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서구 시·구의원들이 최근 청라소각장 발언 논란의 당사자인 최계운 인천환경공단 이사장을 항의방문한 것을 국민의힘 소속 시·구의원들이 지적하자,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느냐”는 제목으로 낸 비판 성명자료 일부.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최근 최계운 인천환경공단 이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청라소각장 관련 발언이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 정치권도 여야가 나눠 갑론을박을 하는 분위기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26일까지의 취재를 종합해 보면, 더불어민주당 서구 시·구의원들이 최 이사장의 발언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인천환경공단을 방문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소속 서구 시·구의원들이 문제를 삼자 민주당 시·구의원들도 즉각 반박하는 등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이영철 서구의원 등에 따르면, 19일 민주당 소속 시·구의원들은 지난 19일 인천환경공단을 방문해 최 이사장과 면담을 하며 그의 발언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앞서 최 이사장은 송도·청라소각장의 증설 및 현대화가 필요하다며 “시의 계획에 따르겠지만 소각장을 어딘가에 지어야 한다면 지금 있는 시설을 활용하는 게 훨씬 더 낫고 민원이 훨씬 더 적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이사장의 이 발언은 해당 자치구 및 시의 계획과 전면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져 즉각 논란으로 번졌다.

특히 인천시와 서구는 이미 청라소각장에 대한 이전협약이 되어 있었고 시는 시는 현재 서·북·동남부권 등에 광역소각장을 분할 조성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였던 만큼, 최 이사장의 발언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정황을 두고 이번엔 국민의힘 측 일부 시·구의원들 측에서 이 항의방문을 문제삼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서구 소속 시·구의원들이 이를 ‘정치적 접근’이라며 비판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국민의힘 소속인 서구의회 장문정 구의원은 지난 23일 청라지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슷한 내용을 남겼는데, 내용 상 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는 “최근 최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시·구의원들이 청라소각장의 폐쇄 이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오다 갑자기 ‘소각장은 정치가 아닌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하며 오히려 정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국민의힘 소속 장문정 서구의원이 최근 청라지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 민주당 시·구의원들의 항의방문을 ‘정치적 접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글에는 “최 이사장의 청라소각장 증설 발언에 큰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이 있긴 했지만, 민주당 측 항의방문을 지적함을 물론 ‘전임’인 박남춘 전 인천시장이 과거 청라소각장 현대화사업을 언급한 것을 꺼내며 “특별한 조치 없이 임기를 마감했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장이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직’으로서 시 정책과 배치되는 발언을 ‘기자간담회’라는 자리에서 한 것 때문이다. 그러나 장 의원이 언급한 박 전 시장은 이미 ‘전직’이다. 

과거 박 전 시장이 어떤 발언과 행정을 했는지에 관계없이, 인천시는 앞서 언급대로 청라소각장을 대체할 자체소각장 마련을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아직 입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강화군과 공동 사용한다는 계획도 잡혀 있다.

시선에 따라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방문을 ‘정치적 접근’이라고 지적한 장 의원 역시, 이미 임기가 끝나 민선8기에서는 의미가 없는 ‘전직’ 인사를 언급한 그 자체로 ‘정치적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자 이영철 구의원 등 민주당 서구 시·구의원들은 “말장난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국민의힘 소속 서구 시·구의원들의 주장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청라소각장 폐쇄·이전 관련해 국민의힘 소속 시·구의원들이 민주당을 향한 정치적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이는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논란의 발언이 된 당사자에게 항의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 접근’이라고 짚은 것 역시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 특정한 문제를 두고 ‘항의방문’을 하는 행위는 시민단체나 주민단체들도 종종 보여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민주당 시·구의원들은 “우리 당은 청라소각장 폐쇄·이전에 대한 강력한 목소리를 내왔다”며 “지난해 2월 서구에 자체 소각시설을 건립한 후 청라소각장을 폐쇄한다는 인천시와 서구 간 자원순환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을 이끌어낸 과거가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힘 소속의 유정복 시정부가 들어선 이후 시정혁신관이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가 어려울 거란 발언이나, 최 이사장의 최근 발언들을 더 문제삼아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서구지역 환경 현안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다, 기초의원들은 광역의원들보다 더 가까운 영역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자리임을 감안하면 이들 시·구의원들까지 정쟁을 일삼는 것에 서구 주민들이 실망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서구 주민 박모씨(43)는 “기초의원들은 생활정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 아닌가, 오랜 기간 환경 피해에 노출돼온 서구 주민들을 대변해서 나온 사람들이라면 머릴 맞대고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왜 정치싸움부터 하려 하느냐”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