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과 인천글로벌캠퍼스 입주대학 기관 관계자들이 송도 영어통용도시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진행하던 장면 (사진=인천경제자유구역청)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의회가 제동을 건 바 있었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영어통용도시’ 사업을 인천경제청이 끝내 강행하려 하자 이번엔 시민단체들이 반발의 뜻을 내비치는 등 안팎으로 시끄러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인천지역 53개 시민사회단체와 한글관련 75개 단체 관계자들은 18일 인천경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경제청의 영어통용도시 사업은 현실적으로도 동떨어진 정책인 데다 부정적인 영향도 우려된다”고 입장을 냈다.

이들 단체들은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만 명도 채 안 되는 수준으로 내국인 거주 수인 42만 명보다 훨씬 적고 주민들이 자유로운 영어 소통 능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인 만큼 이런 상태에서 추진되는 영어통용도시 사업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 인천경제청이 송도 영어통용도시 조성 명목으로 학원연합회 등 단체와도 업무협약을 맺는 등 인천경제청이 자신들의 영역을 넘어 활동하며 괜한 사교육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뜻을 함께 한 한글문화연대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지역적 특징을 인정한다 쳐도 공적 영역을 넘어 사적 영역에서까지 영어통용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은 일종의 문화사대주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인천경제청은 ‘공기관’인 만큼 이치에 맞는 정책을 세우고 적합한 사업 명칭을 써 지역 혼란을 야기하자 말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인천경제청이 추진하는 영어통용도시 사업은 지역사회에서 가능성이 있느냐는 의혹이 불거졌고 급기야 영어교육 등에 종사하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올해 초 인천경제청은 영어통용도시 추진위원회 구성에 대한 조례안을 인천시의회에 상정한 바 있다. 당시 인천경제청 내부에서는 “보고 문서의 제목 및 소제목과 일부 내용을 영문으로 표기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며 적잖이 논란도 됐었다.

그러자 시의회 소관위원회인 산업경제위원회는 지난 3월 조례안을 심사하면서 “영어통용도시 기본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고 시민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로 진행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부결했다.

당시 가장 강한 비판의 의견을 제기한 이순학 의원(서구5, 민)은 물론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기본적인 추진 방침도 없이 먼저 추진단 등을 구성하겠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등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시의회의 부결 처리 과정 중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계속 추진했다는데 그간의 추진과정이나 기본계획 등은 시의원들도 모르는 상태가 말이 되느냐”며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실현 가능성도 없고 추진단을 구성하겠다는데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시의회의 이같은 부결처리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꺾을 수 없다며 위원회 구성 등 절차 없이 인천글로벌캠퍼스 입주 대학 및 학원연합회 등과 송도 영어통용도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지역사회 비판을 무시하는 듯한 행정을 펼쳐 더더욱 논란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인천경제청 측은 “지역사회 일각에서 우려하는 점을 알고 있으며, 경제청 차원에서 영어교육을 지원하거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책을 시행할 계획은 없고 현재 전문가 의견을 계속 취합하면서 영어통용도시의 핵심 과제와 비전을 구축하고 있다”고만 밝힌 상태다.

그러나 영어통용도시 사업에 대한 반응은 이미 영어교육 등 종사자들 사이에서조차 ‘코웃음’ 내지는 ‘비웃음’부터 나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영어가 익숙한 현재의 10대들도 학교 교육을 통해서의 영어는 ‘외국어 개념’이지 ‘생활언어’로 배우는 게 아닌데 이런 상황에서 영어사용을 강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에서 영어교육에 종사한다고 밝힌 한 시민은 “이미 영어 및 영어교육 전문가들로부터는 일선 초등학교 등에 영어 몰입교육을 강제하는 행태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의견과 논문이 나오고 있다”며 “‘행정서류’ 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현실성은 전혀 없는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이 시민은 “소식을 들어보니 경제청 조직 내에서도 강요한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각자의 언어가 줄 수 있는 의미 전달에 대한 오류 가능성’의 개념을 전혀 모르는 행위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생기는 행정오류가 자칫 주민의 물질적 피해 등으로 이어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려고 하느냐”며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