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정당 현수막 강제철거 문제를 놓고 인천의 시민단체 일각에서 제기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지역사회 전반에서는 인천시가 상위법을 무시해 행정안전부와 갈등을 빚기보다 여론을 지켜보고 타 시·도와 함께 행안부에 건의하는 등의 합법적인 방향을 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26일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인천경실련)은 보도자료를 내고 “정당 현수막 허가‧신고, 금지‧제한을 적용치 않도록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으로 정당들의 ‘무분별·무제한’ 현수막 게시로 인한 시민 민원이 폭증한 만큼 정부와 정치권에 관련 법 및 시행령 개정 등 개선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정법 시행 전 3개월 동안 6,415건이었던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이 법 시행 후 3개월 사이에 1만 4,197건으로 2배 이상 대폭 증가했는데 서울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작게는 1배에서 많게는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출처: 국회입법조사처)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가 개정 옥외광고물법 ‘제8조(적용 배제) 8호’ 조항 폐지에 공동 대응키로 하면서 일부 지자체가 정당 현수막 게시를 제한하는 조례개정에 나섰고 인천시는 이에 더 나아가 연수구와 부평구 등지에서 활발하게 강제 철거에 나서고 있다.
인천시의 강제철거 행위가 조례에 따른 것이라지만 이 조례가 상위법을 거스르는 점을 감안, 행안부는 ‘상위법 위반’을 근거로 인천시에 대법원 제소를 한 상태다.
참고로 행안부는 울산시나 광주시 등 다른 광역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당 현수막 정비를 위한 조례에도 재의요구를 하는 등 제동을 걸고 있는 상태다.
인천경실련은 “정치권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반발했고 행정안전부도 상위법 위반이라며 재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정치‧행정의 목표가 국민의 복리 증진일 진데 정치권과 정부는 ‘정당 현수막’ 문제를 민생과 직결된 현안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회의원 가운데 일부가 이 같이 전국에서 폭증하는 민원을 의식해서인지 정당 현수막 난립을 막겠다는 취지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상태에 있다.
이에 대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각 정당들이 선거운동에 돌입하게 되면 정당 현수막 제재로 인한 제약을 심하게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정치적 이유’로 머뭇거린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인천경실련은 “정치권과 정부에 시민의 안전‧환경‧정치적 평등권 보장을 위한 분발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정당 현수막 설치가 옥외광고물법 제정 목적처럼 시민의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조성에 이바지하도록 시민단체, 지자체 등과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역사회 전반에 따르면 인천시가 정당현수막을 강제철거하는 그 자체는 해야 할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인천경실련의 발표 이전에는 인천사랑시민운동협의회와 청년변호사 모임 등의 단체에서 옥외광고물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청구인을 모집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옥외광고물법 상으로 인천시의 철거행위가 위법인 것은 맞지만 동법 제1조(목적)의 적시내용인 “옥외광고물의 표시‧설치는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에 이바지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법정에서 위헌 여부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시민단체들의 입장으로 읽힌다.
다만 “절차는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부분 역시 별다른 이의가 없는 상태다. 상위법과 일치하지 않아 위법소지가 있는 상태에서 강제철거를 하게 되면 행안부와 법적싸움을 하게 되고 이로인해 추후 예산교부에서 있을 수 있는 ‘패널티’의 위험도 있는데 인천시가 이를 지나지게 간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또 상위법 위반 상태에서 강제철거를 진행한 일선 공무원들을 향해 정당 등이 민·형사상의 고소 및 고발을 이어간다고 하면 ‘상위법 위반’의 상태에서 ‘지방정부’에 해당되는 인천시가 이들 공무원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에 인천시는 공무원 보호를 명목으로 ‘적극행정 면책(위반 사항이 발생하더라도 공익성과 타당성이 인정되면 불이익을 주지 않게 하는 제도) 대상’에 포함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법을 위반하는 사례를 ‘적극행정’으로 포함하는 것이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는 데다 경우에 따라서는 향후 이런 사례를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치적 이유로 ‘악용’할 가능성도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난립하는 정당현수막에 대해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이것이 ‘인천만의 민의’가 아닌 ‘전국의 민의’라고 하면 결국 ‘정치인’들로 구성된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진다. 즉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
때문에 유정복 인천시장을 비롯한 인천지역 정치인들(주로 국민의힘 소속)이 이를 강제하고 밀어붙이는 모습만을 보여주기보다 지역사회와 소통을 통해 민의를 확인한 뒤 전국의 시·도지사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행안부와 국회에 개정을 먼저 건의하는 방향을 취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게 되면 현수막의 철거 시기 자체는 좀 늦어질지 몰라도 행안부와 법정다툼을 할 일도 없어지는 데다 이른바 ‘상급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을 일선 현장의 공무원들도 위법 소지의 불안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더불어민주당 등 일각에서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긴 하나 이미 국회에서는 지난 3월 민주당 소속의 박병석 의원(대전서구갑)이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하는 등 야당 내부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정당현수막 정비 필요성이 ‘전국 민의’로 자리한다면 정치인들이 단지 ‘위법’을 이유로 고수하기엔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한 정치권 인사는 “정당의 비방 현수막들을 보기 싫어하는 게 지금 시민들 뜻인데 그에 반대한다면 그 자체로 지역사회에서는 ‘낙선운동’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크다”며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해도 시민들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생각을 잘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행안부의 재의요구 역시 현수막 정비 취지에 이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인 만큼 “법을 지키는 선에서 하라”는 것인데 ‘행안부’라는 기관의 성격 상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다.
시민들도 정당현수막의 정비 여부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찬성 의견이 많다. 다만 이를 위해 ‘지나친 무리수’까지 두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어차피 ‘민의’가 그렇다면 ‘결론’은 정해져 있다는 논리다.
미추홀구 주민 이모씨(45)는 “보기에도 꼴사나운 정당현수막 정비 자체는 강제로 철거를 하든 아니든 결국 ‘사필귀정’일 텐데 내가 보기에도 인천시가 괜히 서둘러 논란을 자초한 부분은 있어 보인다”며 “‘조금 먼저 철거하자’고 공무원들 불안하게 만들고 정부기관과 법정에서 싸우는 일을 만든 건 좀 ‘오버’한 측면이 있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조례 내용에 사전검열 의혹 등 정치적인 개입 가능성 때문에 여전히 반대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냥 정비 차원에 대한 내용만 정했으면 될 텐데 국민의힘 측에서 검열의혹이 높은 내용을 밀어붙이면서 논란을 키웠다는 의견이다.
남동구 주민 박모씨(35)는 “사실 나는 반대 입장에 있었는데 그 자체를 반대했다기보다는 개정된 조례에 사전검열 의혹이 될 만한 부분(혐오와 비방이 없어야 한다-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때문이었다”며 “필요한 작업에 ‘정치’적인 부분을 끌어들였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에 논란도 있는 것이며 결국 유정복 시장과 인천시의원들이 자초한 부분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