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청사 전경 (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현 환경부 산하 공기업으로 위치해 있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매립지공사)를 인천시로 이관하는 문제를 놓고 공사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들의 뜻이 갈리면서 ‘갈등’의 구도로 접어드는 그림이 연출되고 있다. 

매립지공사를 인천시로 이관하려는 것이 유정복 인천시장의 주요공약 가운데 하나인 만큼 공사조직 내부에서는 “환경부 산하인 우리가 인천시장 등 정치인들의 입김에 정책방향이 손바닥 뒤집히듯 하고 있다”는 불만도 상당한 상태다.

28일 환경부와 매립지공사, 인천시 등의 전언들을 종합해 보면 환경부와 인천·서울·경기도는 조만간 매립지공사의 인천시 이관 등에 대한 논의를 위해 국장급 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민선6기 당시 유 시장은 매립지공사의 인천시 이관 문제를 들이밀며 4자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환경부·서울·경기도의 3자가 협상테이블에 들어올 것을 밝히면서 ‘선결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바가 있다.

그러나 이 4자협의체는 민선7기처럼 특정의 기간을 정해놓고 사용 종료를 천명한 것이 아니라 뚜렷한 종료시기를 적시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 연장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제를 달고 있어 서구 주민들로부터는 여론이 아주 좋지 않은 상태다.

서구 주민들은 4자협의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지만 사실 매립지공사 조직 내부에서도 유 시장의 이러한 전제조건에는 반대 의사가 분명하다. 이미 민선6기 당시부터 이러한 반대가 컸던 상황. 다만 그 의도는 서구 주민들과는 차이가 있다.

그간 인천시는 민선6기 당시였던 2015년 4자협의체 테이블 구성을 전제로 환경부에 매립지공사 경영 참여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바가 있다.

그러나 4자협의체의 실효성 문제를 들고 나왔던 박남춘 전 인천시장이 민선7기 시절 4자협의체를 더 이상 이끌지 않고 ‘2025년 사용 종료’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서울·경기와 강하게 부딪혔다.

특히 서울시는 오세훈 현 시장이 “수도권매립지는 계속 연장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사실상 인천지역 여론과 적대점에 위치함을 자청하면서 사실상 ‘논의 테이블만 함께 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혀 그 실효성 논란에 무게를 더하는 그림을 만들고 있다.

매립지공사 노조는 유 시장이 4자협의체를 전제로 매립지공사의 경영권에 개입하려는 것은 명백한 정치적 움직임이라며 이에 동조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태다.

공사노조는 측은 “(유 시장이) 공사 경영권을 요구하는 것은 본인이 8년 전 4자협의체 합의를 볼모로 인천시가 정치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함 움직임일 뿐”이라며 “시급한 현안 해결을 미루다 선거 때만 매립지공사를 이용하려 했던 것”이라며 유 시장에 대한 강한 불만의 뜻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노조는 “인천시가 정치적인 보여주기 식으로 경영 참여를 하려는 의도와 요구는 매립지를 둘러싼 사안의 실타래를 더 꼬이게 하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며 “국가 환경발전의 측면에서 책임감부터 보이라”고 비판했다.

노조의 이같은 입장에 인천 시민단체들 중 일부는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인천경실련)의 경우 매립지 사용종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논리로 노조에 맞불을 놓고 있다.

인천경실련은 최근 논평을 내고 “환경부는 4자협의체 협의에 따라 인천시가 매립지공사를 이관받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더불어 현재 공석인 매립지공사 사장으로 환경부가 ‘낙하산 인사’를 하지 말고 인천시장이 추천하는 ‘지역성을 담보하는 전문인사’의 임명을 도우라”고 환경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립지의 역할이 ‘국가 폐기물 처리 업무’에 해당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임무가 지자체로 넘어가게 되면 자칫 효율성이나 운영 상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다른 시민단체 및 일부 정치권에서는 반대의 의견도 있어 왔다.

실제 박남춘 전 시장이 이끌던 민선7기 시정부가 아예 서울·경기에 사용종료 시점을 천명한 뒤 “그 뒤로는 받지 않는다, 알아서 하라”는 강력한 시정방향을 강행했던 배경 역시 4자협의체 및 매립지공사 이관의 실효성에 위와 같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 전 시장은 자신의 임기 시절 ‘인천시 자체매립지 조성’이라는 목표로 영흥면에 에코랜드 조성 사업을 전개하면서 매립지공사 이관 논의 역시 자연적으로 후순위로 밀리며 일단 분위기가 진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민선8기 들어 부임한 유 시장이 4자협의체를 또다시 고집하며 에코랜드를 손바닥 뒤집듯 백지화시켰고 이에 매립지공사 이관 문제도 다시 거론되면서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일단 인천시는 국장급 회의 날짜가 확정되는 대로 논의에 나설 준비를 일단 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공직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인천시로 매립지공사를 이관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 자명하다.

다만 시 내부의 분위기로 보면 아직까지는 어떤 방안을 구체적으로 확정했거나 하지는 않은 상태로 보인다. 물론 매립지공사 내부(노조 등) 및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 의견들을 회의 전 시점까지는 더 지켜보자는 심산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