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전국 도시철도 중 지방채 발행을 하지 않고 지방정부 예산만으로 조성한 ‘김포골드라인’이 결국 몸살을 앓고 김포시민들의 뒷골을 당기게 하는 흑역사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이른바 ‘가축수송’ 모드로 표현될 만큼 극심한 혼잡도로 ‘김포골병라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미지가 추락한 데에 이어 승객 2명이 실신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결국 경기도가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 개선을 ‘긴급재해대책’ 과제로 지정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시작부터 엇갈린 여론과 행정, 예상된 수순을 낳다
김포골드라인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오래 전인 2000년대 초반 당시까지의 시기로 거슬러올라가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김포골드라인의 시작은 오래 전 참여정부(故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시기)의 2기 신도시 계획에 한강신도시계획이 포함되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인구 20만 내외의 소도시였던 김포는 48번 국도를 통해서 서울지역으로의 접근이 가능했던 터라, 한강신도시를 통한 대규모 인구 유입에 따른 교통망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어떤 방법으로든 도시철도를 조성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김포는 초대 시장(1998년 이전까지는 ‘김포군’)이었던 유정복 현 인천시장(당시 새천년민주당 소속)을, 김동식 전 시장(당시 한나라당 소속)이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선3기가 집권 초반기를 보내는 시기였다.
당시 김 전 시장은 김포도시철도의 건립과 관련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타당성조사 결과 비용대비 편익 비율(B/C)이 기준치에 미달된다는 결과를 감안해 2011년 개통을 목표로 9호선 혹은 5호선과 연결하는 방식의 ‘경전철’의 건립을 추진해 왔었다.
당시 김 전 시장이 경전철을 추진했던 이유는 한강신도시가 조성된 이후로도 B/C값이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계산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시장의 당시 코멘트에 따르면 정부는 한강신도시의 인구 유입에 따른 도시철도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었던 걸로 알려져 있었다.
이를 증명하듯 당시 김포시 국회의원이었던 유정복 시장은 2009년 김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 기자들을 불러모은 뒤 -김 전 시장과의 좋지 못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2009년 당시) 현재로서는 정부가 추진계획을 잡고 있는 경전철이 가장 좋은 대안이란 걸 인정해야 한다”며 경전철론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었다.
문제는 김포주민들의 여론이 이같은 행정방향과는 ‘제대로 삐딱’하게 나갔다는 것이다. 당시 김포지역의 여론은 경전철보다는 9호선 중전철의 연장이 필요하다는 데에 중론을 모으던 분위기였지만 문제는 중전철의 연장을 김포주민들 외엔 모두가 반대했다는 것이었다.
실례로 9호선 운영주체인 서울교통공사는 건립비용을 비롯해 복합적인 검토를 해봤을 때 추진이 어렵다는 의견을 계속해서 김포시에 밝혀 왔고, 심지어 김포지역 언론에 기고를 내기도 했다.
여러 면면들을 보지 않아도 단적으로 김 전 시장 이후 2010년까지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들이 이를 증명해도 된다고 할 정도다. 2006년 민선4기 김포시장직에 당선된 강경구 전 시장, 2010년 민선5기 당선자 유영록 전 시장의 당선 이유는 이들의 ‘제1호 공약’이 ‘9호선 중전철의 연장’이었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권까지 도시철도로 직결해 주겠다는 이들 정치인들의 약속에 김포주민들이 아낌없이 표를 던졌지만 결국 이들의 공약은 모두 ‘빌 공(空)자 공약’이 되고 말았다.
이 당시 김포지역 일부 매체와 지역 정가에서 활동하던 인사들 중에는 경전철의 조성이 최선이라고 주장하던 케이스가 있었는데 그들의 기고와 기사는 전반적으로 주민들의 반발을 크게 샀었다.
사실 기자 역시 2008~2009년 이 당시에 다른 언론사에서 ‘김포시청 출입기자’로 활동했기에 이 부분을 지극히 체감하고 있었던 바다. 그만큼 주민 여론은 ‘중전철의 연장’을 열망하고 있었지만 당시로선 ‘불가능한 계획’이란 사실을 주민들조차 외면하고 있었다.
◆도시철도는 지방정부 예산만으로 ‘무리수’ 둘 사업이 아니다
사실상 김포지역이 겪는 ‘고통의 교통’은, 이렇게 주민들이 ‘공적 행정’을 감안하지 못한 자세로 여론을 조성하고 지역 정가가 이 여론에 놀아난 후폭풍인 셈이다.
실제 김포지역 여론 중 일각에서는 “당시에 김동식 전 시장의 의견대로 추진됐어야 했었다”는 후회의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시장의 의견대로 경전철을 불가피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경전철의 기본 설계인 2량 편성보다 2량을 증가시킨 4량 편성의 계획(당시의 김 전 시장이 주장했던 구상이었음)대로 갔다면 지금과 같은 ‘골병라인’으로 전락하진 않았을 거라는 의견이다.
특히 김포지역 여론은 유영록 전 시장의 행정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그의 전임인 강경구 전 시장 역시 그랬지만 유 전 시장 역시 ‘중전철 연장’을 미끼로 많은 득표를 얻어 당선된 케이스였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재정 등 현황이 도저히 9호선 연장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고 이미 이를 잘 알고 있는 국토부와 경기도 역시 중전철에 동의하지 않았던 터라 그 역시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당시의 전/현직 김포시장과 지역여론이 ‘중전철’만을 고집하면서 10년 가까운 시간이 허송세월 소득도 없이 소비됐다는 점이다.
이미 조성이 한창이던 한강신도시에 단계적으로 유입되는 인구를 감당할 길이 없었던 당시 김포시는 B/C값의 기준치 미달 상황에서 ‘빠른 추진’을 명목(지방채 발행 등으로 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는다면 지방정부 권한으로 하는 방법이 이론적으로 가능하기는 함)으로 유영록 시장이 지시해 경기도에 도비 지원 포기 각서를 내기에 이른다.
이렇게 사업비가 크게 줄어든 것은 큰 영향을 주어 애초 3~4량으로 검토중이었던 차량 및 승강장 구조를 전면 2량 기준으로 축소해 사업비를 줄이게 됐고 결국 이 부분이 어느덧 인구 50만에 가까워진 규모의 도시화가 진행된 김포에 ‘골병라인’의 단초로 작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실상 ‘지역 여론’이었다. 김포가 환승 없이 서울 강남권까지 진출하는 도시가 되면 이곳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는데, 이에 여론이 단체로 눈이 멀어버린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물론 이런 경우 지역정가와 원로 등이 나서서 설득을 해야 했지만 그렇지도 못했다는 것 역시 문제다. 지역 정치인들은 설득을 하지 못했거나(김동식, 유정복 등이 이에 포함), 이 여론에 놀아나는 선거전을 펼치기(강경구, 유영록 등이 포함)에 급급했고 원로들 역시 이에 대해서는 여론을 의식한 듯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좀처럼 내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조 단위의 사업비가 들 수밖에 없는 ‘도시철도’라는 사업은 지방정부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더 큰 규모의 재정으로 움직이는 인천시, 서울시 등도 도시철도는 모두 정부의 힘과 예산을 빌리고 그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고 있다. 이 기본적인 구조만 지역여론이 깨달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태의 ‘골병라인’이 만들어질 이유는 없었던 셈이다.
◆‘김포골드라인’은 앞으도 ‘절망적’이다
김포골드라인의 ‘사업 마무리 단계’였던 2018년에 당선된 정하영 전 시장에게도 김포골드라인의 근원적인 문제는 이후 임기 내내 자신을 괴롭히는 요소로 다가왔다.
무려 280%가 넘는 ‘상상 초월의 혼잡도’로 도저히 사람이 탈 만한 수준이 아니었던 김포골드라인에 대해 풍무동 등 김포지역 주민들이 지역 정치인들에게 “너도 한번 타봐라” 챌린지를 제안하며 저격하는 일이 일어났던 것.
김포골드라인에 대한 지역 여론이 험악해져 이를 피할 수 없었던 정 전 시장 본인조차 “이런 지옥이 없다, 이건 교통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라며 정부에 대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물론 이는 김주영(김포갑), 박상혁(김포을) 등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도 똑같이 다가왔고 이들이 이낙연, 안철수, 윤석열 등 각 정당의 굵직한 인사들에게 직접 체험을 요구하면서 정부 차원의 대안 마련이 약속되기에 이른다.
이런 식의 ‘가축수송’이 반복될 경우 기본적인 운영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이용객들의 안전문제는 물론 정차시 개폐 등 열차의 작동에도 큰 영향을 주어 결국 일주시간 등에도 차질을 빚어 도시철도의 가장 큰 매력인 정시성 등에도 문제를 갖고 올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설계부터 ‘2량 편성’으로 시작해 조성된 김포골드라인의 현 구조가 앞으도로 ‘절망적’이라는 것이다. 많은 승객이 몰려 도저히 이용 불가능한 상황을 맞이할 경우 가장 좋은 답이라면 그만큼 차량 규모를 늘리면 되는데 김포골드라인은 그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지역을 지배한 여론에 ‘빠르게 짓겠다’는 정치적 움직임이 결합한 나머지 정부 및 상위 지방정부(경기도)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었던 사업에 각서까지 쓰면서 자체예산으로 조성한 졸속적인 교통정책이, 결국 고스란히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의 ‘버스도입’ 계획도 현재로선 ‘탁상행정’ 공산 높아
결국 지난 11일 30대 직장인 여성과 10대 여고생이 실신하는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나서야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 개선을 ‘긴급재해대책’ 과제로 지정했다. 이와 관련해 원 장관은 대체수단 버스의 증차 및 전세버스 투입, 버스전용차로 연장 등을 대안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기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포지역에 거주하는 한 지인에게 요청해, 이 도시철도의 대체버스로 거론되는 김포70번 버스를 평일 출근 시간인 7시~8시 사이에 이용하고 대강의 소요시간을 계산하는 ‘시간테스트’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인의 계산은 자신의 거주지와 가까운 풍무역에서 70번을 탑승하고 김포공항까지 이용해 보는 것이었다. 다음은 이 지인이 직접 탑승한 결과를 보내온 것이다.
“7시가 조금 넘어 풍무역에서 탑승했다. 얼마 가지도 않은 고촌역 즈음에 이르러 승객이 이미 포화 상태여서 더 이상 승객이 승차할 수가 없었으며 하차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보였다. 버스전용차선은 개화역 정도 가서 끊어져 김포공항까지는 다른 차량과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되는데 이 때문에 심한 정체를 함께 겪게 됐고, 결국 전철로 이용하면 풍무역서부터 김포공항까지 10분 정도면 갈 거리를 버스로 30분이 넘게 걸렸다.”
출·퇴근을 하는 시민들은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다. 특히 인천과 경기 지역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차량 정시성이 조금만 엇나가도 소요시간이 부쩍 늘어나 결국 회사에 지각하는 일로 이어지는 일이 잦다.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시민들에게 대중교통의 ‘정시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결국 정시도착을 보장할 수도 없는데다 소요시간까지 오래 걸리는 버스를 증차하고 도입하는 것으로 분산효과를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시간 테스트를 해본 지인 역시 “버스의 운행상태를 보면 지각이 우려돼 선뜻 이용하겠다고 결심하기가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심각한 문제점’임에도 당장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게 더 문제
국토부의 이런 대안이 지역사회의 악화된 여론을 안정화시키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또 있다. 김포골드라인이 ‘사실상 누구 돈으로 만들어졌느냐’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현재 조성된 김포골드라인의 총사업비는 약 1조 5천억 원 정도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80% 선인 1조 2,000억 원을 대고 김포시가 3천억 원을 조성했다.
이중 LH가 부담한 부분은 한강신도시 입주민들이 입주과정에서 부담한 약 2조 원의 교통분담금이 주 재원으로, 김포시 예산을 빼면 사실상 한강신도시 주민들이 LH에 수탁(가구 당으로 계산하면 1가구당 약 1,200만 원)한 돈으로 지어졌다는 즉 ‘수익자 원천 부담’으로 조성된 도시철도라는 얘기가 된다.
결국 한강신도시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돈으로 마련한 교통수단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정부가 급하게 꺼낸 ‘재해 성격 대체수단’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입주민들 입장에서 ‘열’이 오를 것은 자명하다.
앞서 언급대로 김포골드라인의 차량 규모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김포시의 유입인구는 더 늘어난다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김포지역은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해 연 단위로도 1~2만 이상의 인구가 유입되고 있으며 시 차원에서의 계획인구도 ‘70만’의 대도시를 예상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미 포화상태인 김포골드라인이 현재 운행간격인 3분 내외에서 더 단축한다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이는 포화문제를 단순히 ‘차량 증가’로 해결하려다 ‘출퇴근 거북이 운행’이 현실로 다가온 서울순환2호선을 보더라도 금방 답이 나온다.
결국 김포시가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현재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5호선의 김포지역 연장 및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등을 통한 교통망의 다양화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모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최소 2년 정도는 걸린다는 BRT도 출퇴근 시 안정적인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 결국은 5호선의 연장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더 오래 걸린다. 문제는 아직 연장 자체가 확정도 안 됐다는 점이다.
5호선 연장에 자신들의 도시를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지자체는 김포시뿐만이 아니다. 고양시와 인천시도 각각 요구를 하고 있으며 요구내용도 김포시의 요구와는 차이가 있다.
인천시의 경우 김포시의 요구안과 비슷한 부분도 있으나 검단 남쪽지역까지의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김포지역의 여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현재까지의 분위기를 보면 “5호선만 들어온다면 차량기지는 물론 건설폐기물처리장까지 서울시의 요구를 사실상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는 식으로 나선 김포시의 연장안이 다른 지자체들보다는 유력한 분위기로 읽히고는 있지만 냉정히 말하면 단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므로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
또 중전철 공사가 쉬운 일이 아닌 천문학적 예산과 기간을 들여야 하는 만큼 확정되더라도 최소한 10년 내외의 기간은 기다려야 하는 문제도 있다.
◆'지방정부 권한'으로 강행된 김포 도시철도 행정, 절대 따라해선 안 돼
결국 김포시를 통해 다른 지자체들은 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방채 발행 제로’를 이루었다며 자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몇몇의 머리와 눈에는 ‘원대함’으로 보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현실에서는 ‘무모함’과 ‘정치적 조급함’. ‘현실을 무시한 여론’ 등의 결과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결국 김포지역 주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선사한 결과가 됐기 때문.
‘대규모 토건사업’을 포함하는 교통정책은 어떻게든 정부 지원을 받고 그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고 기본’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방정부의 공직자들은 그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해 나가는 행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매일 ‘지옥철’을 안고 사는 김포시가 다른 지자체에 ‘반면교사’의 성격으로 일깨워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