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중국이 6년여 만에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했지만 인천항에 유입되는 중국 관광객 즉 ‘유커’들의 수는 예상보다도 낮은 수치가 기록되고 있다. 유커들의 방문을 잔뜩 기대했던 인천과 서울의 주요상권도 다소 힘이 빠진 분위기가 엿보인다.
5일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인천항에서 12일 중국 칭다오발 여객선을 시작으로 중국 4개 도시와 인천을 잇는 국제여객선 운항이 재개됐고 현재 운항 중인 4개 항로에 추가로 롄윈강·잉커우 등 중국 다른 도시를 잇는 4개 항로 여객선도 다음 달까지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재개된 4개 항로 여객선들의 이후 3주간 항차별 정원 대비 탑승률 통계를 받아본 결과 상당수가 20% 미만에 최고 탑승률 24%라는 저조한 기록을 남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8월 31일 인천에서 출발한 중국 칭다오행 여객선에는 660명의 정원의 1%인 6명만이 탑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를 전해들은 주요 상권 종사자들 입에서 한숨이 나오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또 지난달 28일 중국 스다오에서 인천으로 향한 여객선은 정원 1,500명 대비 39명이라는 3%의 탑승률로 아직 녹록치 않은 상황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 해운업계나 중국 당국 등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다.
한중 외교관계가 아직 경색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더라도 단체관광을 허용한 것은 어느정도 분위기가 풀어지고 있다는 뜻인데 이렇게까지 텅텅 빈 여객선이 다닐 것이라고는 양국이 모두 예상을 못했다는 평가다.
아무래도 중국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서 경제위기를 체감한 중국인들이 한국행에 필요한 ‘지갑’을 닫은 것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해운업계 및 관광업계의 진단이다.
한중카페리협회 등 일부 관련 단체들은 아직 코로나로 인한 침체된 분위기나 정서적인 문제가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내년에는 승객 수를 회복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지만 현 상황만 보면 낙관하기는 힘들다.
이미 태국 등 관광지로 유명한 동남아 국가들이 ‘엔데믹’ 이후 유커의 방문을 잔뜩 기대했으나 코로나 이전 상황의 절반 이하 수준인 40%도 미치지 못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자 이들 국가들의 관광업계가 잔뜩 울상을 지은 것은 아주 좋은 예다.
이미 헝다그룹, 컨트리가든 등 중국 현지에서 1~2위를 다투는 부동산기업이 급격히 ‘디폴트’에 준하는 재정적 나락상태로 떨어지면서 ‘중국판 리먼 사태’가 현실화되자 자신들의 ‘주식’인 돼지고기 소비까지 줄이며 긴축소비를 하고 있는 만큼 이는 예상된 수순이기도 했다.
이들 부동산기업들은 한때 중국 당국이 ‘모범기업’으로 평가한 바도 있는 만큼 침체된 중국경제가 회복되는 데에도 적잖인 시간이 걸릴 것을 감안하면 과연 내년에 유커의 방문 수가 회복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다만 정부는 최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전자비자 수수료 한시 면제 등 지원책을 발표해 유커 유입을 유도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인천시는 추후 여객선을 통해 유입되는 유커 수의 동향을 보면 충분히 희망을 걸 수 있다는 분위기다.
시 관계자는 “7일 여객선을 통해 입국 예정인 유커 수가 480명 정도 있고 9일은 그 이상의 수가 오는 것을 IPA 측으로부터 확인했다”며 “시 내부에서는 이달 혹은 다음달까지는 어느정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객선 운항이 재개된 지 얼마 되지 않고 아직 모든 항로가 개통된 건 아닌 만큼 지금 벌써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