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정의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상교통 정책에 대해 인천 적용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는 의미의 토론회가 열렸다.
사회적으로 약자에 해당되는 계층이 공공 교통요금 부담률이 높은 만큼 개인 교통부담에 해당되는 영역(유류세, 자동차세 등)의 부담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사회적 합의 혹은 정부 지원의 전제가 없이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한계점도 분명히 보였다.
정의당 및 진보 성향의 시민 등이 모여 만든 ‘인천무상교통조례제정운동본부(이하 본부)’는 7일 오후 인천시의회 의원총회실에서 ‘기후·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무상교통정책,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현재 정의당에서 인천지역에 도입하려 하는 청소년 이하 세대에 대한 교통요금 무료화 및 일반 성인 대상으로 ‘월 3만 원 프리패스’ 제도의 가능성 여부 및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이나 보완점 등을 파악하기 위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강주수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은 이번 토론회에는 그간 무상교통 정책에 대한 도입을 주장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원과 문영미 정의당 인천시당위원장(본 토론회에는 ‘청구인대표’로 이름을 올림), 시 교통정책과장과 버스업계 종사자,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발제를 맡은 이영수 연구원은 “이미 스페인에서 급진적인 방향으로 무상교통정책이 실현됐는데 비록 올해까지로 한정은 돼 있으나 현재 스페인은 철도와 버스 등의 무상이용에 대해 가능성을 보고 있고 독일 등 유럽국가 상당수가 시민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하는 정액제 적용 등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나라 국민의 교통영역 비용 부담을 보면 개인교통비는 비례적인 성격이나 공공교통비는 오히려 역행정”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의 공공교통비 소비가 많은 상황에서 더 이상 타 국가들과 비교해도 교통요금이 저렴하지 않은 수준까지 갔다”고 밝혔다.
정부가 자동차 이용자들의 부담 완화 명목으로 9조 원 규모의 유류세를 감면하고 연장하는 것이나 민자터널인 우면산터널의 요금을 올해 동결하고 서울시의 주차요금이 세계 타 도시와 비교해도 저렴히 책정하는 등 자가용 이용자들이 극히 유리한 구조를 만들었다는 논리다.
이 연구원은 “공공교통비 부담 등에 대해 실태조사가 필요하지만 서울시를 비롯한 그 어떤 지자체도 이를 하지 않고 있는데 아마 일부러 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인천시도 마찬가지인데 각 지자체들이 조례화해 의무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교통비 무상 이전에 자가용 보유자들의 개인교통비 부담을 지금 수준보다 급격히 올리는 것이 선행돼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사실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공공교통요금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계급’의 문제이자 ‘우리’의 문제인데 요즘에서야 간신히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문영미 시당위원장은 “4월부터 정의당 인천시당이 청소년 이하 세대의 공공교통 무상이용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월 3만 원 프리패스 등 정책을 조례화하기 위한 제반 작업을 하고 있다”며 “(예산 등 문제를 감안해) 시당으로서는 단계적으로 풀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북 청송이 공공교통 전면무료화를 실시한 것을 비롯해 청소년 세대의 무료 혹은 100원 버스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는 전국 여러 지자체들(서울 광진구, 전남지역 여러 지자체 등)이 있고 부산시의 경우에도 월 4만 5천원 초과 이용액에 대해 환급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미 정의당의 경우 지난 4월 “고금리 등 경기 침체에 따른 민생위기 극복 차원의 무상교통정책이 필수”라며 첫 단계로 청소년 무상 교통 및 인천시민 월 3만 원 프리패스 도입을 제안했던 바 있다.
당시 정의당은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을 약 2,150억 원으로 계산했다. 일 평균 어린이 대중교통 이용 인원 4,562명과 월 평균 이용 액 2만 4,510원, 같은 기준 청소년 4만 2,089명에 월 평균 이용 액 4만 6,230원으로 이 모두를 합해 1년 예산치로 잡으면 약 247억 원의 값이 나온다.
여기에 월 3만 원 프리패스의 경우 인천시민의 월 평균 교통비를 7만 1,730원으로 산정해 반값과 비슷한 수치인 월 3만 원으로 책정하고 여기에 일 평균 이용 인원인 약 53만 명과 12개월을 곱하면 약 2,644억 원 가량이 드는데 현재 시가 준공영제로 인해 운송 업체에 환승 손실금 지원 금액인 약 493억 원을 제외하면 정의당의 계산과 비슷한 값이 도출된다.
그러나 당시에도 이러한 계산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정의당의 계산이 준공영제로 인한 인천시의 전체 손실영역을 넣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를 반영하게 되면 기존 정의당의 계산액에 매년 시 손실액으로 알려진 약 2,600억 원 규모를 더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필요한 예산이 약 5천억 원 내외로 늘어난다.
만약 이를 현재의 준공영제에서 ‘완전공영제’로 바꾼다고 하면 버스업체에 직접 주는 예산은 들지 않더라도 기사들의 인건비를 포함해 버스 차량의 신규 구입 및 유지보수 등에도 적잖은 예산이 드는 것은 계산에 넣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전환할 시 손실보전이 얼마나 줄어들지에 대한 계산이 전혀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도 현실 적용에 있어서 걸림돌로 지목된다. 버스업체들이 해당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그것이 자신들의 권한 영역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
이와 관련해 진보세력은 과거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주장돼 오다 이제는 현실화돼 적용 중인 무상교육(급식, 교복 등) 사업을 예로 들며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주장과 설계를 제안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예산의 투입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됐던 만큼 진보정당들의 주장대로 단계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을지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직은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단계다.
인천시도 토론회에서 정의당의 계산에는 일단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김종호 인천시 교통정책과장은 “시당의 제안을 전제하면 재정부담이 막대하게 발생하는 상황인데 구체적인 예산 조달 방법이 불명확하며, 만약 조례가 지방정부만의 재정부담을 전제하는 것이라면 이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조례보다는 오히려 관련 법률 제정을 통해 중앙정부의 지원을 설계하는 것이 타당하며, 최근 발표된 정부의 K-Pass 제도(월 60회까지 교통이용에 따른 마일리지 지원)와 같이 중앙 및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재정부담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부연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토론회가 무상교통 정책에 대한 가능성의 타진 여부나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지’를 알아보고 시민들이 직접 논의해 본다는 차원에서는 의미를 가질 만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 공공교통을 이용해 학교와 집을 오가는 학생들의 의견도 대표자를 통해 언급된 것 역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인천지역에서 고등학교 재학 중인 조은혁 인천시교육청 학생참여위원장은 “출퇴근 (혹은 학교의 경우 등하교) 시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쾌적한 이용이 어려운 만큼 용량의 증가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서울, 경기의 교통체계와 맞물려 있기에(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도를 말함) 타 지역의 연계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