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중국 정부가 6년 여 만에 한국 행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그간 큰 폭으로 적자에 허덕여야 했던 관광 수지가 개선될 수 있을지 업계와 일선 지자체들의 촉각이 곤두서는 모양새다.
그간 관광업계의 ‘큰손’으로 불렸던 이들 ‘유커(游客)’들이 잇따라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에 많은 중국인 관광객을 맞이했던 서울 명동 등 수도권의 주요 상권도 준비 작업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만당국 등에 따르면 12일 중국 칭다오에서 118명의 중국 승객을 태운 여객선이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으며 평택 항에는 역시 55명의 중국 승객을 태운 여객선이 도착하는 등 중국 승객들이 족족 입국하고 있다.
이들 승객들은 대부분 중국이 한국행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관광 목적으로 도착해 서울과 제주도, 부산 등지로 관광을 계획하고 있는 ‘유커’들로 확인되고 있는데 이렇게 인천·평택 항에 유커들이 들어온 것은 3년 7개월 여 만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17년 한국의 사드 배치를 이유로 중국 당국이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에 제동을 걸어왔다. 그 이후 코로나로 인한 펜데믹까지 거치면서 유커들의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었는데 이를 감안하면 6년 5개월 만에 이런 풍경이 다시금 나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관광업계는 유커들의 입국이 단계적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위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식으로 관광객을 맞이하면서 침체된 관광 산업을 일부 회복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실제 1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관광 수지는 46억 5천만 달러의 적자를 보여 지난 2018년 70억 6천만 달러 적자 이후 5년 만에 최대 적자 폭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엔데믹 이후로는 희망을 좀 찾는 듯한 그림도 그려지는데 인천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약 171만 명)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384만 명) 대비 44.6%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5월에는 지난해 동기(17만 5,922명) 대비 392.9%가 증가(86만 7,130명)하는 등 국제 관광 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추후 유커들의 단체 관광이 더 늘어난다고 하면 상당한 수준의 관광 수지 개선을 기대해 봐도 된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명동 등 수도권의 주요 상권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유입에 대한 준비 작업이 한창인 분위기가 재현 되고 있는 상황이다.
명동에서 장사를 한다는 한 상인은 “유명 브랜드 화장품 가게를 비롯해 그간 유커들에게 인기였던 상점과 음식점 등지에서는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 및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공고들이 많이 붙어있다”며 “심지어 노점 좌판도 중국어 안내 판을 세워 놓는 등 이른바 ‘유커맞이’ 준비에 한창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해왔다.
이 상인은 “다음달 말과 10월 초는 중국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 기간으로 안다”며 “이미 이곳 상인들 거의 전부가 알고 있을 정도로 정보가 공유되고 있어 사실상 그 준비를 하는 것으로도 봐도 무리는 없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면세점이나 유명 브랜드 숙박 업소 등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들 역시 유커 입국에 잔뜩 대비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제주도의 경우 제주공항의 국제 노선이 현행 주 100회에서 조만간 코로나 이전 수준인 주 170회 이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기정사실화 되면서 숙박업은 물론 요식업과 쇼핑몰, 외국인 카지노 등 관광 관련분야 매출에 큰 기대감이 퍼져 있기도 하다.
여기에 앞서 상인의 언급대로 오는 9월 29일부터 10월 6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에 국내 관광업계가 어떤 전략을 세울지에 따라 매출의 성공 여부가 좌우될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한중카페리협회 등 관광업계 관련 단체들도 추후 단계적으로 한국을 찾는 유커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중국의 경기가 회복되면 빠르면 내년 초부터 펜데믹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천항과 인천공항을 통해 유입될 유커들에 대해 인천시의 움직임도 바빠진 것은 물론이다. 특히 경기와 부산, 제주 등이 산하 관광공사 등과 함께 팸투어 및 특수목적관광,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자 ‘절대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여러 전략들을 짜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는 유커 입국이 본격화되기 전이었던 지난 5월 태국과 베트남에서 가진 ‘인천관광 로드쇼’의 성과에 일단은 고무된 분위기다.
이 일환으로 지난 6월 ‘1883 인천맥강파티’에 태국·베트남·대만·홍콩 등 3천 여 명의 관광객이 유입돼 이들이 약 5억 원 가량을 인천에서 소비한 점을 들어 가능성을 보고 있는 상태다.
물론 얼마 남지 않은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에 대한 전략도 필요한 만큼 나름의 전략을 빠르게 실행하는 ‘속도전’도 이제부터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인천시는 “중국 시장은 방인 단체 관광객 기획 유치의 핵심”이라고 밝히고 “소규모 및 개별 관광객 모객을 위한 온·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동시에 주요 여행사 및 선사 등을 대상으로 세일즈콜과 관광 설명회를 추진해 항공과 카페리 등을 이용한 단체 관광객 유치 등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커들이 인천 입국 후 인천보다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길게 체류 시간을 갖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자체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업계 지적이 꾸준히 나온 만큼 시가 중국 등 외국인들 시선에서 ‘특색있다’고 인식할 만한 관광 콘텐츠의 개발은 여전히 시급한 상황이다.
인천시는 해외 단체관광객 유치 인센티브 지원 사업 개선의 일환으로 기존의 당일 상품 지원 제도를 폐지하고 숙박 상품 중심의 지원 제도 운영을 통해 체류형 관광 상품 개발을 유도하고 지원 그룹의 최소 인정 인원을 5인에서 8인 이상으로 조정키로 했다.
또 여행사별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신규·주력 관광지 위주의 상품 코스를 제안해 양질의 상품 개발을 유도하고 지난 3년 간의 실적을 기준으로 해외 파트너도 재정비할 계획임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가능한 많은 관광객이 인천 유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인천에 오래 머물도록 하면서 관광객의 인천지역 내 소비를 늘리겠다는 전략에 시 차원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