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지난 24일 열린 인천시의회 본회의(제285회 임시회) 2차 시정질문에서는 유정복 시장과 김대영 시의원(비례, 민) 간에는 ‘전세사기 사건’의 조치와 의지 표명 등을 놓고 설전이 오갔다.
언론 보도로 보면 이 문제는 이미 지난해 7월 불거지기 시작했으나 전세사기 피해 지원센터는 이달에서야 공식 가동(상담은 1월)이 됐던 점을 들어 인천시가 ‘조치를 내린 시작점’이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문제를 놓고 양측이 공방을 벌였던 것이다. 그런데 취재를 하던 기자의 귀에 들린 유 시장의 발언들 중에는 유독 기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내용이 있었다.
당시 김 의원은 “유 시장께서 SNS 활동도 활발하게 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대외적으로 전세사기와 관련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었으면 한다”는 취지로 유 시장에게 의지 표명을 요구했었는데 이때의 유 시장의 답변을 듣고는 ‘이분이 인천시장님이 맞나’ 하는 의문까지 들었었던 것이다.
김 의원의 이 요구에 유 시장은 “나는 정치와 공직 생활 등을 하면서 이 부분을 활용하고 싶지 않다”며 “시장으로서 문제를 풀어가는 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SNS 통해 얘기하는 건 그분들에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이 답변은 지금도 시민들께서 인천시의회 ‘다시보기’를 통해 확인할 수가 있다.
언뜻 보면 유 시장의 답변은 틀릴 것은 없어 보인다. 자신이 현재 ‘인천시장’이라는 ‘행정직’의 직함을 갖고 있는 만큼 현재의 전세사기와 관련해서는 정치적 해석, 혹은 정무적 조치보다는 공직자의 자세를 갖고 싶다는 얘기로 해석하면 그 자체로는 사실 이상할 것도 아니다.
그런데, 유 시장이 그간 자신의 페이스북 등 SNS계정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정치적인 자세를 취했는지를 파악한다면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의 입장으로서는) 피가 거꾸로 솟을만한 발언이라고 판단이 됐다.
그가 최근 올린 SNS 글들을 살펴봤다. 주로 인천시 행사나 시 스케줄을 소화하는 ‘통상적인 시장’으로서의 모습이 가장 많은데 그 가운데 최근의 전세사기와 관련된 발언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면 근자의 쌀값문제라던지,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를 만나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는 멘트, 그리고 최근 윤 대통령의 방일외교와 관련된 비판 여론에 맞불을 놓는 듯한 자세까지 역력한 ‘정치인’의 모습을 그것도 ‘꽤나 노골적으로’ 보여왔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현재 인천 관할지역에서 활동중인 시민 활동가(혹은 단체), 시정 혹은 동네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 등 몇 명에게 “지금 인천시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 무엇인가”를 물어봤다. 그들 모두가 가장 시급한 현안 첫 번째 혹은 두 번째로 얘기한 주제,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급한 순위로 언급한 빈도가 가장 높은 주제가 바로 ‘전세사기’였다.
그만큼 시민사회 역시 전세사기의 빠른 해결과 조치가 가장 다급하게 요구된다는 소리다. 건방진 상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인천시장이었으면 정부 외교나 쌀값 문제보다 전세사기를 최우선순위에 놓고 최소한 그들을 위로하고 (실현되지 못한다고 해도) 최대한의 조치를 할 것을 약속하는 메시지 한두 개는 던졌을 것 같다.
실제 기자는 이날 유 시장과 설전을 벌였던 김 의원과 전화통화가 됐는데 김 의원은 이달 초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피해자의 추모제가 열렸을 때에도 유 시장은 물론 관계공무원들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SNS로는 그렇게 정치적인 얘길 활발히 하는 사람이 정작 인천지역의 가장 다급한 자세를 앞에 두고는 ‘철밥통’의 모습을 보이는 이중잣대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세사기 건만 그런 게 아니다. ‘인천만의 현안’으로 한정지어봐도 그렇다. 최근 창영초교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도성훈 시교육감이 책임질 교육청 행정에 대고 결국 ‘한 소리’ 하셨던 그는, ‘제물포 르네상스’니 ‘뉴 홍콩시티’니 하는 대규모 토건사업에는 ‘본인 공약’이라는 이유로 지금도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2월 1일에는 ‘대시민보고’라는 명목으로 정작 보고회의 형식과는 거리가 먼 ‘특설 LED 무대 이벤트’를 그 추운 겨울날 이른 오전부터 열고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뭔가 ‘삐까번쩍’한 보여주기를 좋아라 하시는구나’라는 생각 외에는 들지 않았다. 물론 보여주기를 좋아해도 보고회가 내용이라도 있었으면 다행이었겠지만 사실 그렇지도 못했다는 게 더 문제일 것이다.
이게 아마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으리라 싶다. 해당 보고회가 인천시의회에서도 사전에 “막연한 구상만 있어 체감도 안 되는데 그런 행사가 옳느냐(김명주 시의원)”는 지적이 있었고 보고회를 목격한 시민단체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저런 보고회는 처음 본다, 누가 봐도 전시성 행사”라는 지적이 있었으니 비단 기자만이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그런 이벤트가 벌어지던 2월 1일 당시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호소는 인천시청 앞을 비롯한 전역에서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생각해 보자. ‘유정복’이라는 인물은 인천시장이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왈가왈부는 좀 있더라도 그가 자신의 SNS에 정치적인 자세를 분명히 하는 글들을 올려도 크게 비판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자신의 의지로 인천시장이 되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고 시민들의 손에 의해 당선돼 시정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정치와 공직 생활 등을 하면서 이 부분을 활용하고 싶지 않다”라고 해서 전세사기와 관련된 이야기에 그렇게 입을 닫으시겠다면 지금 당신의 직함은 ‘인천시장’이라는 임무를 수행하는 ‘행정가’라고 강조하고 싶은 것일테니 그렇다면 (물론 본인의 공약이야 얘기를 할 수도 있겠으나) 앞서 언급한 ‘노골적인 정치적 스탠스’ 역시 현재 '공직'이요 '행정가'인 만큼 ‘입 닫고 닥치는’ 게 맞지 않았을까. 지금도 유 시장의 휘하에서 일을 하고 있는 공직자들은 ‘행정가이자 공직자’인 이유로 정치적인 발언을 법으로 금하고 있는 만큼 그 어디서도 그런 발언을 하지 않는다. 지금이 ‘공직자’라고 강조하고 싶은 거면, 유 시장도 그리 해야 이치가 맞지 않겠나.
그런데 유 시장이 엄연히 ‘정치인’으로서 인증받고 있다면 나는 그런 ‘정치인으로서의 자세’까지 ‘닥치라’고 얘기하는 건 지나치다고 본다. 그러니 현 정부에 협조를 하든 대놓고 아부를 하든 그건 본인 자유지만 최소한 ‘인천시장’으로서 인천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이 전세사기가 ‘대규모의 경제적 재난’으로 평가되는 이 시점에서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편에 서서 “최대한 조치하겠다”는 의지 표명 정도는 ‘당신이 정녕 인천시장이 맞다면’ 한 번이라도 하시길 바라겠다.
이달 초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는 (행정적으로는 조치를 했을지 몰라도) 그들을 보듬어줄 생각을 “활용하고 싶지 않다”는 논리로 끝내 외면하는 유 시장의 외연적 태도에 좌절해 결국 그 선택을 했던 것인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아울러 최근 매립지 문제를 갖고도 결국 같은 당 시의원에게 ‘갈굼’을 당할 만큼 본인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진 이유에 대해서도 ‘복기와 반성’을 충실히 하셨으면 한다. 이건 ‘기자’가 아닌 ‘인천시민’으로서 당부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