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던 당시의 유정복 인천시장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올해부터 ‘시내버스 전면 무료’를 시행하는 기초자치단체가 등장하면서 수도권 버스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인천과 같은 광역권 대도시에서도 “전면은 힘들더라도 노약자 등을 대상으로는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현 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선별적 무료화를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23일 전국 버스업계에 따르면 경북 청송군은 올해부터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를 적용하고 있다. 나이와 연령은 물론 외지인 및 외국인들에게도 모두 무료다. 시내버스에선 당연히 설치돼 있을 요금계산기 등이 아예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청송 인근의 지자체들(영덕, 의성, 울진군 등)은 “청송은 무료인데 왜 우리는 안 하냐”는 등의 불만 섞인 문의나 민원도 상당하다며 고민이 크다는 분위기다.

청송 관내의 시내버스는 1개 업체(청송버스)가 운영 중인데 올해부터 군과의 협의를 통해 무료 승차를 적용하고 있다. (사진=청송군)

 

외연만 보면 작은 규모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버스업체와 협의해 진행한 작은 사업으로 인천과 같은 광역도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행정 및 정치권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경남 창원시는 다음달 예정돼 있는 시의회 임시회를 통해 75세 이상 어르신들의 시내버스 무료 이용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심사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조례안이 통과되면 오는 10월부터 창원시내 약 6만여 명의 어르신이 혜택을 받으며 창원시는 약 40억 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침으로 현재 절차는 ‘입법예고’ 단계다.

제주특별자치도는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연 16만 8천원 이내로 무상으로 택시 이용을 할 수 있는 ‘행복택시’ 사업을 적용 중인데 제주도의회가 조만간 이에 대한 개정(65세로 하향 조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시내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수단의 전면 혹은 선별적 무료화가 경상권 및 지방에서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만큼 인천시와는 별 접점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인천시도 의외로 깊게 검토하는 부분이다.

특히 인접한 경기도가 최근 ‘경기도 대중교통 이용 편의 증진 기본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인천에도 적잖이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 경우 만 13세 이상~23세 이하에 해당하는 청소년에게 지금도 혜택을 주고 있다. 따라서 경기도의 해당 연령 청소년들은 최대 연 12만 원까지 경기지역 시내 및 마을버스 요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최근 경기도가 내놓은 개정조례안은 혜택을 받는 청소년 연령과 동일한 혜택을 만 7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똑같이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만약 도의회가 이를 통과시킬 경우 경기도는 연간 500억 가량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도를 적용받고 있는 경기도 역시 버스 관련 예산이 적잖이 투입되고 있어 수도권 타 광역단체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동연 경기지사의 교통 관련 행정이 어떻게 방향을 잡고 있는지를 어느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인천 시내버스 (사진=인천시)

 

인천시가 내부에서 이를 깊게 고민하는 이유는 또 있다. 유정복 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65세 이상 버스요금 무료’를 공약화한 과거가 있었기 때문. 실제 유 시장의 당선 이후로 시 담당부서에서는 내부 검토 작업에 착수는 한 상태다.

다만 인천시의 경우 지금으로서는 ‘당장 적용’은 어렵고 더 나아가 유 시장의 임기 내로도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는 준공영제 등을 통해 버스 운영적자가 산더미같이 쌓여간 상황을 더는 감당하지 못한다는 판단으로 최근까지 대중교통요금의 인상안을 강행했었다.

인천시의 경우 지난해 버스 준공영제 관련 예산에 2,656억 원을 비롯해 버스·지하철의 환승에 필요한 예산 약 600억 원 등을 투입하는 등 이미 ‘천문학적 수준’으로 교통관련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인천시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일선 지자체에 공공요금의 동결을 당부하고 나서기 전까지 서울시와 함께 “정부 지원이 없으면 교통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었다.

만약 도입이 됐을 때 이것을 일반 시민들이 ‘교통요금 인상을 앞당기는 요인’이라고 인식할 경우 세대 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도 현재로서는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 청송군의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소식은 전국적으로도 상당한 이슈가 되긴 했었다. 다만 이 역시 네티즌들의 의견은 ‘중립적 의견’이 거의 없는 그야말로 ‘상당히 엇갈리는’ 편이다.

“국민복지를 위해 필요하다”, “다른 방법으로도 재원 일부는 마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물론 있지만 “전형적인 노인 포퓰리즘 아니냐”, “노인 무임승차 제도 때문에 재정압박이 오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들도 굉장히 많다.

다만 어르신 세대 대상의 버스요금 무료화는 지자체 별로 그 목적들이 다르다. 1차적인 복지 차원인 경우도 있지만, 해당 지자체 관할 인구 수 감소를 막자는 의도도 있고 그 외 다른 이유로 진행 중에 있는 지자체들도 상당히 많다.

이는 어르신 세대에 대한 버스요금 혜택의 필요 요인이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는 정부가 지자체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보편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최대한 공정하고 동일한 혜택을 최대한 받을 수 있게끔 행정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복지나 교통 차원이 아니라 ‘국민 이동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노인 세대에 대한 버스요금 무료화 기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는 인상 요인이 있으면 인상하고 지원할 것이 있으면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즉 ‘버스’라는 수단을 통한 이동권 보장을, 이제는 재정상황이 열악한 지자체에 내맡기지 말고 정부가 주도하거나 혹은 큰 폭으로 보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 서울이나 인천 등 규모가 있는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요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유 시장은 지방선거 당시 ‘65세 이상 버스요금 무료’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지만 당선 이후로는 이 부분을 강조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에 지원요청을 강력하게 한 것도 아니다. 현재로선 유 시장의 공약은 ‘빌 공(空)자 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