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들이 26일 국민의힘 인천시당사 앞에서 ‘정승연 왜 그래?’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인천평화복지연대)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와 국민의힘 등이 민선7기 당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했던 것에 문제가 있다며 감사 및 검경고발 등을 이어가는 상황에 대해 민선7기에서 이 제도와 관여돼 있다고 알려진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통해 “왜곡과 폄훼를 중단하라”며 맞섰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26일 오전 국민의힘 인천시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인천시당이 시민단체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계속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본인들의 거짓말에 대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단은 지난 7월 열렸던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이하 특위)의 7차 회의에서 하태경 국회의원과 정승연 전 국힘 인천시당위원장이 민선7기에 진행된 주민참여예산 집행과정 등을 문제삼으면서 논란이 됐다.

이는 지난해 인천시가 유정복 시장 취임 직후 진행한 주민참여예산 과정에 대해 감사 작업을 벌인 결과 총 152개 사업 중 13건에 대해 지적 사항을 발견했다고 밝혔던 것을 기반으로 국힘 측이 진행한 것이었다.

당시 특위는 “평복연이 특정 정당과 사전 결탁을 하고 이를 통해 ‘사실상 셀프 심사’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특정 정당의 하부저직이 참여예산을 주무른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정 전 위원장은 평복연 관계자들을 업무방해 및 배임 등 혐의로 인천지방검찰청에 고발했으며 지난달에는 이 사업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역시 인천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평복연은 하 의원과 정 전 위원장 등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며 맞서고 있는데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국힘 측에 대해 사실을 왜곡하고 폄훼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특위를 통해 주민참여예산제도와 관련돼 사실왜곡 등을 지속하고 있는 정 전 위원장과 여당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 사정기관을 동원해 시민단체 탄압에 나섰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 전 위원장의 경우 국회까지 가서 기자회견을 해 평복연을 ‘좌파 시민단체’라며 색깔론을 입히고 ‘시민단체가 결탁해 벌인 불법 부패 카르텔’ 등을 운운하는 등 사실상 시민단체를 불법화한다는 것이 평복연 측 입장이다.

그러면서 정 전 위원장과 국힘 시당의 이런 움직임이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인천평복에 대한 탄압, 즉 ‘공안탄압’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특위가 민주노총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민단체 등에 ‘이권 카르텔’ 및 ‘불법폭력시위단체’라는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불법화하는 등 국민들에게 시민사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평복연은 국힘의 이 같은 반응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평복연은 박근혜 정부 후반기였던 2016년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2016 총선넷’과 함께 인천지역에서 윤상현·황우여·배준영 후보를 낙선 후보로 선정하고 인천선관위 등과 협의 하에 기자회견 등을 개최한 바 있다.

그런데 이후 서울선관위가 활동가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서울경찰청이 압수수색을 하며 22명의 총선넷 활동가들을 무더기로 기소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당시 상당한 논란을 낳기도 했다.

당시에도 시민사회진영은 “박근혜 정부가 총선을 전후해 시민단체에 대한 탄압을 자행했다”고 평가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을 반복할 우려가 높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평복연은 “우리는 이미 비슷한 일을 겪은 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 전 위원장 등이 보인 행보가 검·경을 동원한 시민단체 탄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우리는 어떤 탄압이 있더라도 비판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거짓 선동과 고발을 멈추라”고 규탄한 뒤 국힘 시당 사무실을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다만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평복연에 대한 반론도 나오는 분위기다. 민선7기 당시 늘어난 주민참여예산제도의 규모 확대를 반대하지는 않으나 수백 억 대로 늘어난 사업비의 배경에는 비판의 지점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 이 사안과 관련해 지난해 평복연과 날을 세운 바 있는 시민단체인 ‘인천참언론시민연합(이하 ’참언론연합‘으로 표기)’ 측은 당시 공식성명 등에서 주민참여예산사업을 ‘정치적 뒷거래’, ‘농단’ 등으로 표현하면서 이 중심에 평복연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참언론연합은 인천시의 재정상태가 정상화에 접어든 민선7기 당시 최대 500억 규모까지 이 예산이 증가했던 점을 언급하며 “주민참여예산 명목으로 정치인과 평복연 등이 결탁해 시민의 혈세를 가로챈 행위가 있었는지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기자실에서 만난 인천지역의 한 언론인은 “물론 해당 시민단체가 예산을 허투루 썼다거나 했을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위탁 주체가 급증한 예산의 권한을 많이 쥐고 있었던 구조 자체는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였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언론인은 “사실 시민 혈세와도 직결된 문제였던 만큼 논리적으로 풀고 개선할 문제라고 여겼지만 한편으로는 ‘정쟁화’의 우려도 있었는데 우려대로 정쟁화가 된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