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외교부가 재외동포청 입지 선정을 두고 서울로의 유치를 강력히 희망하는 의도가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혀짐에 따라 유력 후보지 중 한 곳인 인천의 지역사회도 외교부에 규탄성명을 내는 등 발걸음이 바빠지는 분위기다.
26일 인천시와 각 정당 인천시당, 지역사회 활동가 등에 따르면 재외동포청 유치는 사실상 ‘인천 vs 서울’의 각축전으로 굳어졌다는 판단 하에 외교부가 재외동포청 유치 지역 선정과 관련해 개입하지 말라는 내용의 성명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재외동포청 출범 시기를 한 달여밖에 남기지 않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재외동포청의 최종 소재지를 결정하는 시기는 결국 현재 미국을 순방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돌아오는 다음 달 초에 사실상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공식성명을 내고 “외교부는 재외동포청 소재지 관련해 개입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외교부가 재외동포청 소재지로 서울을 원하는 속내를 노골화하고 있는 만큼 인천 유치는 국익 차원에서 가장 바람직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는 외교부를 제외하면 다른 기관들과 지역사회, '이해관계 지역구'를 제외한 정치권 전반 등이 사실상 인천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분위기로 읽힌다. (관련 기사들 하단 링크 참조).
이미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인천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다, 인천의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외교부를 제외한 다른 기관들도 인천 유치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해외로 나간 동포들이 인천을 통해 돌아온다”는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접근성 및 경제성, 관련 기관의 입지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재외동포청 최적지는 인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민주당 시당의 주장이다.
사실상 재외동포청 유치에 대해서는 국힘, 민주 양당 모두가 인천을 희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역 시민단체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가세하고 있는 분위기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전날 성명을 내고 “이해당사자인 외교부는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려는 듯 설문을 진행하는 행태를 그만하라”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23일 산하 재외동포재단을 통해 ‘70%가 서울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를 발표해 큰 논란을 한 차례 빚은 바가 있었다. 이에 미주와 유럽의 공식 한인동포단체들이 “명확한 기준도 없는 여론조사를 우리도 몰래 실시했느냐”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 재외동포단체들은 아메리칸타운 및 채드윅 국제학교 등 인프라기관들이 즐비해 있는 인천 송도에 재외동포청 유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이러한 반발을 통해 외교부가 자신들의 희망사항을 ‘여론조사’로 재포장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으로 여론이 굳어지고 있지만 외교부는 기자간담회와 재외동포재단의 계속된 설문조사 등으로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실제 최근 취재한 바에 따르면 외교부는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내 유휴공간을 대상지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외교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의향을 묻는 등의 정황 등도 있었던 것으로 일부 확인되고 있다.
이를 비추어 보면 외교부 직원들의 출·퇴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외교부가 서울 유치를 희망하고 외교부에 출입하는 기자들의 출·퇴근 문제를 건드려 자신들의 의도를 ‘여론’으로 포장하는 게 아니냐는 등의 의혹 제기가 얼마든 가능한 것이다.
실제 인천경실련 역시 “외교부 스스로가 직원 출·퇴근용이라는 지역 선정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지역 유치전에서 손을 당장 떼라”며 이러한 의혹을 보내고 있다.
외교부 공직자들이 ‘국민 혈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인만큼 자신들의 출·퇴근에만 신경이 곤두선 듯한 자세를 보이지 말고 재외동포기본법 제정 등 재외동포청의 통합기능 강화에 먼저 힘을 쏟으라는 얘기다.
인천시의회도 인천경실련이 성명을 낸 같은날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희망’ 메시지를 담아 출근길 1인 시위를 릴레이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26일 기자가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 확인한 바로는 26일에는 이날 시작된 임시회 일정 등 이유로 1인 시위를 이어가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임시회가 이유가 될 수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 따른다. 1인시위는 7시부터지만 본회의는 10시 시작이 통상적인 만큼 임시회 일정에도 의지가 있으면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재외동포청 소재지 확정은 예정대로라면 지난 12일 경에 이미 발표가 됐을 테지만 아직 공식적인 결론이 나지는 않은 상태다. 이에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외교부에 더 강력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외교부가 소재지 발표를 미룬 배경으로 “충분한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데 두 가지의 경우의 수가 가능하다.
외교부가 강제로 서울 유치를 자체 확정했다가 민·관·정 모두에게 반대의 뜻을 받게 되자 황급히 미루었거나 자신들의 뜻과 다른 인천 유치가 중론화되자 어떻게든 서울로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거나 하는 ‘둘 중 하나’는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미국순방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최대 40여일 후’ 시점에는 어떻게든 재외동포청의 소재지가 확정돼야 하는 만큼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인천시의 의지도 확고하다. 간만에 야당에서도 뜻을 함께 하고 있는 주제인 만큼 최근 공식자리에서도 시민들과 만나 “인천 유치를 위해 시장으로서 마지막까지 모든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선출직 정치인’인 유정복 인천시장 입장에서는 지역사회가 뜻을 모아 자신의 소속당과 반대되는 당까지 힘을 실어주고 있다면 이른바 ‘없는 힘도 생길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한편 재외동포청은 그간 외교부 산하에 없던 ‘청급’ 기관을 처음으로 만드는 사례이기도 하다. 청장과 차장 각 1명을 포함해 총 150여 명의 직원 규모로 공식 예정 출범일은 오는 6월 5일로 잠정 결정돼 있다.
재외동포청의 주요 역할은 영사 등 기본적인 민원서비스 외에 기존 재외동포재단의 역할이었던 재외동포 교류협력 및 차세대 동포 교육 등 여러 활동들을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