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화력발전소 시설 일부 전경 (사진=인천환경운동연합)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22일 제53번째 ‘지구의 날’이 다가오면서 지역 환경단체들의 목소리 역시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의 경우 인천시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가까운 행사로 지구의 날을 장식한다는 이른바 ‘비판’의 의견도 나온다. 

인천지역 환경단체 및 일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기후위기 인천비상행동(이하 기후비상행동)’은 21일 성명을 내고 “인천시가 특정일을 정해 형식적인 지구의 날 행사로 진행하는 건 결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총회를 통해 “기후변화는 전적으로 인간 활동에 의해 초래된다”는 주제의 ‘제6차 기후변화 종합 보고서’를 승인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산업화 이전 평균 대비 1.5도 상승을 막기 위한 골든 타임이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고 밝히며 앞으로 10년 이내에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지금 당장 탄소 배출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구의 날을 약 2주 앞둔 지난 4월 1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그러나 국내 환경단체들 및 시민단체들은 환영보다는 우려의 의견을 더 높게 냈던 것이 사실이다.

초안 발표 이후 의견 수렴이 거의 없었던 것은 물론, 산업 부문의 탄소 중립 목표를 낮추고 불확실한 기술인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 개발과 국외 감축으로만 만회하겠다는 내용에 그치면서 환경단체들은 “탄소 ‘중립’이 아닌 탄소 ‘후퇴’만이 가득 담긴 계획”이라고 평가해 왔다.

인천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들도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함에도 과연 우리 정부가 진정한 대응 계획을 갖고 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는 식의 의견을 여러 번 밝혀왔었다.

지난 14일에는 세종시에서 3천여 명이 넘는 노동자·시민들이 모여 ‘함께 살기 위해 멈춰!’는 주제로 모임을 가진 바가 있었다.

당시 이들은 “금요일 우리들의 일상을 멈추고 세종시에 모여 ‘기후 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개인이 아닌 정부와 기업에 있다고 기후 위기 시대에 버젓이 건설되는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멈추고 숲과 산, 바다를 파괴하는 온갖 개발 사업들을 멈추자”고 호소한 바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당시 모인 사람들은 개인 영역에서의 노력으로 기후위기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케이스”라며 “신공항을 짓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며 석탄발전소를 조기 폐쇄 없이 계속 쓰는 나라에서는 기후 위기를 막기 어렵다는 걸 시민 차원에서 깨닫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경단체들은 인천시의 지구의 날 행사도 사실상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의지가 없이 ‘지자체니까 형식적으로 하는 요식행위 수준’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지구를 위해 STOP 하세요’라는 주제로 에너지 과소비, 일회용품, 탄소 발생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정도가 행사의 주요 내용이다.

물론 이런 메시지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 캠페인만 한다고 탄소중립을 이루기 어렵다는 건 어린이들도 알고 있는 바라 할 수 있다. 특히 인천시는 “실천에 대한 의지조차 부족하다”는 지적을 연일 듣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가 발표한 ‘제3차 시 기후변화 대응 종합 계획’에 따르면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30.1%, 2040년 80.1%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민선8기를 운영하기 시작한 유정복 인천시장은 10차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할 때까지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 말고는 충분한 노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유 시장은 자신이 지난해 인천시장 후보 시절 영흥화력 1·2호기의 조기 폐쇄를 공약한 바가 있었다. 그러나 현황을 보면 결국 영흥화력 1·2호기는 조기 폐쇄가 아닌 원래 계획 그대로 30년 사용 후 2034년에 LNG로 전환하는 계획밖에 없다.

결국 정부 계획보다 5년을 당겨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인천시가 탄소중립의 진짜 적인 화석연료 문제를 외면하고 지구의 날 캠페인 행사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환경단체들의 ‘요식행위’ 지적은 충분한 논거가 있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환경단체들은 “인천시가 스스로 목표로 삼은 탄소중립 계획은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영흥화력의 조기 폐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절대 이룰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기후비상행동 측은 정부와 인천시 등에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및 신규 핵발전소 건설의 즉각 중단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의 단계적으로 폐지 ▲에너지 소비 감축과 재생에너지를 확대 등을 요구했다.

한편 정부는 지구의 날에 맞춰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실천 행동 확산’이라는 명목으로 위해 기후변화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역시 22일부터 28일까지 기후변화주간을 운영하면서 지구의 날 당일 오후 8시부터 전국에서 10분간 불을 끄는 소등 행사를 비롯해 탄소중립 생활 실천 5대 수칙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이렇게 매년 특정일을 정해 이때만 반짝 탄소중립을 강조하고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행사는 지구를 살리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