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사드배치에 대한 불만으로 묶어 놨던 한국 행 단체 관광을 6년 여 만에 풀었다. 따라서 11일 경부터 소위 ‘유커(游客)’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유입이 인천항과 평택항 등지에서 본격화되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들렸다.
<뉴스통신> 역시 14일 “중국 연휴 노려라, 지역 관광업계 ‘전략’ 구상”이라는 제하의 기사로 이를 조명한 바 있고 침체된 지역 경기 및 관광계를 우려하던 지역 언론들 역시 “한~중 바닷길이 다시 열렸다”며 환영의 논조를 보냈다.
수년 간 국제 정세로, 또 코로나19로 경로가 가로 막혔던 것을 감안하면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사실 (누구나 아는 사실이겠지만) 중국의 경제와 인천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수년 전 사드배치로 인해 중국이 한국과 단절하는 분위기를 보였을 때 국내 경제에 타격이 있었지만 ‘지역 별’로 보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이 바로 인천이었을 정도다.
유커들이 인천항에 다시 발을 들였던 지난 12일부터 인천지역 언론들이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보도를 앞다투어 냈던 것도 돌이켜보면 전혀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중국의 경기 불안이다.
최근 중국은 코로나19로 폐쇄했던 국경의 문을 모두 열었다. 인접국들은 이른바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지만 최근의 중국 경기는 이런 효과가 사실상 없음을 고스란이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채무 불 이행, 즉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는 기사는 국내 대 중국 수출 업체와 관광업계 등에 적잖이 충격을 주며 ‘중국판 리먼 사태’ 등의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국내 대중들에게는 낯선 존재일 지도 모르지만 중국 내 신규 주택 판매 기준으로 작년까지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매출은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모범 기업’의 사례로 치켜 올리기까지 했었다.
이런 기업이 이자도 못 내는 형편으로 몰락하면서 한달 내 이자상환을 하지 못하면 공식적인 디폴트가 선언되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부동산은 중국 전체 GDP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그런데 2021년 헝다그룹 사태로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직후 급격하게 얼어붙었고 최근에도 중국 내 부동산 기업 완다그룹 계열사가 디폴트 위기를 간신히 넘겼을 정도로 그 침체가 심각하다.
중국 내 상반기 미분양 주택은 18%나 증가한 반면 그 기간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7.9%로 급락했다. 대 중국 수출의 지표 중 하나로 평가되는 반도체 수출은 이미 12개월 연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달 10일까지 수출도 지난해보다 15.3% 감소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포스코와 동국제강, 올해 현대제철까지 한국의 철강 업체들은 이미 중국에서 ‘손을 빼는’ 작업을 계속해 오는 상태다. 이러한 여파는 바로 중국인들의 생활 경기에서 바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내수 경기의 지표인 중국 내 6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3.1%로 5월 12.7%에서 크게 떨어졌다. 소위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또 청년 실업 률은 지난 6월 21.3%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이자 중국 정부는 이후 시기의 데이터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더 나빠졌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단적으로 ‘전 세계 소비량의 절반 이상’이라는 중국 내 돼지고기 소비 율이 뚝 떨어지면서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30% 가까이 떨어진 것은 좋은 사례다. 그 좋아하는 돼지고기까지 줄이면서 경기 침체를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대 중국 수출 기업이 많은 우리나라도 적잖이 비상 분위기다. 리오프닝 효과는커녕 2008년 미국발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생각하게 하는 소위 ‘차이나 리스크’를 걱정하게 생겼다. 수 년 사이 많이 줄였다고는 하지만 대 중국 수출 의존도가 아직 20%에 가까운 우리나라로선 이것이 상당한 악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까지는 코로나19 상황 종료 이후 중국 내 관광 및 숙박업 등이 다소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기는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 당국이 국민들의 소비활동을 독려해 왔음에도 여전히 소비 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는 앞서 언급한 돼지고기 소비율에서도 나타나는 부분. 이것이 관광업계에 영향을 주지 말란 법은 없다. 아니, 기자의 판단으로는 확실히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으로 보도된 중국 경기 침체의 보도들을 접한 명동 등지의 아는 상인들에게 분위기를 물었다. “관광업계에 영향을 줄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라는 의견도 있었던 반면 “어차피 ‘큰 손’들은 중국 중추절 연휴에 적잖이 한국을 찾을 거라 크게 걱정 안 한다”는 의견도 있긴 했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앞으로도 상당한 침체기를 겪을 것이라면 ‘큰 손’들이라 해도 한국을 찾는 유커들의 규모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은 인천항이나 평택항 등지를 통해 들어오는 유커들을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식으로 관광업계가 각종 부양책을 쓸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어떤 이유로든 다시 찾는 수가 적어지는 시점은 올 것이고 그때 다시 중국만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관광업계가 이를 대비해야 하고 며칠 전 “노 저으라”는 보도자료를 낸 인천시도 지역 관광업계와 함께 이 불안 요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중국 관광객들이 들어왔다고 ‘좋아라’ 하며 박수만 칠 시점은 절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