을 때 이 과정에서 대응했던 공무원이 모두 증인이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의적으로 용역보고를 지연시키거나 사실과 다른 보고들을 한 행위에 대해 징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그 징계의 대상은 전임 과장이 마땅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서 의원 측이 용역보고서 제출을 계속 요구했지만 담당공무원이 보고를 늦추고 숨기려는 의도가 사실이라면 이에 대해서는 “공직자가 의회의 예산 집행에 대한 감시 기능을 무력화하려 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서 의원은 “당시 행감 때도 질의 초반에 가정동, 신현원창동 등이 제외된 부분이 보였다고 했을 때 증인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는데 따로 준비한 PPT자료까지 보여주며 그 내용을 인증했는데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업무보고 때보다 변명이 길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증인이 ‘몰랐었다’는 식으로 얘기는 했는데, 내가 ‘잘못의 여부를 인정하느냐’고 묻자 정확히는 아니었지만 잘못됐다는 부분을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는 있었다”며 “사실 질의 대화 자체가 많이 오가진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행감장에 앉아있던 교통정책과 공직자 역시 “(증인이) 당시 짧은 답변 정도는 했던 걸로 기억하나 특별한 해명 등은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서구의회와 서 의원 등에 따르면 문제의 용역을 진행한 A업체 관계자들은 의회의 증인출석요구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