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숙녀 기자
(뉴스통신=유숙녀 기자) 인천시장이 교체될 때마다 정쟁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종료시점에 대한 문제가 6월 지방선거 이후 3개월여가 흐른 지금까지도 ‘정쟁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5일 열린 인천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이순학 의원(서구5, 민)은 유정복 인천시장을 향해 “서구 주민들이 30여년 간 매립지로 인한 환경피해를 입고 있는 상태”라며 “임기 내에 매립지 사용 종료 선언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와, 만약 할 수 없다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일각에서는) 김포시 구역에 해당되는 4매립지로 연장하려는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인접해 있는 곳인 만큼 수도권매립지 연장과 다를 게 없다”고 우려했다.
또 유 시장이 인수위 시절부터 ‘사실상 백지화’를 선언한 영흥에코랜드를 “전임 시정부 당시 추진한 의미있는 정책인 만큼 시 자체 매립지로 추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유 시장은 “(본인이 시장이었던) 지난 6기 시정부때 혼신의 노력을 했고 4자협의체 운영과 소유 면허권 100% 및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인천시 이관, 쓰레기 반입수수료를 걷어 특별회계로 편성한 내용 등을 성과로 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임 시정부가) 영흥도에 추진했던 건 자체매립지인데 그걸 추진하면 매립지 문제가 종료되느냐”며 “경기도 서울시가 모두 손을 놓고 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 정작 중요한 건 대체매립지”라며 전임 시정부의 정책을 전면 부정하는 입장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어 “4매립장 대부분이 김포관할인데, 그런 얘긴 내가 4자협의체 때도 ‘얘기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며 “4매립지는 현재의 계획에 있는 매립지로 그건 대체매립지가 아니지 않느냐, 개념 자체가 틀린 얘기”라고 받아쳤다.
이날 시정질의에서 유 시장이 6기와 8기 시정부 동안 냈다는 ‘성과’라는 내용은, 실제 유 시장 본인이 매립지 문제와 관련해 2015년 이후 현재까지 오랜 기간 ‘성과’로 자화자찬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반면, 지역사회에서는 “오히려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하는 부분들도 있다.
지난 2015년 6기 시정부 당시 유 시장이 4자협의체를 구성했을 당시 매립지 사용 종료에 대한 시점을 명확히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서울시와 경기도 등이 대체매립지 조성 등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수 차례 있어왔다.
그런가 하면 지방선거가 한창이던 지난 5월에는 “2015년 6월 당시 4자협의체 구성원(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의 실·국장들이 2044년까지 매립지 사용을 연장하는 합의에 서명한 증거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에 유 시장(당시 후보) 측이 “단체장 합의사항이 아니므로 사실상 효력이 없다”며 맞받아치는 일이 있기도 했다.
실제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과 민주당 측은 이런 자료 전반을 두고 서로가 ‘네 탓’ 공방을 하며 서로가 2044년까지 매립지 연장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는 등의 ‘촌극’을 빚었다.
6월 1일 이후 지방선거가 끝나고 유 시장 측에서 인수위를 가동해 8기 시정부를 운영하기 시작한 시점이 지난 7월 1일부터였음을 감안하면, 선거가 끝난 후 3개월여가 지나도록 아직까지 매립지 문제를 ‘네 탓’으로 모는, 일명 ‘정쟁화 수준’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간 것이 없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해당 시정질의를 한 이 의원은 유 시장의 이러한 답변이 ‘원론적 답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정질의가 끝나자마자 유 시장과 접견해 매립지 종료가 본인의 공약이었던 만큼 임기 내에 선언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직접 전달했지만 그때도 유 시장이 기존의 답을 되풀이하는 데에 그치더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서구 주민으로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향후 3매립지를 추가 사용하지 않게 하더라도, 4자협의체 협의로 만약 김포 학운리 소재의 4매립지를 사용하는 걸로 방향을 잡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사실상 서구 주민으로서는 환경 고통을 연장시키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다만 “시정질의를 통해 4매립지에 대해 유 시장의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일단 확인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수도권매립지의 사용 종료 시점이 언제가 될 지는 아직 안갯속이다.
논란이 된 바 있던 ‘2044년 연장에 대한 실·국장 서명’이 “효력이 없다”는 유 시장의 주장이 옳다고 전제해도, 정작 ‘언제 종료한다’는 약속은 현재로서는 없는 상태다. 2015년 이후의 4자협의체에서도 진전된 바 없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정쟁’을 반복하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 역시, 유 시장이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