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표류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용현·학익 1블록(시티오씨엘) 도시개발사업과 관련 입주예정자들이 인천시의 ‘회피성 행정’에 강한 불만을 터뜨리는 모습이다.
해당 청원의 답변 예정일자와 걸쳐 있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하와이 출장을 사실상 ‘외유성’으로 보고, 자신들의 시민청원에 ‘해외출장’을 답변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인천시에 따르면 최근 시티오씨엘 개발사업과 관련한 답변 요건이 충족(공감수 3천 건 이상)됨에 따라 22일 용현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청원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 기사 하단 링크 참조)
시티오씨엘 도시개발사업은 미추홀구 학익동 587-1 일원 154만 6,747㎡에 2025년까지 1만 3천 여 세대를 공급하는 미니 신도시 급의 개발이 골자다. 그러나 제2경인고속도로 조성과 관련한 소음저감계획에 시와 사업자 간 입장차로 사업이 중단돼 있다.
시는 관련법(환경영향평가법 및 도시개발법 등) 등을 감안하면 이를 ‘지하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사업주체인 DCRE 측이 비용과 기간 등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행정조치 등이 걸려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 단지 입주예정자들은 지난달 ‘미추홀구 신도시개발 중단사태 해결 촉구’라는 제목으로 청원글을 올렸다. 현재 이 답변은 ‘답변대기’ 상태로 걸려 있어 시민들이 조회할 수 있다.
청원에는 제2경인고속도로 소음대책 갈등 관련해 입주예정자들이 문제가 잘 협의돼 해결되길 기다렸으나 계속되는 갈등으로 수분양자들이 기다릴 수밖에 없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까지 해당 사업과 관련해 아파트 2536세대, 오피스텔 1238실, 상가 338실 등의 분양을 마쳤는데, 입주예정자들의 첫 입주 시기는 오는 2024년 3월 경이다.
다만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음 대책은 적어도 7년 이상 걸리고, 우리 입주는 2년 남았다”며, “소음대책을 DCRE가 추진하고 있는 방음터널로 추진하며, 시는 현재 막고 있는 개발사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업을 허가해야 한다”는 내용을 감안하면 시보다는 사업자 측 편에 서 있는 듯한 부분도 읽힌다.
이들 입주자들은 해당 답변이 유 시장이 현장에서 직접 답변해줄 것을 원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단지의 입주자들 중 일부가 실제 인천시에 유선상 문의 등의 방법으로 이를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유 시장은 이번주 인천 하와이 이민 120주년 기념행사 참석 차 20일부터 24일까지 3박5일의 일정으로 미국 하와이 출장계획이 잡혀있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난 후 하와이 교포들은 ‘한국전쟁 이후 조국을 재건할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한국에 대학설립을 위한 기금을 보냈고, 이렇게 개교한 학교가 현 인하대학교(인천의 ‘인(仁)’과 하와이의 ‘하(荷)’를 조합)다.
때문에 인천의 지역사회가 이 이민 기념행사에 대한 의미를 남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기념과 관련해서는 일부 인천지역 예술인들이 이미 하와이로 건너가 공연 등 행사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광역단체장으로서는 가장 바쁜 연말 시기임에도 유 시장이 하와이행을 결정한 이유도 이런 배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입주예정자들은, 유 시장의 하와이 출장이 자신들의 답변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실제 이들은 유 시장의 주간 일정을 확인하자 강한 불만의 표시로 “하와이가 웬말이냐”는 등의 내용의 근조화환들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들은 유 시장이 출장일정을 소화하고 인천에 돌아온 뒤에 답변일정을 잡아도 되지만 유 시장의 공석 시기에 일부러 답변을 잡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출장일정이 이미 잡혀있는 날짜에 공식답변일정을 잡은 자체가, 유 시장이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피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시가 유 시장 공석시기와 무관하게 답변일정을 잡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 시장이든 시 내부 공직자든, 누가 답을 해도 “결론은 이미 똑같다”고 보고 있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기 때문이다.
최근 시는 이 사안과 관련해 “시의 행정처분과 관련해 해당 도시개발사업이 지연되거나 학교설립 절차가 중단된 사실이 없다”며 “개발사업과 관련한 사업자의 법률 위반사항이 발생하면서 법에 따라 행정조치를 내린 것”이라는 해명자료를 낸 바 있다.
시가 내놓은 당시 해명의 첨부자료에는 사업자 측의 법률위반 내용이 무려 5건이나 기재돼 있고, 이에 대한 행정처분 경위와 사업 추진 고시 등 추진현황과 유관기관인 인천연구원의 검토의견 등의 내용이 무척 상세히 기술돼 있다.
19일 기준으로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의 해명이었던 만큼, 유 시장이 직접 답변에 나선다 해도 해명자료에서 밝힌 주장이 22일 설명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시로서는 굳이 유 시장을 답변자로 내보낼 이유도 없어진다.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
다만 해당 답변을 “22일 행정복지센터에서 직접 답변하겠다”고 밝힌 시의 자세가, 논란과 불만을 키웠다는 지적은 충분히 가능하다.
시민청원에 대한 답변은 그간 인천시장이 현장에서 직접 시민들을 만나보고 답을 했던 사례가 있긴 했으나, 이것은 사실 ‘의무사항’까지는 아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현장에까지 가서 직접 할 수도 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정무적 판단'이다.
따라서 현 사업과 관련해 시가 ‘자세 변화를 취하지 않겠다’고 이미 결심을 굳힌 상황이라면, 어차피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만큼 먼저 온라인 답변으로 대응하고 추이를 지켜봤어도 될 부분이었다.
만약 시가 “현장에서 답을 해야 하겠다”는 고집을 강행하겠다면, 현 입주예정자들의 불만대로 유 시장이 출국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시점에 답변계획을 잡고 공개했어도 됐었다.
결국 해당 사안과 관련한 시의 자세는, 여러 모로 시의 ‘시 공직자들의 행정상 영민함의 수준’에 아쉬움을 표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