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주안역 앞 횡단보도에 걸려있던 정당 현수막들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정당 현수막 난립 문제와 관련 타 시·도 지방자치단체들에게 공동으로 대응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인천시의 관련 조례만 해도 행정안전부가 문제로 지적해 재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함께 ‘위반’하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상태다.

유 시장은 21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56차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임시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정당현수막(옥외광고물법) 관련 조항 폐지’에 다른 지자체들도 힘을 모아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법은 통상적인 정당 활동 범위의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별도 신고·허가 등을 하지 않더라도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정당현수막 수량 및 규격, 게시 장소에 대한 제한이 없는 점 때문에 이후 전국 도심에 정당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게시되자 보행자와 운전자 등이 안전문제를 제기했고 소상공인단체들은 영업방해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유 시장은 “정당현수막 난립은 결국 시민 안전을 저해하는 동시에 도시 미관을 해치게 되는데 관련법률 조항 폐지를 위해 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공동 대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설명만 보면 유 시장의 코멘트가 힘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인천시의 조례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여럿 보인다.

인천시의회는 정당현수막을 지정 게시대에만 걸 수 있도록 하는 옥외광고물 조례(인천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안)를 개정해 이달부터 전국 최초로 시행에 착수한 바 있다.

21일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제56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임시총회’가 열리는 모습 (사진=인천시)

 

개정된 조례안은 정당 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명절인사 등 내용으로 걸린 현수막은 제외)하고 동시에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 개수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여야 하며 현수막에 혐오·비방의 내용을 담지 말라는 등이다.

지난달 12일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이를 심의한 결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정 게시대 제한 내용을 삭제했었다.

19일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임춘원 시의원이 선거구별 4개 이하 및 혐오·비방 금지 등의 내용을 추가한 수정 발의했다. 현 인천시의회가 국민의힘 과반인 점 때문이었는지, 시의회는 이 수정 발의안을 별다른 문제없이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후 지역사회 전반의 지적이 뒤따랐다. 정당 현수막들이 난립하면서 도시미관을 해치고 안전사고를 발생시키 것이 이유라면서 그와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이 추가된 이유가 석연찮다는 것.

‘혐오·비방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는 건 인천시가 이를 확인해 보겠다는 것인데 이는 ‘사전 검열’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특히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역시 이에 대해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규정을 만들어야 함에도 국민의힘 과반의 인천시의회가 헌법을 무시하고 ‘아전인수’ 격 조례롤 통과시켰다”며 “이는 법질서 파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시의 해당 조례는 상위법에 위임 조항이 없어 지방자치법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었고 행안부 역시 이를 지적하며 재의를 요구했던 것이다.

반면 임춘원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민주당은 시민을 위한 정당이냐, 아니면 시민 위에 군림하는 정당이냐”며 “지난해 국회에서 자신들의 주도로 통과시킨 정당 현수막의 피해에 대해 사과부터 먼저 하라”고 반박했다.

인천시 역시 행안부의 재의 요구에 대해서는 “시민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부분”이라며 이를 거부해 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부분들로 인해 추후 교부세 등에서 ‘패널티’를 적용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