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송도 8공구 R2 개발 사업과 관련한 논란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사업 백지화’ 발표 이후로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형국이다.
이 사업에 대해 유정복 시장이 직접 백지화를 공언하라는 주장이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면서 이를 담아 보도한 한 언론에 대해 인천경제청이 정정 보도를 요청하자 결국 인천시의회에서 조차 진상조사에 착수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등 분위기는 ‘흙탕물’로 흐르고 있다.
29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시 홈페이지 ‘열린 시장실’에 올라온 “R2·B1·B2 난개발을 막아주세요”라는 제하의 시민 청원은 지난 9일 업로드 이후 29일 오후 3시 현재까지 약 2,650여 건의 공감 수(비공감 32)를 기록하고 있다.
청원인은 글에서 “8공구 R2, B1, B2 블록은 송도의 랜드마크가 될 대단히 중요한 요지로 특히 R2 블록은 초대형 분수를 포함하는 공원을 중심으로 수도권 최대 상업 구역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별 개발계획 구역이자 송도와 인천의 미래를 위한 핵심 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제청은 R2부지와 B1,B2 부지를 묶어서 매각을 추진하면서 시민들과 약속을 저버리고 B1, B2 부지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넣고 R2부지에도 대단위의 초고층 오피스텔(공동주택)로 채워 넣으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최근 백지화가 공식화된 바다. 해당 내용을 <뉴스통신>을 비롯해 그간 많은 지역 및 중앙언론에서 사업의 여러 문제점들을 앞다투어 보도해 지적한 바 있는데(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그중 8공구 주민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과밀화’ 부분이었다.
청원인은 “해당 부지의 더 이상의 과밀주거환경을 지양하고 현재 8공구 학부모들이 필요로 하는 명문 학원가와 병원 등 필수 주민생활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고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요청했다.
특히 “시장님 간청합니다”라는 말로 끝맺음을 하고 있는 부분을 두고 주민들 일각에서는 “청원의 내용 상 해당 청원인은 더 이상 김진용 현 인천경제청장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해당 사업이 인천경제청 소관임을 감안하면 ‘간청’의 대상이 김 청장이어야겠지만 유 시장인 점으로 미루어보아 김 청장에 대한 신뢰는 기대하지 말고 차라리 유 시장이 산하 기관장에게 직접 제동을 걸어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물론 23일 인천경제청이 공식적으로 백지화를 거론함에 따라 일단 더 이상의 공식적인 사업 진행은 없지만, 송도지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우려와 의심의 정서가 짙은 상태다.
특히 주민들이 김 청장이 추후 비슷한 내용으로 다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심의 여론이 높아지자 송도5동을 비롯한 주민들 중에 “유 시장이 산하기관인 인천경제청의 최종 책임자로서 공식 입장을 밝히라”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한 지역매체가 이런 주장을 반영해 보도를 내자 인천경제청이 즉각 정정보도 요청으로 맞불을 놓는 등 상황도 접입가경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매체는 27일 “유 시장이 지난달 김 청장에게 이 사업을 전면 공모 전환하라고 지시했지만 인천경제청이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았으며 인천경제청은 12일 주민설명회를 열었는데 기존에 비판을 받았던 사업계획 내용을 강조해 송도5동 주민들로부터 반감을 불러왔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직접 K콘텐츠시티 백지화 밝혀라”는 제하의 이 기사는 “주민들은 김 청장의 그동안 행보로 볼 때 잠시 웅크리고 있다가 다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내용 등도 부연 적시돼 있다.
그러자 인천경제청은 29일 이 보도 내용에 대한 정정보도를 공식 요청했다. 경제청의 반박 내용은 “주민 설명회가 아니라 제안공모 상 공모지침서 작성이 필요해 사전 주민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으며 송도5동 주민들로부터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사업의 취지를 이해하고 논의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주민들은 현재 진행중인 R2 관련 시민청원이 김진용 청장을 못 믿겠으니 시장이 직접 밝혀달라는 것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백지화됐지만 추후라도 주민들이 원하는 R2블록의 개발을 위해 시장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것”이라고도 반박했다.
다만 인천경제청의 이러한 반박을 전해들은 주민들 중에는 ‘어이가 없다’는 식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해당 기사를 접한 주민들은 “반론권 등이 조금은 부족했을지는 모르지만 ‘정정보도’까지 요청할 정도로 사실과 다른 수준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정정보도를 요청한 인천경제청에 화살을 날렸다.
익명을 요구한 송도5동의 한 거주민은 12일 설명회와 관련 “인천경제청은 ‘자리’로 표현한 것 같은 데 다들 주민설명회로 인지하고 온 것이 맞는 만큼 ‘주민설명회’로 표기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반감이 없다고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주민 커뮤니티 등에서는 난리가 났을 정도로 반감이 심했다”고 전했다.
이 주민은 “이미 김 청장의 행보에 대한 의심 및 그를 향한 신뢰도의 저하 등은 이 일대 주민들 사이에서 인증됐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그러니 최근 시민청원(앞서 언급한 청원글)에서도 ‘시장에게 간청한다’는 내용이 그렇게 높은 공감수가 나온 게 아니냐”며 인천경제청을 질타했다.
결국 이는 인천시의회에서도 다뤄지며 급기야 29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는 이 사업 과정 전반에 대한 ‘진상조사’가 요구되기까지 했는데 이미 ‘백지화’가 선언된 사업에 대해 진상조사까지 요구된 점은 이례적인 일로 볼 수 있다.
이날 본회의 5분발언에서 장성숙 시의원(비례, 민)은 “2019년 전후로 8공구에 입주한 주민들은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올 것이라는 계획을 믿고 인내해 왔으나 현재도 열악한 정주여건이 나아지지 못한 채 난개발 우려로 시와 경제청에 실망과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장 의원이 요구한 내용은 ▲R2·B1·B2블록 개발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주민 의견이 반영된 R2·B1·B2블록 개발방안의 신속한 수립·추진 ▲B1, B2 블록의 편의시설 유치 최우선 과제 인식 및 해결 등이다.
장 의원은 “유 시장의 균형, 창조, 소통의 시정가치는 말뿐이 아닌, 올바른 행정을 실행할 때 신뢰가 생긴다”며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한 난개발보다는 주민의 삶과 직결된 주민들의 편의와 복리 증진을 우선시 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장 의원은 발언을 마치면서 유 시장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하면서도 김 청장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 시장이 사실상 ‘결정 및 책임자’에 해당하는 만큼 시의원으로서 시장에게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청장에 대한 언급을 제외한 것은 일단 딱히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송도지구 전체로 보면 모르겠으나, 적어도 송도5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 청장이 (앞서 주민들 의견대로) 신뢰를 전제하고 움직이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고 전했다. 사실상 기자가 만나본 주민들의 비슷한 의견과 여론을 듣고 있었던 셈이다.
한편 장 의원은 12일 주민설명회 논란(설명회였는지 아닌지의 여부)과 관련해서는 “나도 그렇고 주민들도 모두 설명회로 인식하고 있는데 아마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사업 설명자료 등을 별도로 준비하지 않은 것 등을 감안해 ‘의견 청취의 자리’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장 의원 설명대로 12일 현장에서는 경제청 측이 별도로 준비한 사업관련 PPT자료나 유인물 등은 없었고 대신 개발사업에 대한 의견서 양식으로 기재해 제출하거나 의견을 개진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순서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12일 현장을 두고 주민들의 의견이나 앞서 언급한 지역매체의 보도처럼 ‘설명회’인지, 아니면 인천경제청의 정정보도 요청 주장대로 ‘자리’였는지는 현재로선 매체나 경제청이 아닌 ‘참석자 및 주민들’의 판단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송도5동의 다른 주민은 이날 “장 의원의 5분발언 내용을 인터넷으로 경청했다”고 밝히고 “사실상 인천경제청의 행정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의중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역시 김 청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표현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