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상위법 위반 조례’에 해당하는 인천시의 정당 현수막 강제철거 조례(옥외광고물 조례)에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며 철거 지시를 따르지 않은 공무원을 미추홀구가 인사조치 시킨 것으로 확인되며 논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인천 미추홀구에 따르면 구는 8일 도시경관과 6급 공무원 팀장 A씨를 일선 행정복지센터 ‘무보직’으로 발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고물을 정비하는 부서 소속이었던 A씨는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는 인천시 옥외광고물 조례가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과 상충해 강제 철거에 위법성이 있다며 철거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가 전보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는 지난 5월 조례를 개정해 지정 게시대에 걸 수 있는 정당 현수막을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상위법 위임이 없어 위법한 사항”이라며 시를 대법원에 제소한 바 있다.
개정 조례 내용은 ▲정당 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해야 한다 ▲설치 개수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소 이내로 제한한다 ▲현수막의 내용에는 혐오와 비방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들 내용 모두가 상위법에 저촉되는 상태다.
현행 옥외 광고물법은 통상적인 정당 활동 범위의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별도 신고나 허가 없이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씨가 철거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은 위법성뿐만이 아닐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상위법 위반 상태에서 강제철거를 진행한 일선 공무원들을 향해 정당 등이 민·형사상의 고소 및 고발을 이어갈 경우 자신이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A씨가 감안했을 거라는 것이다.
즉 ‘상위법 위반’의 상태라면 ‘지방정부’에 해당되는 인천시는 이들 공무원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권한이 없다. A씨가 ‘윗선 지시’를 따르고도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공직사회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제기되면서 “상위법을 먼저 바꾼다음 공무원들을 투입해야 한다”며 일선 공무원들에게 법 위반 가능성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 등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뉴스통신> 역시 지난달 “정당 현수막 철거 서두른 인천시 결국 ‘탈’ 난다”는 제하의 기사를 비롯해 수 차례 문제점을 지적해 오며 해당 작업을 진행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보호대책 마련을 강조했던 바 있다. (관련 기사들 하단 링크 참조)
한편 미추홀구는 A씨와 면담을 거쳐 구청장 직권으로 A씨를 행정복지센터로 발령한 상태다. 구 관계자는 “A씨가 강제 철거 업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조정이 불가피했던 것”이라며 “인사상 불이익이나 징계 조치는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무보직 발령 등이 사실상 ‘직위해제’와 비슷한 외연을 띄고 있는 만큼 “그게 불이익이나 징계가 아니면 무엇이냐”는 등의 반론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